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에 대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이 갈등이 폭행, 살인 등의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독일에서도 이러한 이웃간 소음이 문제가 되었었는지, 독일은 법적으로 조용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루헤차이트(Ruhezeit)라고 불리는 이 시간은 휴식 시간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데, 조용히 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오후 1시부터 3시 그리고 저녁 10시부터 아침 6시 또는 7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하루 종일 루헤차이트로 규정되어 있다.

보통 집에 이사할 때 계약서를 쓰면, Hausordnung이라고 하는 거주 시 지켜야 하는 규칙에 대한 서류를 따로 받게 된다. 여기에는 예를 들어 쓰레기 버리는 장소, 분리수거 방법, 쓰레기 수거 날짜부터 발코니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 계단 청소 날짜, 지하창고 사용 규칙,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 등이 적혀 있는데, 여기에 꼭 적혀 있는 것 중에 하나 바로 이 루헤차이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건물이든 대학생들이 모여 사는 집이 새로 이사를 올 경우에는 모두가 긴장을 하며 이 루헤차이트에 대해 한 번 더 경고를 하곤 한다. 또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있다.

사실 하우스 파티가 보편화된 독일에서 이 루헤차이트가 어떻게 지켜질지 궁금할 수 있다. 보통 친구들을 초대해서 금요일 저녁 또는 토요일 저녁에 하우스 파티를 준비한 경우에는 그 날 아침부터 건물 전체에 메모를 붙여두거나 당일 일찍 혹은 전 날 미리 이웃들을 찾아가서 파티가 있다고 양해를 구한다. 심지어 이웃도 초대를 해서 함께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사전에 공지 없이 밤 12시 경 이웃이 시끄럽게 군다면, 한 번 정도 직접 찾아가서 조용히 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끄러울 때에는 경찰을 부를 수 있다. 그러면 경찰이 그 집에 찾아가 조용히 하라고 경고를 하게 되고, 이후에도 또 시끄럽게 굴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

심지어 이 규칙은 기숙사에도 있어서 밤 12시 쯤에 기숙사 지하 바에서 파티를 하던 친구들에게 경찰이라는 불청객이 방문하여 기숙사 전체에 밤 12시 이후 파티 금지 혹은 음악 볼륨 제한 및 창문을 닫고 대화하기 등의 규칙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이 루헤차이트인데, 유리병을 버리는 쓰레기장도 일요일은 사용하지 못 할 만큼 조용함을 지켜야 한다. 유리병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면서 부딪히거나 깨지는 소리도 소음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말의 고요함이 보장되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 싶었던 혼자 사는 직장인에게는 청소기를 돌릴 수도 세탁기를 돌릴 수도 없는 불편함이 있다. 토요일에 미리미리 해두지 않으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의 울음 소리와 같은 일반 소음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되지만, 아무리 이사를 한 날이라도 저녁 10시 전까지 못 박기나 드릴 사용, 가구 조립 등의 소음이 날 법한 일은 마무리를 해야 한다. 또 토요일 아침 일찍 눈을 떴어도 7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등을 돌려야 한다.

이러한 규칙은 물론 불편함도 있지만, 동시에 나의 고요함에 대한 존중을 함께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규칙이 이웃간 소음 문제에 실마리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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