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건강센터, 창립 62주년 기념식 개최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일 서울 광진구 센터 내 열린강당에서 창립 62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국가 정신건강 발전방향'을 주제로 정신건강정책 패러다임 변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 = 1코노미뉴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일 서울 광진구 센터 내 열린강당에서 창립 62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국가 정신건강 발전방향'을 주제로 정신건강정책 패러다임 변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 = 1코노미뉴스

최근 미국의 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소개해 화제가 됐다. 해외에서 보기에도 국내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환경 속에 1인 가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외로움, 우울감, 고립 등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국내 정신건강 예방 체계는 여전히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상황을 공통적으로 인식하면서 국민 정신건강 정책 변화와 대책 마련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창립 62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정신건강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심포지엄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국가 정신건강 발전방향'이 다뤄졌다. 

먼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발전방향 발표에 나선 나종호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정신건강을 우려했다.

나 교수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심각한 점은 10대, 20대 청년층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의 우울증 비중이 높은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자살률 증가, 고독사, 마약 문제, 외로움이 정신건강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신 건강 예산은 2017년~2021년까지 83.4%로 많이 증가한 듯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2021년 기준 일본의 정신 건강 예산은 8300억원인 반면, 한국은 450억원으로 1/5 수준"이라며 "한국의 자살 예방에는 국가적 리더십, 국민적 인식 제고, 언론, 다양한 이익집단 등 공중 보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 교수는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역할에 대해 "센터가 모든 취약 환자의 보루, 자살에 있어서 중추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2018년~2022년)간 우울증·불안장애로 진료 본 환자는 90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시대로 방치되는 정신건강 환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시대로 방치되는 정신건강 환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 정신건강 관련 환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대로라면 사회가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90년대만 해도 부모를 자식이 책임지는 사회였지만, 국민 인식이 변화하면서 노인 자살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고도 산업 사회에서 정신질환의 유병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방치된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됐고, 더 이상 가족에게만 정신장애와 정신질환의 문제를 맡겨서는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시기가 됐다"며 "국민과 환자 안전을 위한 치료와 서비스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 지자체 정신응급 대책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1인 가구 시대 비자입원의 신청자 확대, 경찰 이송 책임, 면책특권 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정부의 정신건강 R&D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미래지향적 정신건강 R&D 방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수빈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정부의 정신건강 R&D 총예산은 전년(31조1000억원)대비 4조6000억원(14.8%) 줄어든 26조5000억원이다.

다만 박 소장은 "올해 정부의 R&D 사업은 줄어들었지만, 정부가 발표한 정신건강혁신 방안 속 R&D 강화 방향성이 강조된 내용이 있다"며 "정부가 중점으로 둔 R&D 투자방향 중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국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부 R&D 투자의 역할 확대가 꼽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소장은 현 정책 추진 현황에 대해 "정부는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목표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으로 정밀 의료 실현이라는 실천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기본계획 및 전략수립, 인프라 구축, 거버넌스, 수집·제공 등 분야별로 흩어져 시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등 사회적 부담 경감을 위해 진단, 치료 중심의 개인유전체 정보 기반 의료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추세"라며 "기존 정신질환자 치료 중심에서 보편적 정신건강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신건강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응급 시스템의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도 나왔다. 소민아 국립정신건강센터 성인정신과 과장은 먼저 최근 정신응급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 과장은 "최근 6년(2014년~2019년)간 정신응급환자 수요 추이 및 현황을 보면 6년간 30% 이상 늘어났다"며 "문제는 자해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10대~20대 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연간 환자를 8만5000명 추정하고 있다"며 "중증도가 높은 경우, 경찰을 통해 응급실로 내원한 경우, 민간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상급병원 응급실로 오시는 환자를 '코어(CORE)' 그룹이라고 하는데, 정신 응급 환자 중 약 3만8000명(45%)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코어 환자는 대부분 대도시(서울·경기)에 집중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응급의 중요성에 대해 소 과장은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가족,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가해를 가하는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 신속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신응급상황에 놓여 있는 대상자들은 스스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치료를 받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 사회 내 여러 기관들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신과 병동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소 과장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1년~2020년간 상급종합병원 내 정신과 보호병동은 18% 감소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의료의 질과 인권친화적 병원들이 문을 닫았다.

소 과장은 이와관련해 "정신의료기관은 622개소(2022년 12월 31일 기준), 입원가능한 병상이 있는 병원은 45개소(3907병상), 응급입원 가능기관은 23개소다. 이마저도 일부는 야간 및 공휴일에 입원할 수 없다. 지정정신의료기관은 9개(2023년 10월 기준)소 밖에 없다"며 "특히 정신응급 환자의 특징은 다른 신체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따라 적절한 평가 치료가 정신응급 질환을 대응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소 과장은 강조했다.

소 과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응급의학과 전담 인력 양상 재원마련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장 출동 인력부족, 이송의 문제, 입원병상 부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원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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