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di의 야채, 육류 코너./사진=신락균
Lidi의 야채, 육류 코너./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신락균= 한국의 슈퍼마켓 체인하면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브랜드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영국에는 슈퍼마켓 브랜드가 한국보다 많은 편인데, 우선 영국 국내 브랜드인 Tesco, Sainsbury’s, Waitrose, Asda, Morrisons 등이 있고, 그 외에도 독일에서 들어온 브랜드인 Lidl과 Aldi 역시 런던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Tesco나 Sainsbury’s는 편의점도 있는 반면에 Asda나 Morrisons의 경우는 중, 대형 마트만 있다. 영국의 시장 조사 및 데이터 분석 업체인 YouGov에 따르면 영국의 슈퍼마켓 브랜드는 중소 브랜드까지 합치면 총 38개가 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선택권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소득에 따라 쇼핑하러 가는 슈퍼마켓이 다르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대형 마트가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격 경쟁을 하고 여러 가지 행사를 많이 하고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영국에서도 그런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트마다 기본적인 출발 가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동일한 화장지 롤을 팔아도 Lidl에서는 1파운드라면 Waitrose는 2파운드다. 마트에서 취급하는 품목, 브랜드 차이도 많이 난다.  예를 들어 Waitrose에 있는 감자칩 브랜드가 Lidl에 가면 없다. 대신 Lidl에는 이를 대체할 다른 저가 브랜드가 있다. 앞서 든 예시에서 알아챘겠지만 Waitrose는 상품의 가격대가 높고 그래서 중산층 이상이 주로 가는 마트, Lidl은 상품의 가격대가 낮고 주로 저소득층이 가는 마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Lidl에 있는 상품이 무조건 품질이 좋지 않거나 맛이 없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저가형 마트와 고가형 마트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품목이 있는데 바로 과일, 채소, 육류, 생선이다. 

과일, 채소의 경우 Waitrose는 상품도 신선하고, 유기농 상품 코너가 꼭 있다. 취급하는 채소의 종류도 많다. 그리고 바질, 파슬리, 고수 같은 것들은 조그마한 화분에 담긴 채로 판매가 된다. 육류와 생선 코너에 가면 이미 포장되어 있는 상품이 아니라 마치 정육점, 생선가게에 있는 것처럼 진열되어 판매 전까지 신선함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고 전체적인 매장의 분위기도 아주 잘 정돈되어 있으며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굳이 한국의 슈퍼와 비교하자면 한국 백화점 지하에 가면 볼 수 있는 매장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Waitrose의 야채, 육류, 생선 코너영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Tesco나 Sainsbury’s의 경우 Waitrose보다는 조금 저가의 슈퍼마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Lidl처럼 취급하는 상품이 적은 것도 아니다. Tesco나 Sainsbury’s는 편의점도 있어서 런던 중심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다. 영국의 가장 전형적인 슈퍼마켓, 한국의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Lidl이나 Aldi의 경우 주로 저가형 상품이 많다. 독일 브랜드인 Lidl과 Aldi는 영국에 입점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영국 상륙 이후 Tesco나 Sainsbury’s같은 전통적인 국내 브랜드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Lidl과 Aldi의 경우 매장 내 분위기도 Waitrose와 비교하면 일반 슈퍼마켓 매장 느낌이 난다. 상대적으로 저가형 상품, 냉동식품이 많으며, 매장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물품 진열이 깔끔하지 않은 진열대도 꽤 많다. 채소나 과일의 경우 취급하는 종류도 적으며 유기농 상품은 거의 없다. 육류나 생선의  경우 거의 포장된 상태로 판매한다. 며칠 전 런던에 오래 거주하신 동료 선생님과 슈퍼마켓 관련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육류, 생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Waitrose에서 산 상품은 유통기한이 3-4일 정도이고, 같은 육류 회사에서 납품을 받은 상품인데 Lidl의 경우 유통기한이 7-8일 정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Lidl에서 산 육류는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변질되기도 한다는 말도 들었다. 실제로 필자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집 근처 Lidl 매장을 자주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구매한 닭 가슴살이나 돼지고기가 쉽게 상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일이 많았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이날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잃어버렸던 퍼즐 한 조각을 찾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Waitrose의 야채, 육류, 생선 코너./ 사진=신락균 
Waitrose의 야채, 육류, 생선 코너./ 사진=신락균 

최근 건강에 이상이 오고, 운동 및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필자는 Lidl에서 Waitrose로 슈퍼마켓을 바꿨다. 안 그래도 올해 영국은 소비자 물가가 아주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올랐는데 고가의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니 기존 지출에 두 배 정도의 가격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 동료 선생님에게 "자기가 먹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이다"라는 말을 듣고 돈을 아낌으로써 몸을 상하게 하고 이로 인해 약 값으로 돈을 지출하는 것보다는 조금 소비를 하더라도 질 좋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또한 패스트푸드를 먹는 대신 귀찮아도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해먹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먹는 것에 많은 흥미가 없어서 요리를 직접 해 먹는 것도 많이 귀찮았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드문데, 요리하기 귀찮기도 하고 막상 마음을 먹고 장을 봐도 남은 재료를 처리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에 점점 소홀해지게 된다. 또한 한 번 요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연말부터는 건강 회복을 목표로 좋은 음식을 먹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습관을 들여보려고 한다. 슈퍼마켓을 바꾼 것이 당장은 비싸 보이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싸고 건강하고 맛있는 방법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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