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거래 늘고 가격 Up…전세는 Down
"금리 인상·깡통전세 우려에 월세화 가속"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 박선경(39, 가명)씨는 오는 11월 이사를 앞두고 있다. 현재 보증금 3억원 전세에 거주 중인데 전세자금 대출금이 2억이 넘는다. 임씨는 "금리가 올라서 월세나 전세나 별 차이가 없어졌다. 전세 사기 걱정하며 집 구하기도 싫고, 월세가 옵션도 더 좋다"며 "경제적으로도 목돈을 활용할 수 있어 더 이득인 것 같아 월세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정유원(35, 가명)씨는 재계약을 앞두고 집중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 이사를 고민 중이다. 정씨는 "현재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30만원을 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월세를 150만원으로 올렸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대출 이자에 물가까지 올라서 월 20만원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라며 "회사에서 좀 멀어지더라도 주거비를 아낄 겸 이사를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내리막을 걷자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월세시장이 혼란스럽다. 고금리에 깡통전세 우려까지 커지면서 되려 월세가 올라서다. 가을 이사철, 임대차시장이 혼란을 빗으면서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를 보면 올 1~8월 누적 월세 거래량 비중은 전체 거래의 51.6%로 전년 동월 대비 9.0%포인트 증가했다. 8월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12.9%, 전년 동월 대비 26.3%나 늘었다. 

또 부동산114가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동기간 서울 전체 임대차계약 중 월세는 31만5254건으로 전세(27만8480)보다 많았다. 월세거래가 전세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집값 하락으로 인한 깡통전세에 불안감이 세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수요가 증가하면서 월세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01.1에서 올 8월 102.8로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100.8에서 102로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월세는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매달 조금씩 오르고 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마포한화오벨리스크 전용 28㎡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9만~8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74만~75만원선이었다. 우정마샹스 전용 13.52㎡는 지난 8월 500만원에 월 45만원에 거래됐다. 전년 동월에는 500만원에 35만원에 거래됐던 곳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례적이다. 월세시장은 매매, 전세와 달리 가격변동폭이 적다. 수요자들이 가격변동에 민감해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없어서다.

예상치 못했던 월세가격 상승에 생활이 팍팍해지는 건 1인 가구다. 

1인 가구의 경우 약 40%가 월세에 거주한다. 이렇다 보니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주거비 부담(RIR,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높다. 

국토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일반가구 RIR은 16.1%인데 반해 1인 가구는 16.3%로 높다. 청년 1인 가구(16.3%)와 고령 1인 가구(31.3%)가 특히 높다. 주거비 과부담 가구 비율 역시 일반가구(26.7%)보다 1인 가구(30.8%)가 높다. 

서울 마포구의 한 개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이다 보니 전월세 계약은 계속 있다. 비중은 월세가 많다. 월세 가격은 보증금 액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오르긴 올랐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 기조, 깡통전세 우려 등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을 이사철 수요가 해소되면 월세 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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