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진의 리더십 읽기 -바보 천재삼총사⑨

 

주윤발 유역비 주연의 <조조-황제의 반란(원제목 銅雀臺)>은 손에 잡은 권력의 크기만큼 긴장과 고민, 갈등이 컸던 조조를 일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서 보는 영화다. 한나라에 대한 역적이 아니라 충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실제의 역사적 사실에다 사실과 사실 사이의 공백을 상상으로 메꾸고 이은 팩션(Faction  = Fact + Fiction) 영화인 것이다. 영화란 것이 원래 설명보다는 보여줌으로써 느끼게 하는 힘이 큰 매체여서 당시의 맥락 내용을 미리 아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큰 자극을 주는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조조가 213년 위공이 될 무렵부터 218년 길본의 반란을 겪을 때까지, 5년여 기간의 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황제가 조조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혈서로 써서 복대에 숨겨 복황후의 아버지인 복완에게 전달한다. 이에 따라 복황후와 복완, 신하들이 시도했으나 실패한다. 조조는 복황후를 비롯한 주동 세력을 제거하고 자신의 두 딸을 황제에게 시집보내어 외척 세력의 영역까지 모두 장악하여 그의 권력은 더 공고해진다. 5년 뒤인 218년, 조조의 주치의인 길본이 또 반란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그 결과 한 왕실의 문무백관 절반 이상이 숙청된다.

실제로 조조는 황제 이상의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번 모반도 겪었다. 그리고 점차 나이가 들고 극심한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몸은 물론 마음도 조금씩 약해졌다. 자신이 죽은 뒤에 체제와 권력이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세운 이 권력이 오래 유지되도록 하려면 장차 위험이 될만한 것은 미리 제거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것이다. 조선의 태종이 세종을 위해 악역을 자처했던 것처럼 말이다.

길본의 반란을 제압한 후 조조는 남쪽 한중 지역으로 영역을 넓힌 유비를 토벌하는 정벌 전쟁에 양수를 데리고 간다. 조조는 유비군과 다섯 달 넘게 대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후퇴하자니 영 모양 빠지게 된다. 그렇게 난감하던 어느 날, 저녁 식사로 계탕(鷄湯)이 올라왔다. 그릇 속의 계륵(鷄肋-닭갈비)을 보고 있는데 부하 하후돈이 들어와서는 오늘 밤 암호를 뭐라고 할까를 물었다. 조조는 무심코 '계륵'이라고 말했다.

하후돈이 병사들에게 그날 밤 암호는 계륵이라고 전달하는데 그것을 들은 양수가 군사들에게 행장을 수습하고 철수 준비하라고 한다. 하후돈이 놀라며 묻자 양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닭갈비는 먹자니 귀찮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 앞으로 나아가자니 이기기 어렵고 뒤로 물러서자니 남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그냥 더 있어봐도 이익이 없으니 일찍 돌아가는 것이 낫지요. 암호를 보니 위왕께서 곧 퇴군하실 듯합니다. 그러니 갑작스러운 퇴군 명령이 내려지면 당황하지 않도록 행장을 챙기라고 한 것입니다."

맞는 말이다 싶어서 하후돈도 군사들에게 행장을 꾸리라고 했다. 다음날, 조조는 양수의 말 대로 철수 지시를 한다.

한중에서 철수하여 낙양쯤 왔을 무렵, 업성에서 위풍이 조조를 제거하려는 음모가 발각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219년 9월). 음모에 가담했던 사람이 조비에게 밀고한 것이다(당시 조비는 업성에서 후방을 관리하는 중이었다). 이 일이 계기가 된 것일까, 양수는 한중 정벌에서 돌아오다가 잠시 머무는 낙양에서 체포된다. 여러 제후들과 사사로이 왕래하고 교류하면서 국가의 언교(구두지시)를 빼내어 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명이었다. 그리고 처형되어 죽는다(219년 10월).

인재 욕심이 많은 조조가 재사인 양수를 왜 처형했을까? 사람들은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는, 그는 당시 최고의 명문가 출신이었고 원술의 누이의 아들, 손권의 처남이었다. 즉 조조와 경쟁 중인 외부의 세력과 복합적이고도 긴밀하게 연결된 신분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뛰어난 재사였다. 그런 양수가 외부세력과 결합한다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양수는 자신이 위협이 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지 못했다.

둘째는, 조조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떠벌렸다. 양수와 비교되게 곽가도 똑똑하고 조조의 의중을 잘 읽었다. 그러나 다르게 행동했다. 적당한 선에서 모른척하거나 간접적으로 전하거나 조조가 스스로 말하게 밑밥을 까는 등 지혜롭게 처신했다. 신경을 거스를만한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으며 적당히 비위를 맞추기도 했다. 그런데 양수는 자기 재주를 드러내고 떠벌렸다. 그래서 제갈량은 양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남보다 잘 아는 것을 입안에 삼키고 있기란 어렵다. 양수가 조금만 더 지혜로웠더라면 입을 열지도 않았을 것이고,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을 한 것이다.

셋째는, 절대 권력자의 집안 문제에 너무 깊이 개입했다. 조조는 조식과 친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정치적 조언을 하는 양수가 안심되지 않았을 것이다. 30리 앞선 지혜를 가진 양수는 항상 조조의 속셈을 간파했다. 조비의 속셈도 간파할 것이다. 그렇다면 장차 조비가 왕이 되었을 때 조비의 속셈을 간파하는 양수는 골치 아픈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좋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에 송곳을 넣으면 저절로 밖으로 뚫고 나온다. 뛰어난 자는 세상이 답답해 보이고 나서서 무언가 말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자기 입으로 자기가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는 사람은 하수다. 고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리게 한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알려지게 하는 것, 그것이 고수의 전략이다. 물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능력과 겸손이 항상 함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양수의 충성은 조식을 위한 것이었으나 궁극적으로는 조조를 위한 것이 되어야 했다. 조식에게 충성하면서 조조의 뜻에는 어긋난 것, 그것이 양수가 실패한 핵심적인 원인이다. 날카롭기만 한 송곳은 흉기일 뿐이다. 지나친 영민함이 독이 되고 위협이 되는 뛰어난 사람은 우선적인 제거대상이 되기 쉽다. 뛰어나고 믿을 수 있으며 위협적이지 않게 되는 것, 그것이 송곳이 갖춰야 할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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