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회사에서 퇴직하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나날이지만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적어 셰어하우스에의 입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고령자의 고민이다. 1인 고령가구가 증가하면서 일본 내 고령자를 위한 셰어 하우스가 증가하고 있다. 도쿄 내 한 셰어하우스를 잠시 방문해 보자. 

"간식 같이 먹을래?"

도쿄도 스기나미구 (杉並区)에 위치한 고령자 전용 셰어 하우스인 '와라쿠스기나미 (和楽杉並)'의 공용 거실에서 거주 남성이 다른 입주자들에게 말을 걸자 담소가 시작됐다. 때로는 함께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영화를 본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배려하면서 화기애애하다'며 한 입주자는 셰어하우스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단독 주택을 개조한 와라쿠스기나미에는 60대와 70대의 1인 가구 남성 4명이 함께 산다. 입주 중인 한 남성은 서로의 건강 상태를 지켜볼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고 말한다.

와라쿠스기나미는 2년 전에 개업했다. 각 방에는 침대와 수납장 놓여있으며 화장실, 욕실, 주방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입주민들이 돌아가며 청소한다. 월세는 6만 5천 엔~8만 엔 (65만~80만 원)으로 인근의 임대 아파트와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1인 가구의 고독감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입주를 결정하는 큰 이유가 된다. 많은 경우 고독사는 1인 가구에서 발생하는데,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바현 산무시 (山武市)에 위치한 고령자용 셰어하우스인 '무스비의 집'에는 현재 70~90대 남성 4명과 여성 6명이 살고 있다. 입주민들이 협력하여 생활을 서포트하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한 입주민은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의 쇼핑을 위해 주 2회 솔선수범하여 자동차로 픽업을 진행한다. 또 다른 입주자는 셰어 하우스 내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야채 재배를 시작했다. 한 입주자는 '모두가 서로 돕지만 동시에 자유롭고 기분 좋은 셰어하우스를 만들려고 유의하고 있다'며 의견을 전한다. 

​일본 내 고령자를 위한 주거 형태로는 '배리어 프리 (Barrier Free, 고령자에게 불편한 물리적 장애물을 없앤)'하게 만든 아파트나 복지사 등이 상주하는 간병 서비스가 포함된 고령자를 위한 아파트 등이 있다. 현재로서는 시니어용 셰어하우스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배리어 프리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셰어하우스는 인근 병원과 제휴해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포함하는 등 고령자를 위한 셰어하우스의 서비스 또한 조금씩 진화하는 중이다. 

​고령자를 위한 셰어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고 자력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혼자 사는 것이 불안하거나 교우 관계가 필요한 사람이 주로 입주한다. 하지만 입주 당시에는 건강하더라도 오래 살다 보면 간병 및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도쿄 내의 한 셰어하우스에서는 입주자 중 한 사람이 걸을 수 없게 되어 다른 입주자들의 지원이 필요하게 된 것을 계기로 싸움이 일어났다고 한다. "간병이 필요한 경우라면 입주자들에게 폐를 끼치기 전에 전문적인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거점을 옮기는 등의 대처를 통해 남은 입주민들을 고려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의 고령사회백서에 의하면 2020년 시점,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3,602만 7천 명이다. 이 중에서 혼자 사는 고령자는 670만 명으로 전체의 18.6%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4배 증가한 수치이며 앞으로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간병이 필요하지 않고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2019년 시점, 남성은 72.68세, 여성 75.38세에 달한다. 3년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공표하고 있는데 15년 전보다 대략 2~3세 정도 늘었다. 즉, 건강수명이 지속적으로 늘고 1인 고령가구 또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간병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건강한 고령자가 늘면서 셰어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불안한 노후를 누군가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것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 하지만 공동생활을 하다 보면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입주자끼리 서로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셰어하우스는 고령화 사회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인 고독감을 해결할 방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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