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전수조사·조례 마련 등 첫 단계 수준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가족구조의 해체 등으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이들이 늘고 있다. 비상등이 켜진 지자체들은 이제야 실태파악, 고독사 관련 조례 마련 등에 나섰다. 사실상 고독사 예방을 위한 첫 단계 수준이다. 고독사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야할 것으로 분석된다. 

8일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가족이나 친척 없이 죽음을 맞이한 무연고 사망자는 2020년 기준 4년 사이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한 건수도 2.5배 늘었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시신 안치 비용, 장례 비용 등이 부담돼 연고자들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건수는 2016년 622건에서 1583건으로 2.5배 늘었다.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가장 많지만, 최근 중장년과 청년층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고독사 중 시신을 인수할 사람조차 없는 것을 뜻한다. 가족이 시신의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무연고 사망에 해당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독사에 대한 통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간접적으로 고독사 실태를 파악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해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고독사 대책 마련의 기틀이 마련됐다. 올해부터 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고독사 실태조사 시행에 나서야 한다. 또 시·도지사 등은 매년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고독사 예방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을까.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뉴스1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뉴스1

◇서울 양천구 50대 독거남 고독사 예방 프로젝트 '나비남(非男)'

나비(⾮)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다.구는 50대 독거남의 사회적 고립과 개인의 복합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구는 2017년 2월 중년 남성 1인 가구 6800여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위기 50대 남성을 발굴했다. 이어 32개 민·관 기관으로 구성된 지원협의체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공동체로의 복귀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부산광역시 남구 중장년층 고독사 예방 특화 사업 

부산광역시 남구에서는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40~64세의 중장년층 주거 취약지에 대해 2017년 11월부터 7개 특화사업을 실시했다.

구는 또 관내 복지관 3개소 사례관리팀과 연계해 '당신의 얘기를 들어드립니다' 도움 요청 핫라인을 설치했다. 이어 스티커 등 홍보물 2만매를 제작해 슈퍼마켓에서 라면, 술을 장기적으로 구입하는 중장년에게 전달하고 여인숙, 쪽방, 고시원 등 주거취약지에 이를 부착, 배부했다.

◇수원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저소득 중장년층 1인 가구 전수조사

수원시의 저소득 중장년층 1인 가구 전수조사의 대상은 빈곤이나 질병 등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기초보장수급자·차상위계층(만 50~64세) 중·장년층 1인 가구다. 시는 조사기간 동안 사회복지 담당공무원과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의원, 통장 등이 함께 조사대상 가구를 방문해 가족 왕래·경제활동 여부와 복지 서비스 연계 필요 여부 등을 조사했다.

또한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등의 질환이 있거나 가족 왕래가 없는 가구, 공과금 등이 체납된 가구 등 고독사 위험이 높은 가구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부산 1인 가구 남성 요리교실

부산 서구에서는 저소득 중·장년 1인 가구 남성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부산기독교종합 사회복지관·서구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민관협력 사업으로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각 동 골목살피미 180여 명이 골목을 살피면서 사회적 고립 가구 1만2000여 명을 전수조사해 대상자를 발굴했다. 

이 밖에도 구는 저소득 중․장년 1인 가구 남성들의 안부 확인과 사회관계망 형성 통한 고독사 예방을 위해 '요리의 달인', '청결의 달인', '정리수납의 달인' 등 '살림의 달인 만들기 시리즈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용인 홀몸 노인 고독사 예방 조치

경기도 용인시는 매년 독거노인 증사와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2019년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 무연고 사망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시는 홀몸 노인 집에 움직임이 감지되는 센서를 통해 TV 리모컨이 장시간 움직이지 않거나 가스레인지 등이 작동되지 않을 경우 관계자가 대상자의 집을 방문하는 응급·안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김포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

경기도 김포시는 '김포시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가 있다. 65세 이상 인구수는 지난해 6월 기준 약 5만명이며, 이 중 독거노인수는 1만 1000여명이다.

또한 시는 독거노인후생복지비, 월동난방비, 응급환자알림서비스 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조례를 바탕으로 노인의 고독사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과 청년까지 대상을 포함하는 모든 1인 가구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이규선 영등포구의회 의원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노인들의 고독사가 급증할 우려도 제기된다"라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원인을 바탕으로 하는 1인 가구가 지금보다도 더욱 늘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1인 가구를 위한 정책과 인프라 구축이 더욱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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