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2023년 3월 경기도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펫쇼in일산'에 참가한 반려견 모습. /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왼쪽)2023년 3월 경기도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펫쇼in일산'에 참가한 반려견 모습. /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 20대 1인 가구 나홀로(가명) 씨는 반려견을 7년째 키우고 있다. 어느날 반려견 발바닥에 병이 생긴 것 같아 근처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수의사는 중성화 수술을 권유했고 나홀로씨는 수술하기로 했다. 수술 후 반려견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수술 부위 봉합 부분이 벌어지고 피고름도 발생했다. 결국 다른 병원을 방문해 괴사조직제거·피부봉합 조치를 받았다. 나홀로씨는 중성화 수술을 권유한 수의사의 의료행위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술비·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도 받기를 원한다. 

반려동물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은 1262만명에 육박한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까지 감안하면, 반려동물은 '가족'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관련 법제는 아직 사람들 의식을 반영하지 못한다. 현행 수의사법상 수의사는 진료 후 진료부를 발부할 의무가 없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발급을 요청해도 거절한다면 강제할 수단이 없다. 국회에 7건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지만 농림위 계류 상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2022년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53회다. 접수되지 않은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평균 치료비는 2년 새 68.2%가 증가했다. 

특히 동물 치료비는 보험이 안 된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나온다. 고가 비용을 지불했는데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면, 슬픔은 배가 된다. 

반려견 보호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여론을 법원도 점차 인정하는 추세다. 그 대표적 사례가 대전지방법원 2022년 9월 8일 선고 2021나150 손해배상(기) 판례다. 

위 판례에 따르면 '동물의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수의사의 진료행위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상의 의료인에게 적용되는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유추 적용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만약 수술을 직접 시행한 수의사로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반려견의 수술부위의 개방, 피부 괴사, 감염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이에 대하여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한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해 반려견의 수술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변 피부의 괴사나 감염이 진행된 것이라면 수의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생명체인 반려견은 객관적 교환가치를 산정하여 재산상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 결국 수의사는 보호자에게 발생한 기왕치료비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오랫동안 함께 지낸 반려견을 치료한 점, 6년간 반려견을 키우며 많은 애정을 쏟는 등 정신적 교감이나 유대 정도가 강한 점도 참고 사항이 된다. 반려견 재수술, 입·퇴원 과정 반복 등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은 위자료 산정에 반영된다. 

반려동물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 지급 사례는 존재한다.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피해는 보상받을 수 있다. [1코노미뉴스 = 양필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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