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미리캔버스 디자인=안지호 기자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한층 가파르게 1인 가구 시대로 전환됐다. 혼자 무언가를 하는 행위 자체가 자연스러워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의 삶이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져,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하는 이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1코노미뉴스]는 2021년 신년기획으로 세대별 1인 가구를 만나, '나.혼.산'(나 혼자 산다)을 선택 이유와 바람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10집 중 3집은 '1인 가구'인 사회를 살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산다. 바야흐로 '1인 가구 시대'가 열렸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어쩌다 보니 1인 가구'라고 말하는 중장년층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요구된다. 

임인년 새해에도 '나.혼.산'을 선택한 중장년 1인 가구에게 혼자 사는 삶과 올해 바램을 들어봤다. 

◇살다 보니 혼자, 40대 박인석씨

서울의 한 IT회사에 재직 중인 박인석(48)씨. 그는 스스로를 자취생활 28년차인 '찐 노총각'이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인생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1인 가구가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살다가 서울에 있는 모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사만 한 12번. 반지하 원룸에서 옥탑방을 거쳐 오피스텔, 지금의 아파트까지, 혼자 살면서 거칠만한 주택은 다 살아본 거 같다. 이사한 횟수만큼 20·30대를 치열하게 보냈다. 특히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연애는 잠시 미뤄두고 자리를 먼저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수였다. 40살을 넘어가니 가끔 들어오던 소개팅도 없어졌다. 그냥 살다보니 혼자였다."

박씨는 중립적인 이유로 혼자 살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는 언제라도 인연을 만나면 결혼할 의향이 있었다. 다만 올해 목표가 결혼인지 묻자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결혼 의향은 있지만, 혼자 사는 게 익숙하고 편해 억지로 결혼할 사람을 찾을 계획은 없어서다. 

"가끔 주변에서 '비혼주의'인지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러면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결혼하고 싶다. 우스갯소리로 일, 집, 자동차 다 준비되어 있으니 함께 살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배우자와 함께 행복한 노년을 맞는 게 소망이다. 중요한 인연이 아직까진 없는 것이 문제다. 올해도 일단은 혼자 살 게 되지 않을까 한다."

자칭 '프로 자취러'인 박씨에게 그가 생각하는 혼삶(혼자 사는 삶)의 장단점을 물었다.

"혼자 살면서 좋은 점을 꼽으라면 자유롭다는 것 하나다. 가장 크고 절대적이지 않을까 한다. 단점은 역시 외롭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코로나19 백신 접종하고 심하게 몸살을 앓았는데, 괜스레 서러웠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단점이다. 지난 연말에 독거중년의 고독사 이야기가 TV에 나왔는데 내 미래인가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없으니 저축부터 건강관리까지 모두 스스로 챙겨야 한다." 

1인 가구 지원 정책과 관련해 올해 바라는 점을 묻자, 그는 "자신은 필요 없지만 저소득 중장년에 대한 지원이 너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공약이 나오는데 죄다 청년, 고령이다. 사회 복지 정책을 세대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젊다고 지원받고, 늙었다고 지원받는 게 말이 되냐. 저소득자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연말에 고독사한 한 40대는 연령대가 낮다는 이유로, 아무런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 올해는 저소득 중장년층도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이나 그런 인식개선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꽃집 사장님으로 '인생 2막', 50대 이정임씨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 초입, 작은 사거리 코너 1층에는 화사한 꽃들로 가득한 꽃집이 하나 있다. 이른바 '동네 아줌마들'이 모인다는 핫 플레이스다. 이곳의 사장은 바로 이정임(55세)씨다. 

올해로 4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이씨,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단골 확보와 온라인 매출로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벌써 한 7년쯤 혼자 산 거 같다. 이혼하고 법무사 사무보조를 몇 년 하다가 평생 혼자 살려고 꽃집을 차렸다. 나이 먹고도 혼자 살려면 내 가게가 있어야 할 거 같았다." 

이씨는 혼자 살 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에는 멍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다. 털고 일어나는데 좀 힘들었다. 그러다 가게를 차리고 진짜 내 인생을 찾았다. 혼자 운영하다 보면 하루가 짧을 지경이다. 혼자 산다는 것을 주변에 굳이 밝히지 않으니 불편할 것도 없고, 찾아와 주는 손님들과 언니·동생하면서 서로 챙겨주고 하니까, 외롭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나서서 혼자 살 필요는 없지만,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할 것도 없지 않나 생각한다."

이씨는 올해도, 내년에도 1인 가구로 살아갈 생각이다. "한 번 해봤으니 충분하다"는 이씨에게 혼자 살면서 느끼는 고충과 올해 바라는 점을 물었다. 

"혼자 살면서 느끼는 고충이라고 하면 외로움과 주변의 시선이다. 아이 이야기,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이런 게 가끔 부러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혼자 산다고 하면 아직도 동정 어린 시선이 있고, 무언가 문제 있는 사람이란 시선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고, 집안 살림에 치이지 않고, 혼자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 홀가분함 그런 게 있다. 1인 가구이기에 정책적으로 크게 바라는 건 없다. 다만 취미에 맞춰 소모임을 다양하게 하고 싶다. 자조모임 지원 같은 걸 확대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 1인 가구 안전용품 지원해 주는 게 있던데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

◇놀면 뭐하니, 60대 황철우씨

인천 주안역에서 시내 지리를 아직 외우지 못해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이 힘들다는 황철우(62세)씨를 만났다. 스스로를 새내기 운전기사라고 밝힌 황씨는 중견기업을 다니다가 퇴직하고 집에서 쉬다가 소일거리로 택시 운전을 선택했다고 한다. 졸혼 후 아내, 자식과 떨어져 인천에서 혼자 살고 있는 황씨는 평일에는 택시를 주말에는 취미생활이나 모임을 즐긴다. 가끔은 아내와 자식들을 만나기도 한다. 

"혼자 산지는 한 3년쯤 됐다. 은퇴하고 집에만 있으니 가족들과 불화가 커져서 각자 살기로 해, 내가 나가 살겠다고 나왔다. 졸혼이라는데 그걸 한거다. 일하면서 지방 생활을 오래 해서 뭐 혼자 사는 게 어떻게 보면 더 익숙하다. 세탁기, 청소기 이런건 다 쓸 줄 안다. 반찬이야 아내가 한번에 해서 주니까 먹는 걱정은 안 한다. 혼자 살면 시간이 많은데 이게 아까워서 일을 시작했다. 무리는 안한다. 낚시하고, 책 사고, 손주 용돈 벌고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60대 1인 가구 삶에 대해 황씨는 "처음에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적어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황씨는 혼자 살 계획이다. 

"당분간 계속 지금처럼 살 거 같다. 살림도, 택시 일도 이제 손에 익어가고, 혼자 산다고 불편한 게 하나도 없다. 졸혼하길 잘한 거 같다. 이혼했다면 마음가짐이 전혀 달랐을 거 같다. 매일 다투던 아내가 불쌍한지 챙겨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주변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나이에는 불평불만은 별로 안 한다. 사는 것도 그렇다. 사별하고 혼자 사는 친구가 있는데 오히려 '60대 청춘'이란 말을 한다. 나도 더 배우고 도전할 생각이다."

올해 받고 싶은 정책적인 지원이 있는지 묻자, 황씨는 건강관리와 모임활동 지원을 꼽았다. 

"몸이 건강해야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혼자 살면 건강 챙기기가 쉽지 않다. 자식들이 먹으라고 사준 영양제도 제때 못 챙겨 먹는다. 나라에서 지원하는 것도 다 65세 이상이라 난 해당도 안 된다. 60세 넘어가면 대부분 지병 한둘쯤은 갖고 있다. 이런 거라도 꾸준히 체크해 주면 좋겠다. 코로나19 전에는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강연 프로그램을 종종 해줘서 좋았다. 이런 거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

중장년 1인 가구는 대체로 외로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다인 가구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올해 바라는 정책으로는 건강, 외로움과 관련한 지원을 꼽았다. 청년, 고령 사이에 끼어 제도,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드러났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2020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664만3000가구다. 증가 추세를 보면 청년과 마찬가지로 중장년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중장년은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산다. 그만큼 정책 수립이 어렵고 사각지대도 넓다. 혼삶이 불행하지 않도록, 혼자 산다는 이유로 역차별받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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