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서대문구에서 거주하는 A(83)씨는 아들 B씨의 폭행으로 갈비뼈가 골절됐다. 일용직이었던 아들 B씨에게 일하러 안 가냐고 물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관할 사회복지사에게 수차례 "아들과 따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행으로 인한 존속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공소 기각 판단을 받았다. A씨가 아들이 처벌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출한 처벌불원서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2. 충북 음성에 사는 C(82)씨는 수년간 친아들 D씨에게 언어 폭행을 당했다. D씨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데 뭣하러 먹고 사느냐. 언제까지 살려고 그러냐" 언어 폭력에 시달렸다. 최근 C씨는 친아들의 정신적 학대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가 주변 도움으로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가운데, 자녀와 배우자 등에게 협박과 폭행 등 학대받는 노인이 늘고 있다. 폐쇄된 공간과 관계로부터 오는 학대는 노인들의 신고마저 망설이게 하고 있다. 노인들은 자식의 처벌을 걱정하거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가정사로 치부하기에는 사태가 심각하다"라며 "재학대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약 1만 2천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천1백여 건이었던 지난 2017년에 비하면 4년 사이 2배가 급증한 셈이다. 

유형별로는 폭행 등의 신체적 학대가 82%로 가장 많았고, 정서적 학대가 9%로 나타났다. 학대 행위자는 자녀가 49%, 배우자가 47%로 가정 내에서 일어난 경우가 97%나 됐다. 

이 때문에 피해 노인들은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학대 사실을 숨기거나 신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재학대도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1년 사이 20%나 증가했다. 

노인학대 증가 원인으로는 노인 인구 증가, 피해 인식 확산,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및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증가 등이 꼽힌다. 또 노인 빈곤 문제도 심화하면서 신체나 경제적으로 자녀 및 배우자의 부양 스트레스가 커져 학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사회적 단절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서울여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 노인 학대 예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단절된 관계를 이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그동안 청년, 중장년, 노인 등 세대 분절적인 서비스 전달체계를 운영해왔는데 이는 노인 등 특정 연령층이 소외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들이 가족 외 관계에서 접촉이 늘어야 학대를 예방하고 발굴할 수 있다. 방문 상담 및 심리 치료 등 노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 전달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구축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강화 등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역사회 공동체를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노인학대 공동대응체계'가 필요하다"며 "경찰의 현장대응 및 수사, 지역사회의 노인학대 사전예방 및 인식개선 사업, 피해 노인의 보호와 지원, 전문기관 및 보호시설 확충 등이 체계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북영동경찰서는 이날 영동군노인복지관 대회의실에서 노인대학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인 교통사고와 학대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은 각 부서별 담당자인 교통관리계 윤지호 순경, 여성청소년계 정기종 경감이 강사로 나서 무단횡단과 음주 보행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서다, 보다, 걷다 등의 횡단보도 보행 3원칙을 안내했다.

아울러 '노인학대 예방·근절 추진기간(6월 15일~7월 15일)'임을 홍보하고 노인학대 유형과 신고와 대처 방법에 대해 교육했다.

최영기 영동경찰서 서장은 "어르신 교통사고와 노인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방문교육과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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