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화 청년칼럼니스트
한유화 청년칼럼니스트

1인 가구의 하루는 크게 세 토막으로 나눠진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출근 전, 근무 중, 퇴근 후로 나뉘는 일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조용한 아침과 조용한 저녁 시간이 거듭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쓸쓸한 기분도 찾아온다. 이런 변화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일상의 설계, 일상 스타일링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하게 나의 하루를 장악할 수 있다.

새벽 운동을 다녀온다거나 퇴근 후에 약속을 잡는 등 따로 일정을 만드는 것만이 일상을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아닐 터. 일부러 굵직한 취미를 찾는 등의 큼지막한 노력도 좋지만, 실은 소소하게 벌어지는 일상의 디테일로부터 따박따박 즐거움이 들어오도록 설계해 놓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행복은 소소할수록 확실하니까"

출근길 지하철 역으로 향할 때 마을버스를 타는 대신 따릉이(서울시 공유자전거)를 탄다. 집과 역 사이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크고 멋진 벚나무가 많다. 그 아파트 단지 가운데를 관통해서 역 근처로 빠져나와서 스윽 모퉁이를 돌면 그때부터 잠깐 동안 아주 한산한 도로 구간이 있다. 키가 아주 큰 가로수가 줄지어 있는 그곳의 아침 시간 햇살이 예술이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걸 보면 어찌나 상쾌한지.

어쩌다 간혹 잡생각이 가득한 상태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아무것도 못 보고 어느새 지하철역에 도착해 버린다. 밤 사이에 잠을 잘 못 자서 노곤한 상태라 오늘 하루를 즐길 준비가 안 된 상태인 것이다. 난감하고 어려운 일을 앞둔 아침일 때도 종종 '행복 포인트'를 그냥 지나친다. 그런 날엔 '아, 오늘은 조금 천천히 살아야겠다.' 생각하며 하루를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시작한다. 그러면서 내일은 그 지점에서 하늘을 봐야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바람도 몸에 넣어야지라고 되새긴다.

하루의 순간순간에 징크스 같은 행복을 만들어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대거 포진시키는 것은 매일 잊지 않고 비타민을 챙겨 먹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 매일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행복을 스스로에게 보장해 주는 것은 간단하다. 복잡한 일은 아니지만 습관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간단히 하루 업무 계획을 정리한 후에는 이탈리아 스타일로 행복을 즐길 차례다. 커피머신으로 방금 내린 카푸치노의 거품이 사그라들기 전에 뜨끈하게 쭈욱 입으로 빨아들이면 든든하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기분이 또 얼마나 행복한지. (식도암 주의!)

 

"내게 도움이 되는 행복 찾아내기"

부작용이 없는 행복을 설계하는 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하루의 일상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중에 만약 부작용이 없고 오히려 더 긍정적인 영향을 데려오는 것이 있는가. 떠오르는 게 있다면 그걸 얼른 붙잡아서 내 일상의 고정 요소로 들여야 한다. 아예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만들어 버려도 좋다. 그런 소확행이 그물처럼 촘촘하게 얽혀있는 사람의 일상은 침잠하더라도 추락하지는 않는다. 더 쫀쫀하고 탄력 있게 짜인 그물은 거의 트램펄린(a.k.a. 방방 or 콩콩)이 되어서 내가 바닥을 칠 때마다 다시 나를 위로 던져준다.

어떤 한 사람이나 한순간의 쾌락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수하지만 현실감이 없다. 인생 영화 한 편, 신뢰하는 멘토와의 대화, 짜릿한 영감을 주는 콘서트나 전시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들은 비교적 무거운 방식이라 일상으로 들여오기 쉽지 않다. 조금 더 쉬운 방식으로 하루의 나를 만족시키는 연습을 해볼까.

[저자 소개] 네이버 블로그 <직장인 띄엄띄엄 세계여행> 운영, 34개국 250여 회 #혼행 전문 여행블로거 

'남의집' 소셜링 모임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의 호스트

혼삶이 두렵지 않은 합기도 4단, 23년 경력의 '무술인'

현) 비욘드바운더리 글로벌 커머스 본부장

전) 이랜드차이나 상해 주재원, 중국 리테일 런칭 전략기획 

후) 독립출판 레이블 리더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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