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자다가 갑작스럽게 복통으로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12시 40분가량 이었다. 앉았다 눕기를 반복하면서 밤을 지세웠다. 1인 가구의 비애는 아플 때 가장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혼자 살면서 서러울 때가 언제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이 '아플 때'라고 답했다. 누군가에게 아픔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홀로 고통을 참으며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이 서러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3명 중 1명이 혼자 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인 가구는 615만가구로 전체 가구에서 가장 많은 30%가량을 차지했다.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2045년에는 그 비율이 36.3%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는 혼밥, 혼술, 혼놀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지만 감춰진 1인 가구의 비애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얼마 전 나 홀로 라이프를 즐길 것 같던 후배 A(38세)에게서 '초라한 싱글 라이프'를 듣게 됐다. 후배는 혼자 살면서 음주,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등으로 각종 질환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혼자 지내다 보니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에 몸서리치기도 한다고. 최근 우울증으로 전문 상담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심리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는 게 후배 말이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일수록 관계에서 문제를 해소하기보다는 소셜 미디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김기운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TV 드라마나 광고 등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싱글 라이프는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데 현실은 다른 경우가 태반사"라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실 속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많은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들에게 보여주기식 싱글 라이프 보다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도 지적했다시피 혹여, 만약 앞으로 나홀로 삶을 준비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화려한 싱글이 아닌 현실 속 싱글로 살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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