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해변에서 한 시민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사진 = 정희정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현상은 프랑스인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집 문밖을 나가자마자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부터 만나고 헤어질 때 하는 볼 인사인 ‘Bisous’(비쥬)의 부재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많은 직장인들이 더이상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프랑스 전역에 1차 락다운이 실행될 때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강조했던 것은 ‘재택근무’다.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할 때마다 ‘가능하면 최대한 사무실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근무해달라’고 강조했다. 락다운이 종료되고 저녁 9시부터 시작되는 통행금지령만 남아있지만 많은 프랑스인들은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어지고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프랑스인들은 장점을 십분 살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Salima(살리마, 26)는 1차 락다운 때부터 지금까지 약 1년 넘게 자택근무를 이어오고 있다. 1인 가구인 살리마는 올봄 남부 휴양도시로 유명한 Antibes(앙티브)로 내려가 에어비앤비에서 약 한 달 동안 머물려 지냈다.

1인 가구인 살리마는 “파리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는 것보다 바닷가 앞 넓은 집에서 친구들을 초대하고 때로는 같이 생활하면서 외로움을 잊고 활력을 찾았다”면서 “꼭 휴가 온 기분이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파리 외곽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한 달 넘게 생활한 적이 있는데 자택 근무를 통해 혼자 일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파리의 높은 물가를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대안도 되고 있다. 파리 직장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파리 출신은 아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혀를 내두르는 집값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자택 근무가 활성화하면서 지방 출신 직장인들이 굳이 파리로 이사 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거나 조금 더 저렴한 지역에서 집을 구해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파리에 직장을 구한 Sébastian(세바스찬, 28)의 집은 파리에서 TGV를 타고 약 3시간을 가야 한다. 세바스찬은 “파리가 그나마 일자리도 많고 조건도 좋아서 구직 활동을 했지만 파리에서 일하게 되면 집 걱정이 너무 컸다”며 “자택 근무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뻐했다.

근무한 지 두 달째인 그는 딱 한 번 출근했다. 근무용 컴퓨터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컴퓨터를 전해 준 상사 역시 ‘컴퓨터 전달’ 때문에 몇 달 만에 회사에 출근했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ZOOM을 통해 인사를 나눴다.

LVMH 직장인 Renaud(흐누, 33)는 지난 1년 동안 여러 번 가족여행을 했다. 파리에서 1인 가구로 지내면서 가족의 품이 더욱 소중하다고 느꼈다는 그는 “가족들과 산속 마을을 여행하며 정해진 근무 시간은 동생과 함께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고 남은 시간 풍경 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라며 즐거워했다.

자택 근무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일상처럼 자리 잡아가면서 프랑스 직장인들의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높여주고 있다.

<위 글은 시민기자 작성 기사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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