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두고 정책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두고 정책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 "혼자 자취했을 때 특히 밤늦게까지 잠 못 들 때,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사회적 고립감을 느꼈어요. 뭔가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했던 거 같은데 혼자 살 때와 비교하면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지금은 사회적 고립감을 훨씬 덜 느껴요." 

#. "저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평일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10시가 넘어가면, 그 고요한 시간에 고립감이 커져요. 특히 주말에 혼자서 하루 종일 빈둥대거나, 혼자서 밥을 먹으려고 집 근처 식당에 슬리퍼 차림으로 가서 앞을 서성일 때 사회적 고립감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인지 신체적으로 건강해도 심리적으로는 우울감이 있어요."

#. "경제적 불안감이 사회적 고립에 꽤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외부활동은 돈이 드니까 친구들 만나는 것도 돈이 없으면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경제적 불안감이 클수록 외부 활동도 줄고, 사회적 고립감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서울연구원이 고립을 경험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中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 청년기에 은둔·고립에 빠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활발한 취업활동, 직장생활, 결혼, 가족형성을 통해 사회활동에 나서야 하는 이들이지만 모든 단계가 단절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시사하고 해결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9~34세 청년 중 고립 청년의 비율은 3.1%에서 2021년 5.0%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청년의 약 54만명 정도가 고립 상태인 것으로 추측했다.

사회적 고립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화됐다. 다만, 문제는 청년기에서부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기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1인 가구 중 청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업·취업 등으로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이 늘어남에 따라 서울시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서울에 사는 청년(19세~39세) 중 4.5%에 달하는 약 13만명이 고립·은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서울연구원은 최근 청년의 고립 지수를 유형별로 산출하고 분석하여 맞춤 정책을 제시하고자 '서울시 청년의 사회적 고립지수 도출과 생활환경 분석을 통한 정책 제언'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서울시가 2022년 실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시 청년의 고립·은둔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경제적 요인 ▲사회적 관계 및 교류 같은 사회활동 ▲외출 정도 ▲감정 ▲1인 가구 등 개인 특성과 함께 주거 유형과 같은 특성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중에서도 '구직 실패 경험', '도움 요청 어려움', '곤란한 일 기분 저하', '거주 주택 유형 변수'가 청년의 고립·은둔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구직의 경우 원하는 시기의 구직 여부가 사회적 고립에 주요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경제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적 불안정성 측면의 사회적 고립지수 분포도./사진=서울연구원 사진 캡쳐
경제적 불안정성 측면의 사회적 고립지수 분포도./사진=서울연구원 사진 캡쳐

지역별 경제적 불안정성 고립지수를 도출한 결과 강남구, 용산구, 강북구, 관악구 등을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성북구, 서대문구, 노원구 등은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상권이 발달한 지역이 임대료가 높은 경향이 있으므로 소득 지출에 있어서 주거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에 따른 영향을 추측된다.

또한 경제적 불안정성 고립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 생활환경 요인을 분석한 결과 경제적 요인 차원의 변수들이 주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했다. 지역의 평균소득 수준과 급여소득자수가 많을수록 사회적 고립 수준이 낮아졌는데, 이는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평균 소득이 높고 급여소득자 수가 많을수록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사회적 고립이 감소한 결과로 나타났다.

또한 자영업자 수, 매출지수, 인프라지수와 같은 상권발달과 관련된 변수는 청년의 사회적 고립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상권 활성화에 따른 생활비나 주거비 부담이 청년의 경제적 불안에 따른 사회적 고립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역의 1인 가구 규모 또한 경제적 측면의 고립을 증가시켰다. 대부분의 1인 가구가 청년이나 사회 초년생으로 구성되어 있어 월세 등과 같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에 따른 경제적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혼자 사는 청년이나 가구가 많을수록 지역의 고립 수준은 점차 증가하는 것을 의미해 1인 가구를 위해 사회적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들이 반드시 고안되어야 함을 시사했다.

앞서 2022년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1인 가구 수는 40만5309가구, 30대는 35만8392가구에 달한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만5405가구, 2만1733가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고립 청년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적 빈곤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원인과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청년 1인 가구가 고립에 놓이지 않기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하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원은 "상권 발달 등에 따른 주거비 부담과 생활비 부담의 가중은 청년들의 고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도출되어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은 주거 및 경제적 측면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 것임을 규명했다"며 "그들의 경제적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탐색과 지원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청년들의 고립감 완화를 위해 도시환경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결과는 청년 및 1인 가구 밀집지역을 주변으로 하여 도시 환경을 정비하여 그들이 실내에만 있지 않고 산책, 등산과 같은 활동의 횟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서도 지난해 말 고립·은둔 청년 증가를 두고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부터 청년 맞춤형 정책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반기 중 고립·은둔 청년 대상 상시 발굴체계 구축, 도움 요청 배너 확산 및 홍보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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