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경기도 일산의 한 원룸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집안에는 온갖 쓰레기와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고, 한편에는 정신과 약이 놓여있었다. 조사결과 A씨는 2019년 9월 자산과 대출을 통해 여행사 운영을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를 직면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를 안은 B씨는 술에 의지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월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남성 B씨. 악취가 난다는 주변인들의 신고로 발견된 그의 방 한구석에는 150장이 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공무원을 꿈꿔왔던 B씨였지만, 연이은 실패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을 이어오던 B씨. 그의 책상에는 그동안 준비해온 공부의 흔적과 '다 잘될 거야'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주변을 더욱더 안타깝게 했다.

#. 지난 4월에는 서울 중구의 한 고시원에서 60대 남성 C씨가 숨진 지 3일 만에 발견됐다. 3일전 C씨가 방 안에 들어간 것은 봤지만 나오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긴 관리인이 비상열쇠로 문을 열자, 숨져있는 C씨와 그의 옆에는 빈 약통이 놓여 있었다. 보육원 출신으로 가족이 없던 C씨는 지금까지 공사장 일로 하루 벌어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당뇨와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생계수단이었던 공사장 일도 못 하게 됐다. 그의 옷 주머니에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적은 종이가 발견됐다.

국내 1인 가구 수가 지난해 기준 664만3000가구(31.7%)를 기록했다. 이는 세집 중 한 집은 1인 가구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겪는 정신건강, 경제난 등으로 자살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3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5개년 전국 자살사망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는 2013년부터 2017년도까지 5개년 간 경찰 변사사건 조사기록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연계해 지난 5년간 발생한 자살사망자 6만4124명의 특성 및 관련 요인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결과 연평균 인구 10만 명당 자살사망자 수는 2013년 27.4명에서 2017년 22.8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1인 가구 자살률은 매년 증가했다. 1인 가구 자살비율은 2013년 27.0%, 2014년 28.8%, 2015년 29.2%, 2016년 30.0%, 2017년 30.1%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신건강이 36.1%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 19.5%, 신체건강문제 17.4% 순으로 확인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살은 연령대를 가리지 않으면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 자살률은 심각하다.

청년 1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 238만3000가구로 1인 가구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잇따른 취업난, 생활고 등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면서 비자발적 1인 가구로 남게됐다. 이처럼 경제적 빈곤, 주거난, 생활고에 지친 청년 1인 가구의 압박감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청년층의 고용불안, 주거불안에 더해 코로나19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청년 자살률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2분기 기준 20대와 30대의 우울감도 심각했다. 청년층의 우울 평균 점수는 20대가 5.8점, 30대가 5.6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우울 위험군 비율은 20·30대가 각각 24.3%, 22.6%로 50·60대(각각 13.5%)에 비해 1.5배 높았다. 자살생각 비율도 20·30대에서 각각 17.5%, 14.7%로 가장 높았다.

전체적인 삶의 질 저하는 중장년·노인 1인 가구도 마찬가지다.

먼저, 중장년 1인 가구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고 고용의 질도 열악했다. 

'NH투자증권 100세 연구소' 에 따르면 50대 이후 소득격차가 벌어졌다. 이들은 임시·일용직 비중(41.4%)이 높았고, 다인 가구에 비해 취업률(54%)도 낮았다. 아울러 중장년 1인 가구는 노후 준비도 부족했다. 중장년 1인 가구는 국민염금 납부율(64.2%), 퇴진연금 가입률(7.6%), 개인염금 가입률(10.5%)이 다인 가구에 비해 낮았다.

이들은 건강에도 적신호가 떴다. 혼자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규칙한 식사와 생활패턴을 이어올 가능성이 높아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자료를 보면 중장년 1인 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고혈압, 당뇨 등이 해당하는 대사증후군 발병률이 1.6배 높았다.

중장년 1인 가구를 둘러싼 경제, 건강, 사회관계 등 부정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면서 이들을 위한 정신적인 개입이나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전연령대에서 자살생각을 높인다. 특히 노인층은 그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팀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65세 이상 노인은 자살생각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전연령대에서 가계재정이 어려울수록 자살생각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65세 이상 남성은 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난 1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으로 ▲전·월세 미납 또는 강제퇴거 ▲공과금 미납 ▲겨울철 난방 미사용 ▲건강보험 미납 또는 보험 급여자격 상실 ▲가구원 중 신용불량자 존재 ▲의료 서비스 이용 어려움 ▲균형 잡힌 식사 어려움 등 해당 요소 중 한 가지를 경험했다면 재정적 어려움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인들은 재정적 어려움 요소가 한 가지씩 증가할 때마다 여성은 23%, 남성은 39%씩 자살생각이 증가했다. 특히 2년 연속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 자살생각이 4.2배 증가했다. 이 같은 경우 우울증 소견이 있는 환자가 생각하는 자살 위험성과 비슷한 것으로 연구팀은 파악했다.

연구팀은 자살생각이 자살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자살의 선행요인이 될 수 있고, 자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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