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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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한층 가파르게 1인 가구 시대로 전환됐다. 혼자 무언가를 하는 행위 자체가 자연스러워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의 삶이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져,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하는 이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1코노미뉴스]는 2021년 신년기획으로 세대별 1인 가구를 만나, '나.혼.산'(나 혼자 산다)을 선택 이유와 바람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국내 1인 가구 중 20·30대는 35.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혼자 사는 청년이 늘어난 이유는 일자리 문제, 결혼 기피 등 사회 인식 변화 영향이 크다. 문제는 경제적 빈곤, 부의 양극화, 사회적 고립 등을 겪는 청년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각종 청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문턱이 지나치게 높거나 지원 규모가 적어 실제 혜택을 보는 이들이 적다. 관련 정책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의·식·주 중 집이 제일 문제, 김종완씨

인천 선학동 한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김종완(29)씨는 자취 10년 차다. 강원도가 고향인 김 씨는 인천의 모 대학에 진학한 후 꾸준히 이곳에서 살아왔다. 현재는 자취 노하우가 어느 정도 생겼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강원도 작은 동네에서 살다가 대도시로 상경하니까 두려움이 많았죠. 처음에는 학교 기숙사를 들어갈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경쟁률이 워낙 높아서 떨어졌었거든요. 상경하자마자 주거문제가 가장 큰 위기로 들이닥쳤어요. 거주할 곳을 부모님과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여건이 안돼서 모든 것을 혼자 알아봐야 했는데,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형편도 좋은 게 아니라서 최대한 저렴한 빌라 원룸에서 시작했는데, 이사를 하고 보니 싱크대와 화장실 변기에서 악취가 엄청 올라오는 집인 거예요. 집주인에게 따져도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막연히 지낼 수 있는 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2차적으로 그런 문제가 생길지 꿈에도 몰랐죠."

"혼자 월세, 생활비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낮에는 과외,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했고, 여유가 되면 밤에 전단지 아르바이트까지 했어요. 나름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주거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주거비용이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그다음 거주지도 옥탑방이었죠. 악취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웠어요. 주거가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는 점을 이때 확실히 깨달았죠."

온갖 고생을 하면서 '혼삶'(혼자 사는 삶)을 이어온 김씨,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었다.

"현재는 지인의 도움으로 LH청년임대주택에 머물고 있어요. 평수는 25㎡정도 됩니다. 이전에 머물던 원룸, 옥탑방에 비해서 이곳은 천국이죠. 이것도 운이 정말 좋았어요. 저와 비슷한 동기들도 신청했는데 저만 당첨됐거든요."

앞으로 1인 가구로 살아갈 예정인지 질문하자 김씨는 "아직은 혼자 살아야죠. 결혼 생각은 딱히 안 해본 것 같아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올해도 1인 가구로 보내면서 바라는 점이나 정책이 있냐는 질문에는 "청년 1인 가구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코 주거예요. 주거가 안정적이어야 모든 것들이 안정적이게 되더라고요.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공공임대주택 신청도 너무 복잡해서 청년들이 관련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지난해만 스무 번 낙방, 취업준비생 이현수씨

서울의 신림동 원룸에서 4년째 자취하고 있는 이현수(30)씨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PC방으로 향했다. 그는 현재 취업준비생이다. 지난해만 스무 군데를 지원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채용은 줄고, 지원자만 몰리면서 번번이 떨어졌다. 이 씨는 취직에 대한 압박감과 주거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사는 게 좀 불안하죠.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어요. 이게 안정적인 게 아니잖아요. 코로나19로 PC방 시간이 단축되면서 손님도 많이 줄고, 근무 시간도 줄면서 소득도 줄었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싶은데 매번 떨어져요.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에 가면 냉골 바닥에 적막감이 심신을 더 힘들게 하죠. 더 큰 문제는 잔고가 바닥인거죠. 제 주변에는 월세 한 두번은 다 밀려봤더라고요. 요즘은 '빚이라도 내야 하나', '고시원으로 넘어가야 하나'하는 생각이에요."

또 다른 걱정이 있냐는 질문에 "건강이 엄청 안 좋아진 것 같아요. 대충 끼니를 해결하는게 습관이 됐어요. 월세 부담 때문에 식비를 많이 아끼게 되더라고요. 가끔은 직접 요리해 먹기도 하는데, 원룸 특성상 요리를 하면 음식 냄새가 옷에 다 배더라고요. 그래서 대부분 라면에 김밥을 먹거나 저렴한 컵밥, 편의점 도시락같은 걸로 끼니를 해결해요. 근데 대부분 음식이 짜거든요. 이런 음식을 주식으로 먹다 보니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그럼에도 이씨는 올해도 자취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

"(1인 가구로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선택한거니까요. 혼자 사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 책임감, 자립감도 많이 높아졌어요. 또 앞으로 일도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결혼도 하면서 1인 가구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 지금은 그 험난한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바라는 정책지원이 있냐는 질문에는 "제가 겪고 있기도 하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이 겪고 있을 고용불안이 해결됐으면 좋겠죠.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지원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주거 정책도 마찬가지고요. 청년들이 부담 없이 상담할 수 있는 심리지원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청년 자살률이 심각하잖아요.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꼭 해야 하나요, 비혼주의 박정연씨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거형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박정연(33)씨는 대학교 때 자취를 시작으로 꾸준히 혼자 살아왔다. 그런 박씨는 최근 셀프 인테리어에 푹 빠져있다. 퇴근 후에도 인테리어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고, 구상하기에 바빴다. 박씨는 혼자 사는 삶에 큰 만족감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최근 셀프인테리어가 인기잖아요. 저도 방 꾸미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 살펴보고 있어요. 제가 직접 꾸미고 제가 머무는 공간이 예쁘게 달라지면 만족감이 높아지더라고요. 혼자 사니까 제가 머무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박씨는 자발적 1인 가구다. 학창 시절부터 혼자 살고 싶어서 독립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대학생 때 처음 자취를 시작했는데, 통금시간도 없었고, 너무 자유로웠어요. 저만의 공간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아요. 내가 원하면 친구들을 불러서 맛있는 요리도 만들어 먹으며 놀아도 되고, 깨끗하게 대청소하면 그날 하루 기분이 너무 좋아요. 가끔은 귀찮기도 하지만 게으른 부분을 많이 고친 계기도 된 것 같아요. 조금만 청소를 안 해도 금방 지저분해지니까요."

"불편한 점이랄까 단점도 있죠. 외국도 마찬가지지만 혼자 사는 여성은 안전에 유의해야 해요. 귀갓길이나, 집을 비울 때, 집 안에 있을 때 모두요. 또 가구를 조립하거나 집안 물품이 고장 나 수리해야 할 때, 힘쓰는 일이 필요할 때는 도움이 필요한 거 같아요. 물론 이제는 웬만한 일은 다 혼자 다 할 수 있지만요. 그리고 외로움은 저는 크게 못 느낀 것 같아요. 평소에 취미생활을 즐겨하기도 하고 할일을 만들거든요. 외로움을 느끼는 1인 가구가 있다면 사소한 거 뭐든지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앞으로도 혼자 살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박 씨는 스스로를 '비혼주의자'라고 말했다.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혼자 살고 있는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서요. 학생 때는 몰랐는데, 취직한 이후로는 금전적인 부분이 훨씬 여유로워지다 보니까 결혼에 대한 생각은 많이 없어졌어요. 무엇보다 취미생활 같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고민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거든요. 주변에도 결혼한 친구들이 많지만, 부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저는 제가 놓은 물건이 그 위치에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네요."

올해 바라는 정책에 대해 박씨는 여성 대상 범죄 처벌 강화와 안전 환경 조성 확대를 들었다.

"여성 1인 가구가 늘면서 스토킹이나, 성폭력, 데이트폭력 같은 범죄가 많이 늘고 있잖아요. 이러한 성범죄 처벌이 매우 강화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저도 느꼈던 귀갓길이 불안한 점이 해소가 되었으면 좋겠고, 여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많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한편 전문가는 청년 1인 가구 정책에 대해 당사자인 청년들이 필요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취업난으로 청년 주거 빈곤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청년 1인 가구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좋은 청년정책이 많지만, 지원 한계가 있어 청년들이 정책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사업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당사자인 청년들이 필요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라며 "맞춤형 정책 보안이 더욱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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