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지인들에게 오는 연락이 잦다. 얼마 전에 지난 민족 대명절 추석에 고국에 없는 필자를 위로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건강과 관련해 안녕을 묻는 안부 인사다. 명절과 맞물려서인지 최근 들어 부쩍 한국이 그리워진다. 가족,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한국 음식이 그렇게 생각날 수가 없다.

파리에는 비빔밥, 불고기는 기본이고 삼겹살, 돼지갈비 같은 코리안 바비큐를 비롯해 감자탕, 자장면 등을 판매하는 한식당이 꽤 많다. 또한 빙수, 한국식 케이크 등을 제공하며 모던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K-카페도 점점 늘고 있다. 만약 비싼 한식당이 부담이 되면 집에서 한식을 해 먹으면서 그리움을 달랠 수도 있다. 파리 주요 번화가에 한인마트는 물론이고 그보다 많은 중국마트에서도 손쉽게 우리나라 식재료를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집에서 자주 요리하는 혼족이지만 가볍고 신속하게 먹을 수 있는 파스타를 즐긴다. 사실 치즈, 고기 등을 선호하기에 프랑스에서 지난 몇 년 간 딱히 한식이 그리웠던 적이 없다. 매운 음식도 잘 못 먹는 터라 고추장은 기껏해야 떡볶이 만들 때나 사용하곤 했다. 때문에 평소 즐겨먹는 식재료도 로컬 마트에서 한식 재료보다 더욱 저렴하게 구매하며 장바구니를 채웠다. 유학생 신분으로 이곳 식문화에 잘 적응해 생활비를 아끼며 지내왔는데 요즘 들어 자꾸만 고슬고슬한 쌀밥과 담백한 나물 반찬, 뜨끈한 국물이 떠오른다.

완연한 가을 날씨에 접어든 파리가 너무 쌀쌀해서인지 한국의 따뜻한 정이 그리워서 인지 한식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국 지인들과 함께 추석을 기념해 한식 Soirée(수아레, 저녁 파티)를 할 수도 있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모임은 멀리했다. 주변 한국인들도 한 다리만 건너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하니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식당 메뉴의 가격은 학생에게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요즘은 그보다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식이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규 감염자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프랑스 상황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 계속 고민하던 필자는 ‘추석’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이유로 결국 지인과 함께 한식당으로 향했다.

타지에서는 건강이 제일이기에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며 우리가 택한 메뉴는 삼계탕. 한국에서 생활할 때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생각나지도 않았던 요리다. 파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필자에게 그곳 방문은 처음이었고 한식당 역시 거의 1년 만에 방문하는 듯했다.

따뜻한 보리차와 함께 김치, 깍두기, 시금치, 숙주나물, 오이 절임 같은 밑반찬이 나오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매번 집에서 직접 내가 스스로 혼자 차려 먹다가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상이 참 오랜만이었다. 소소한 집 반찬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찹쌀과 대추, 밤, 인삼이 들어간 삼계탕. 뜨끈한 국물에 깍두기를 하나 얹어 먹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처음 본 주인아주머니는 감사하게도 먼저 깍두기를 더 가져다주셨다. 파리 대부분 한식당은 밑반찬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이곳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타지 생활을 하면서 나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이 있다. 갑자기 평소답지 않게 한국의 생소한 것이 그리워진다면 Homesick(향수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직접적으로 들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가족이 보고 싶다는 것. 아름다운 봄날을 락다운으로 인해 파리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홀로 이겨낸 뒤 1년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더욱 커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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