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1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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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시대, 대중의 주된 관심사는 '혼자서도 잘 사는 법'이다.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듯 '잘 산다'에 대한 기준 역시 다르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매 끼니를 잘 챙겨 먹는 '올바른 식습관'을 실천하는 1인 가구는 많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혼밥'(혼자 밥을 먹는 행위)이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1인 가구의 선택지가 다양해졌지만, 결식이나 외식으로 대체하는 비중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 먹는 밥 대충 때우면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고, 혼자 살면서 꼬박꼬박 식사를 챙기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이에 1인 가구 수가 늘어날수록 국민 건강 악화 우려 역시 커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의 42.4%는 균형 잡힌 식사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자료를 보면 1인 가구는 하루 평균 2.2끼를 섭취하며, 하루 1회 이상 외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대체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은데 아침 결식은 비만, 당뇨병 등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19세 이상 성인 3691명을 대상으로 가구 형태별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2019년 3월), 1인 가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16.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인 가구(7.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혼자 먹는 저녁 역시 좋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팀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녀 1만3522명을 가구원 수별로 나눠 혼자 저녁을 먹는 성인의 건강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혼밥이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밥 시 남녀 모두 타인과 함께 식사할 때 보다 총에너지 섭취량, 단백질 섭취 비율, 철분, 일부 비타민 B군 섭취량이 적었다. 

1인 가구의 경우 다인 가구보다 가정간편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나트륨 과잉 섭취 가능성도 크다. 찌개류 가정간편식의 영양성분 함량은 1회 제공량 당 평균 열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함량이 낮아 한 끼 식사 대용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대로 1회 제공량 당 나트륨 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1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2000mg)의 50.6%에 달한다.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권장량을 훌쩍 넘긴다. 배달음식 역시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 나트륨 함량이 과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밥은 정신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혼밥 남성은 동반 식사 남성보다 수면부족 위험이 1.3배, 우울한 기분에 빠질 가능성 1.9배, 극단적 선택 생각 2.2배 높았다. 여성도 수면부족 위험 1.4배, 우울감 1.5배, 극단적 선택 가능성 1.6배 높게 조사됐다. 

실제로 40대 1인 가구 임상혁(가명)씨는 퇴근 후 빈집에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적막감과 우울감을 피하기 위해 가벼운 음주를 선택했다. 배달음식이나 포장음식에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바로 수면에 들기 위해서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임씨의 이러한 일상은 결국 건강을 악화시켰다.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임씨는 다수의 용종을 제거해야 했고, 고혈압·고지혈증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까지 받았다. 

30대 1인 가구 전시은(가명)씨는 최근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비자발적 1인 가구인 전씨는 혼밥이 싫다. 혼자 집에 있다 보면 부정적 생각에 휩쌓이고 혼자 밥을 먹을 때면 부쩍 외로움이 느껴져서다. 최근에는 수면제와 근육이완제를 동시에 복용하면서 만 하루를 꼬박 잠들었다가 가족의 신고로 119가 출동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1인 가구 식사 지원이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됐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자체 대부분이 1인 가구 관련 정책으로 '공유주방' 또는 '요리 강좌'를 운영 중이다. 밀키트 또는 도시락을 제공하며 1인 가구간 모임 형성을 지원하기도 한다. 혼밥 탈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혼밥을 하더라도 건강한 한 끼가 될 수 있도록 맞춤형 도시락이나 식단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저소득층이 질 좋은 식재료를 직접 구매해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돕는 농식품 바우처 지원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지원은 예산적 한계가 있어 다수의 1인 가구가 혜택을 보기 못하고 있다. 

이에 식품영양 전문가들은 밀키트나 도시락 지원, 식자재 지원보다는 식생활 교육을 통해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에 있는 한 1인가구지원센터 관계자는 "1인 가구 식생활 개선을 위한 요리 강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체로 지원하는 사람만 지원한다"며 "홍보 부족도 있지만, 1인 가구 스스로가 식습관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오현정 서울시의회 의원은 "혼자 사는 1인 가구일수록 건강에 소홀해 질 수 있다. 1인 가구는 절반 이상이 식사를 거르고 반찬을 만들지 않는 등 불규칙한 식습관 문제를 겪고 있다"며 "모든 시민이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사는데 필요한 기본 조건 중 하나가 '균형 있는 영양 섭취'다. 1인 가구를 위한 영양관리사업 등이 수행되어 많은 시민이 전 생애에 걸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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