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3%
전문가, 고령층 위한 사회 안전망 마련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한층 가파르게 1인 가구 시대로 전환됐다. 혼자 무언가를 하는 행위 자체가 자연스러워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의 삶이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져,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하는 이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1코노미뉴스]는 2021년 신년기획으로 세대별 1인 가구를 만나, '나.혼.산'(나 혼자 산다)을 선택 이유와 바람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열 집 가운데 네 집(38.5%)이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그중 65살 이상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화로 노인 가구는 점차 늘어 2047년에는 그 비율이 5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혼자 사는 노인은 행복할까? 수치만 보자면 한국에서 나이 먹고 혼자 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65살 이상 노인 10만 명당 58.6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노인층이 꼽는 어려움으로 가난(27.7%)이 가장 크고 건강(27.6%), 배우자·가족·지인과 갈등(18.6%), 외로움(12.4%)이 뒤를 잇는다.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인생의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고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독거노인, 80대 김춘옥씨 

지난해 1월 남편을 여윈 김춘옥 할머니(80세. 강원도 정선군)에게 새해는 달갑지 않다. 어쩌다 보니 혼자 살 게 된 김 할머니는 만사가 귀찮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반복적인 일상이라고 했다. 그나마 남편이 살아있을 때만 하더라도 끼니를 챙기거나 말동무라도 했지만 지금은 큰 집에 혼자 살고 있다. 그렇다고 도시에 있는 자식들이 같이 살자고 안 한 것도 아니다. 김 할머니는 아파트에 갇혀 감옥 생활을 하기보다는 혼자라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시골이 좋다고 자식들을 안심시켰다. 문득 남편의 부재에 그리움이 생길 때마다 살아생전 남편이 좋아했던 만두를 빚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할머니에게 혼자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혼자 살아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럴 의미도 없이 하루가 흘러간다. 대충 아침 먹고 뒤돌아서 걸레질 몇 번과 화초에 물 몇 번 주면 해가 넘어간다. 낮에는 그나마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시간이 잘 가는 데 문제는 밤이다. 꼭 새벽 두 시쯤 눈이 떠진다. 그러면 다시 잠들지 못하고 꼬박 날을 샌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새삼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령 1인 가구에게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할머니는 정치인 얘기에 다들 '도둑x' 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다만 다음 정권에 소소하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아직 거동을 할 수 있을 정도라 혼자 지내더라도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하지만 아플 때가 문제다. 할아버지(남편)가 계실 때는 아프면 운전해서 병원이라도 가는데 지금은 그냥 참고 있어야 한다. 병원까지 혼자 갈 수 없으니 그게 제일 불편하다. 자식이 와야 그나마 읍내 볼일 보러 갈 수 있다. 더 나이가 들어 고생하면 큰일이다. 나라에서 노인 복지로 다른 것보다 이동 수단에 대해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뉴스를 보니 다른 지역 마을은 100원 택시도 있고 하던데 우리 동네는 그런 게 없다. 한번 읍내를 나가려면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발이 묶여서 어디를 마음대로 갈 수 없으니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할머니는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노인 복지도 요구했다. 

"(정선군)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보니 국가에서 노인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라고 얘기는 하는데 신청하면 대상자에서 빠진다. 아직 거동은 할 수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가끔은 숟가락 들고 밥 한 숟가락 먹을 힘도 없을 때 노인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데 안된다고 하니 그게 불만이다. 당장 필요한 복지 서비스나 잘 실행되면 좋겠다."

◇혼자가 편해, 70대 박순녀씨 

정선군은 김 할머니처럼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근처에 사는 박순녀 할머니(72.강원도 정선군)도 혼자 산지 올해로 10년째다. 박 할머니 역시 남편 사별 이후 줄곧 혼자 지냈다. 박 할머니는 혼자 지내는 것도 익숙해져서 이제는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가끔 오는 자식들도 달갑지 않다는 게 박 할머니 말이다.

"한 번씩 자식들이 오는데 챙겨주는 것도 없지만 귀찮다. 하루 이틀 있다가 가면 치우는 게 오히려 일이된다. 혼자 생활하다가 누가 잠시 왔다가 가는게 오히려 더 힘들다."

물론 박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오는 게 싫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박 할머니께 바라는 고령 1인 가구 정책에 관해 물었다. 

"딱히 바라는 것은 없다. 이제 관속에 들어갈 일만 남았는데 바라는 게 있어 무엇하겠나. 그래도 나라에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는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 경로당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것도 안 된다고 하니 갈 곳이 없다. 이 동네 노인들은 이미 백신 3차까지 다 맞았는데 출입을 제한하니깐 매일 집에서 혼자 지낸다. 하루 빨리 경로당 문이나 열었으면 좋겠다."

◇자연과 함께 나 홀로, 60대 고대철씨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은 건강과 돈, 가족과 친구, 명예 등을 떠올린다. 반면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달성했을 때 비로소 행복에 가까워진다. 고대철(68. 강원도 영월군)씨는 2년 전 혼자 귀농했다. 아내를 도시에 남겨둔 채 홀로 농촌 생활에 들어섰다. 농촌 생활의 즐거움을 나열해가면서 설득했지만 아내는 순순히 넘어오지 않았다. 늘 꿈꿔왔던 시골 생활이라서일까. 새삼 인생의 참맛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손자보는 육아에서 탈출한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 2년째 접어들었는데 만족한다. 아내도 같이 와서 자연 속 전원 생활의 기쁨을 알아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자식 걱정에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함께 살겠지만 지금은 홀로 지내는 것도 좋다. 산에서 캔 약초로 각종 효소를 담궈 주변에 나눠주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부족한 듯 느껴지는 시골 생활도 이제는 적응이 됐는지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손수 농사를 지어 수확의 기쁨도 느꼈다. 늦은 나이에 몸으로 쓰는 일을 하니 피곤하지만 그 역시도 좋다. 내년에는 아내가 내려온다면 같이 산이나 다니면서 나물이나 실컷 따다 먹으면 좋겠다."

도시 생활보다 농촌 생활이 더 낫다는 그에게 다음 정권에 바라는 점에 대해 물었다.

"시골에서는 몸은 바쁜데 도시처럼 문화생활을 누린다던가,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나마 이곳에서는 가끔 게이트볼 치러 나가는 게 전부다. 노인들도 함께 다양한 놀이 문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 그게 전부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까지 확대되며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안정적 소득 자산이 기반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빈곤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해결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해서 국내 시니어타운이 수요 증가에 대비,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