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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우 지하·옥탑·고시원(지옥고) 폐쇄 및 공공임대주택 요구연대 대표가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 앞에서 '고시원 참사는 사회적 타살·고시원 폐지하고 공공주택 제공하라'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혼자 살다 참변', '1평 고시원이 집이냐','사람 목숨 파리 목숨' 

40년 전 유치원이었던 건물은 고시원으로 바뀐 뒤 오갈데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휴식처였다. 이들은 짧게는 1달부터 길게는 10년이 넘게 고시원을 지켰다. 사연은 저마다 가지각색이었지만 혼자 산다는 점은 공통된 점이다. 

13일 서울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6시33분쯤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 2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이에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실화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사망자인 70대 남성은 전신 2도 화상을 입은 채로 고시원 휴게실에서 발견됐고, 60대 남성도 전신화상을 입고 복도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병원으로 바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고시원에 거주하던 다른 17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며, 1명은 연기를 흡입했지만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불은 사망자 중 한 명이 거주하던 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들은 대피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소방과 경찰은 방화와 실화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 중이다.

사고가 난 고시원에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각 방에 하나씩 설치돼 있었지만 화재 당시 약 10분간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불길이 강해 스프링클러만으로 진압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화재를 목격한 인근 동네 주민 A씨는 "갑자기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많이 났다"며 "두 명이 구조돼 나왔고, 나머지 주민분들은 혼비백산하며 한 명씩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1인 가구"라며 "보증금이 저렴해서 잠깐 있으려다가 몇 년씩 살던 사람들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31%를 넘긴 가운데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고시원'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1인 가구가 고시원이나 숙박업소 객실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생활하는 비율은 전체 가구보다 두 배 정도 높다.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절반 정도는 지옥고에 사는데 이들은 보증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곳을 택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주거에 다양한 지원책과 안전관리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고시원 앞에서는 '집걱정없는세상연대' 등 12개 시민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1월에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로 7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주거지원책과 안전관리대책이 발표됐다"며 "하지만 유사한 사례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위험한 주거 공간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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