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진의 리더십 읽기 -바보 천재 삼총사⑦

 

 208년에 삼공을 폐하고 스스로 승상이 된 조조는 조정의 모든 권력을 움켜쥐고 손권 토벌 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5년 후, 신하들이 구석 아부를 한다.

구석을 내린다는 것은 황제가 자리를 양위하겠다는 의미를 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대신들이 황제에게 황제의 자리를 조조에게 양위하라는 압박을 한 것이다. 조조에게 황제가 되라는 최고의 아부를 한 셈이다. 

그것을 반대하던 순욱은 조조로부터 빈 도시락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순욱이 죽고 1년 후, 조조는 다시 스스로 위공의 자리에 오르고 실질적으로는 황제 이상의 힘을 가진 존재가 된다. 그러자 조조에 대한 더 센 반발이 일어났다. 그런 반발을 누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을 하는 것이다. 내부의 모든 불만이나 저항 세력을 외부의 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조는 거의 모든 전쟁을 직접 지휘했고, 때로는 무모한 전투도 강행했다. 작은 세력으로 시작한 조조가 강한 카리스마와 지배력을 가진 세력으로 성장하는 불가피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실제로 조조의 지배력은 거대해졌다. 그러나 나이는 이길 수 없다. 자신이 늙었음을 인식하면서 차츰 지금의 권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방법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누구를 후계자로 할지도 그 고민 중 하나였다.

사실 조조는 막내아들 조충을 가장 사랑했다. 그런데 어려서 죽고 만다. 장남 조앙도 조조와 함께 전투에 나섰다가 전사하고 말았다. 그래서 3남 조비와 4남 조창, 5남 조식 셋이 남았다. 4남 노랑 수염 조창은 용감한 무장이고 많은 전공을 세웠는데 뛰어난 장군이 되고자 했다. 후보는 조비와 조식으로 좁혀졌다. 조조는 두 아들을 경쟁시킨다. 조비의 참모에 사마의를 배치해서 보좌하게 했다. 양수는 자원해서 조식의 참모가 된다. 

조비가 조금 유리한 출발을 했다. 25살에 오관중랑장 겸 부승상이 되어서 조조를 보좌하기 시작했고, 장남승계원칙을 주장하는 많은 신하가 조비를 지지했다. 그런데 조조는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고 자유분방한 조식을 좀 더 사랑한 것으로 보인다. 두 아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것을 보여주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조식 편을 들던 양수가 조비를 위한 좋은 계책을 내는 오질이라는 자가 비단 바구니에 숨어서 대궐에 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양수는 곧바로 조조에게 "공자(조비)께서 조가장 오질을 대궐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라고 고자질했다.

조조가 확인하려는 것을 눈치 챈 조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물으니 오질은 간단하게 "다음엔 진짜로 비단만 들여오십시오"라고 대답했고, 조비는 그 말대로 했다. 조조의 신하가 조비가 들여오는 바구니를 확인해 봤더니 바구니에는 비단만 들어 있었다. 보고를 받은 조조는 양수가 조비를 모함하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조조가 조비와 조식의 재간을 시험해 보려고 두 아들에게 성 밖에 다녀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궁궐 문지기에게는 아무도 성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는 명령를 내렸다.

조비가 궁궐을 통과하려고 하자 문지기가 조조의 명령이라면서 막으니 그냥 돌아갔다. 조식이 양수에게 방법을 묻자 "공자께서 승상의 명을 받들고 나가려는데 그것을 막는 자가 있다면 베어버리셔도 됩니다"라고 하였다. 조식은 문지기를 베고 성문 밖으로 나갔다.

조식의 예상 밖 행동이 놀라워서 왜 그렇게 했느냐 묻자 조식은 "양수가 가르쳐 주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조조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으나 속으로 양수를 경계하게 되었다.     

위의 에피소드를 통해 양수가 매우 전투적으로 후계자 경쟁에 몰입했으며, 과격한 권모술수도 불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조식은 조비보다 더 화려한 참모진을 거느리고 있었다고 한다. 지나친 행동도 가리지 않는 것을 지켜본 조조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단순한 후계자 경쟁이 아니라 두 아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아버지라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 않았을까?

후계자 경쟁에 임할 때 결정권자의 기준이나 허용범위를 벗어나는 전략이나 대응은 위험하다. 이기려는 의욕이 지나쳐서 부모-자식의 관계나 가족이라는 본능적 기준을 건드리게 되면 이기더라도 이긴 게 아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상대방을 해치거나 위해를 가하거나 거짓을 고해 모함한다고 느껴지게 하는 것은 아버지 조조의 깊은 면을 건드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의사결정권자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의도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의사결정자를 경쟁 상대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문지기에게 문을 열지 말라는 것은 조조의 공적인 명령이다. 아들들에게 문을 나갔다 오라고 한 것은 조조의 사적인 지시다.

문지기를 죽이고 문을 나간 조식의 행동은 조조의 공적 명령을 거스르는 행동이 된다. 사적인 명령을 위해 공적인 명령을 거스른 것이다. 조조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조식의 그런 행동이 양수의 생각에 따른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조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후계자 경쟁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목숨을 걸 각오를 해야 한다. 후계자를 선정하는 것은 더 사랑하는 아들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다. 지금의 체제와 권력을 더 잘 유지하고 이끌어갈 더 유능한 아들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이다.

양수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불리한 조식을 선택해서 참모가 되었을까? 불리한 조식을 자신의 능력으로 보좌해서 승자로 만든다면 더 큰 파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양수는 혹시 자신이 조조의 경쟁 세력과 친척관계였던 불리한 신분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었을까?

그래서 그는 죽을 때 "나는 본래부터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잠시 면하고 있었을 뿐(我固自以死之晩也)이다"고 말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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