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3%
전문가, 고령층 위한 사회 안전망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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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집 가운데 네 집(38.5%)이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그중 65살 이상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화로 노인 가구는 점차 늘어 2047년에는 그 비율이 5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혼자 사는 노인은 행복할까? 수치만 보자면 한국에서 나이 먹고 혼자 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65살 이상 노인 10만 명당 58.6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노인층이 꼽는 어려움으로 가난(27.7%)이 가장 크고 건강(27.6%), 배우자·가족·지인과 갈등(18.6%), 외로움(12.4%)이 뒤를 잇는다.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인생의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고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독거노인, 80대 김춘옥씨
지난해 1월 남편을 여윈 김춘옥 할머니(80세. 강원도 정선군)에게 새해는 달갑지 않다. 어쩌다 보니 혼자 살 게 된 김 할머니는 만사가 귀찮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반복적인 일상이라고 했다. 그나마 남편이 살아있을 때만 하더라도 끼니를 챙기거나 말동무라도 했지만 지금은 큰 집에 혼자 살고 있다. 그렇다고 도시에 있는 자식들이 같이 살자고 안 한 것도 아니다. 김 할머니는 아파트에 갇혀 감옥 생활을 하기보다는 혼자라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시골이 좋다고 자식들을 안심시켰다. 문득 남편의 부재에 그리움이 생길 때마다 살아생전 남편이 좋아했던 만두를 빚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할머니에게 혼자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혼자 살아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럴 의미도 없이 하루가 흘러간다. 대충 아침 먹고 뒤돌아서 걸레질 몇 번과 화초에 물 몇 번 주면 해가 넘어간다. 낮에는 그나마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시간이 잘 가는 데 문제는 밤이다. 꼭 새벽 두 시쯤 눈이 떠진다. 그러면 다시 잠들지 못하고 꼬박 날을 샌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새삼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령 1인 가구에게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할머니는 정치인 얘기에 다들 '도둑x' 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다만 다음 정권에 소소하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아직 거동을 할 수 있을 정도라 혼자 지내더라도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하지만 아플 때가 문제다. 할아버지(남편)가 계실 때는 아프면 운전해서 병원이라도 가는데 지금은 그냥 참고 있어야 한다. 병원까지 혼자 갈 수 없으니 그게 제일 불편하다. 자식이 와야 그나마 읍내 볼일 보러 갈 수 있다. 더 나이가 들어 고생하면 큰일이다. 나라에서 노인 복지로 다른 것보다 이동 수단에 대해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뉴스를 보니 다른 지역 마을은 100원 택시도 있고 하던데 우리 동네는 그런 게 없다. 한번 읍내를 나가려면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발이 묶여서 어디를 마음대로 갈 수 없으니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할머니는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노인 복지도 요구했다.
"(정선군)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보니 국가에서 노인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라고 얘기는 하는데 신청하면 대상자에서 빠진다. 아직 거동은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가끔은 숟가락 들고 밥 한 숟가락 먹을 힘도 없을 때 노인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데 안된다고 하니 그게 불만이다. 당장 필요한 복지 서비스나 잘 실행되면 좋겠다."
◇혼자가 편해, 70대 박순녀씨
정선군은 김 할머니처럼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근처에 사는 박순녀 할머니(72.강원도 정선군)도 혼자 산지 올해로 10년째다. 박 할머니 역시 남편 사별 이후 줄곧 혼자 지냈다. 박 할머니는 혼자 지내는 것도 익숙해져서 이제는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가끔 오는 자식들도 달갑지 않다는 게 박 할머니 말이다.
"한 번씩 자식들이 오는데 챙겨주는 것도 없지만 귀찮다. 하루 이틀 있다가 가면 치우는 게 오히려 일이된다. 혼자 생활하다가 누가 잠시 왔다가 가는게 오히려 더 힘들다."
물론 박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오는 게 싫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박 할머니께 바라는 고령 1인 가구 정책에 관해 물었다.
"딱히 바라는 것은 없다. 이제 관속에 들어갈 일만 남았는데 바라는 게 있어 무엇하겠나. 그래도 나라에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는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 경로당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것도 안 된다고 하니 갈 곳이 없다. 이 동네 노인들은 이미 백신 3차까지 다 맞았는데 출입을 제한하니깐 매일 집에서 혼자 지낸다. 하루 빨리 경로당 문이나 열었으면 좋겠다."
◇자연과 함께 나 홀로, 60대 고대철씨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은 건강과 돈, 가족과 친구, 명예 등을 떠올린다. 반면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달성했을 때 비로소 행복에 가까워진다. 고대철(68. 강원도 영월군)씨는 2년 전 혼자 귀농했다. 아내를 도시에 남겨둔 채 홀로 농촌 생활에 들어섰다. 농촌 생활의 즐거움을 나열해가면서 설득했지만 아내는 순순히 넘어오지 않았다. 늘 꿈꿔왔던 시골 생활이라서일까. 새삼 인생의 참맛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손자보는 육아에서 탈출한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 2년째 접어들었는데 만족한다. 아내도 같이 와서 자연 속 전원 생활의 기쁨을 알아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자식 걱정에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함께 살겠지만 지금은 홀로 지내는 것도 좋다. 산에서 캔 약초로 각종 효소를 담궈 주변에 나눠주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부족한 듯 느껴지는 시골 생활도 이제는 적응이 됐는지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손수 농사를 지어 수확의 기쁨도 느꼈다. 늦은 나이에 몸으로 쓰는 일을 하니 피곤하지만 그 역시도 좋다. 내년에는 아내가 내려온다면 같이 산이나 다니면서 나물이나 실컷 따다 먹으면 좋겠다."
도시 생활보다 농촌 생활이 더 낫다는 그에게 다음 정권에 바라는 점에 대해 물었다.
"시골에서는 몸은 바쁜데 도시처럼 문화생활을 누린다던가,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나마 이곳에서는 가끔 게이트볼 치러 나가는 게 전부다. 노인들도 함께 다양한 놀이 문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 그게 전부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까지 확대되며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안정적 소득 자산이 기반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빈곤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해결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해서 국내 시니어타운이 수요 증가에 대비,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