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이 떠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빈집 문제'이다. 일본 내 빈집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총무성의 주택 및 토지 통계 조사에 의하면 2018년, 전국의 빈 집은 849만호로 30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주택 중에서 빈 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13.6%이지만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향후 빈집 관련 대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2038년 빈집 수는 2254만채로 증가하고, 그 비중은 31%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즉, 일본내 집의 3분의 1이 빈집이 되며 다시 말해, 우리 옆의 두 집 중 한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더하여 일본 주택 시장의 특징 또한 빈집 문제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고 주택 시장이 발달한 반면 일본은 신축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다. 게다가 한국에 비해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 많은 일본의 특성 또한 빈집 문제를 악화시킨다. 빈집을 방치하며 경관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치안 및 방재 등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가 확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빈집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황폐화되기 쉽다.  

도시정책을 전문 분야로 하는 메이지대의 노자와 (野澤) 교수는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본은 빈 집 대국이 되기 전야 단계"라고 표현하고 있다. "1947~49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가 살던 집의 상속이 이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빈 집이 대량으로 나와 팔기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라며 위험을 경고한다.

반면 코로나 19 확산 이후 지방 도시의 빈집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지방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삿포로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홋카이도의 쿠리야마쵸 (栗山町)에는 최근 빈집에 대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2016~19년에는 연간 0~3건 정도에 달하던 빈집 관련 문의가 2020년에는 갑자기 38건으로 증가하였다. 2021년도 11월까지는 상담이 29건을 넘어섰으며, 빈집에 흥미를 보인 사람들의 약 70%는 홋카이도 지역 외에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쿠리야마쵸 내 빈집은 약 270호 정도인 반면 팔 수 있는 상태로 빈집 거래 플랫폼인 '빈집 뱅크 (空き家バンク)'에 등록되어 있는 집은 단 2채 뿐이다. 빈집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집의 수리와 인테리어, 그리고 집의 매각 혹은 임대 설정에 대한 사전 동의 및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집주인이 이미 사망하였거나 치매, 혹은 건강상의 이유로 소통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방치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나 가족들마저 관련 절차를 잘 모르거나 수리 및 해체에 비용이 드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 주택의 매입과 회생을 전문으로 하는 카치타스 (カチタス)가 지난 7월 처음으로 실시한 전국의 빈집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빈집의 실상이 밝혀졌다. 빈집의 78%는 단독 주택이 차지했고, 상속과 관련한 가족과의 대화가 없다는 응답이 67%나 되었다. 빈집의 매각을 '조기에 검토'하거나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싶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합계 23%에 머물러 빈집 처리를 위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빈집에 대한 결말이 나지 않아 수요와 공급의 극단적인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최근 일본의 현상인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빈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간 협력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빈 집 조사 등을 업무를 하는 아키야카츠요(空き家活用) 주식회사는 위성으로 찍은 화상을 인공 지능으로 해석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아키야카츠요는 조사원이 현지에 방문해 주택의 우편함을 확인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지금까지 16만건이 넘는 빈 집을 조사해왔다. 동사는 이러한 데이터를 모아 부동산 회사에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위성 영상 및 드론 촬영 영상을 해석하여 조사의 효율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형태를 AI가 학습하여 위성 영상을 통해 집 주차장에 자동차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한다.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경우는 빈집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며 해당 집은 조사대상에서 생략한다. 실증실험 결과 조사원이 실제 현장에서 조사하는 시간과 비용을 30%정도 삭감할 수 있었다. 

빈 집을 빌려주는 젝트원 (ジェクトワン)과 빈집의 해체 공사를 지원하는 쿠라소네 (クラッソーネ)는 올해 제휴를 시작하였다. 젝트원은 빈 집을 빌려 필요한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임대한 후 집세를 소유자와 배분한다. 하지만 받을 수 있는 월세가 너무 낮은 경우 혹은 보수 공사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경우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는 이러한 빈집은 쿠라소네에 소개, 해체함으로서 빈집 상태로 오래 머무는 것을 방지한다. 

반면 쿠라소네 사이트에는 전국 1500개 이상의 해체 회사가 등록, 빈 집 소유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해체를 의뢰한 집 중에도 집을 해체하지 않고 임대 등에 활용하는 편이 메리트가 큰 물건도 있는데 이러한 물건의 소유자에게는 젝트원을 소개하는 것이다.  

도쿄의 타마 지역을 중심으로 간병 및 돌봄 시설에의 고령자 입주를 서포트하는 코타츠 생활개호(こたつ生活介護)는 고령자들이 시설로 옮겨진 후 빈 집이 되는 경우가 많은 점에 착안, 고령자들의 집 매각도 함께 지원하는 사업을 지난 해 가을 시작했다. 고령자가 시설 입주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빈집을 활용할 방안을 제안하는데, 조기에 집 주인과 이야기할 수록 빈집이 되는 것을 막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건물 노후화가 심화되면서 현재 일본의 빈 집은 전국적으로 약 850만호에 이른다. 빈집 문제는 여러한 사정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회사가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복수의 기업이 제휴하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직 협업 규모는 매우 작다.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 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비영리 단체 등을 포함한 협력 체제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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