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우연히 인터넷 광고를 보다 깜짝 놀랐어요.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한다는 광고였는데, 충분히 불법촬영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여성 1인 가구 박 모 씨(31)

최근 온라인 등을 통해 초소형 카메라가 버젓이 판매되면서 불법촬영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검색해보니 다양한 제품이 검색된다. 손가락 마디 크기의 카메라부터 USB모양, 목걸이 형태, 심지어 안경형태의 카메라도 존재했다. 야간촬영, 4K지원, 캡쳐, 녹음 기능까지 탑재한 제품도 존재한다. 특히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생활용품에 카메라를 접목한 상품이 다양해 일반인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가격대도 2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또한 제품의 공통점은 무선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품 설명란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원격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돼 있다. 또한 집내부, 도난방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되고 있지만, 반대로 이를 악용할 경우 초소화된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에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초소형 카메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초소형 카메라.

이를 악용한 사례로, 지난 7일 신발 끈에 초소형 카메라를 숨겨 지나가는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30대 남성을 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남성은 지난 4일 오후 7시10분경 서울지하철 2호선 근처에서 신발 끈 매듭 중간 부분에 구멍을 뚫어 소형 카메라를 끼운 뒤 지나가는 여성들을 불법 촬영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12월에는 수도권 일대 공용화장실, 체육시설 탈의실, 카페 등 11곳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2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대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SBS 화면 캡쳐/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SBS 화면 캡쳐/디자인=안지호 기자

지난해 8월 15일 혼자 사는 여성 1인 가구 오피스텔에 상습적으로 몰래 드나들던 40대 남성 A씨가 붙잡혔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2019년 해당 오피스텔 분양을 맡았던 분양소 직원이었다. 분양이 이뤄진 뒤에도 A씨는 카드키를 집주인에게 주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A씨는 보통 여성 B씨가 출근한 오전 8시20분경 카드키를 이용해 집에 들어가 10분 정도 머물다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평소처럼 B씨의 집을 들어간 A씨는 B씨 집에 놀러 온 친구와 마주쳤다. A씨는 곧 "옆집 관리인인데 잘 못 들어왔다"면서 사과했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폐쇄회로(CC)TV확인 결과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무려 9차례나 B씨의 오피스텔을 드나들었다.

A씨의 추가적인 범행이 없었더라도 초소형 카메라 설치를 이용한 불법촬영 등 2차 피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법촬영은 디지털 성범죄와도 직결된다. 단순 촬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유포 등 2차·3차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현황'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발생 건수는 2018년 2289건, 2019년 4114건, 2020년 6983건, 2021년 1만35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21년 피해 유형 중에는 유포불안이 2660건(25.7%)로 가장 많았고, 불법촬영 2228건(21.5%), 유포 2103건(20.3%), 유포협박 1939건(18.7%) 순으로 나타났다.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면서 유통을 규제해 달라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명확한 규제 사항은 없다.

2021년 6월 국민청원을 통해 한 청원인은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청원인은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화장실, 숙박시설, 지하철, 집 등 어디서나 불법촬영을 하는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0만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는'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어 관련 상임위원회에 상정되는 등 입법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법률안 주요 내용은 변형 카메라를 제조, 수입, 판매, 대여, 구매대행을 업으로 하려는 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변형 카메라의 취급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며, 취급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변형 카메라를 취급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의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초소형 카메라 유통과 관련된 법률안은 통과된 바가 없다. 앞으로도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에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위장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위장형카메라는 볼펜, 안경, 시계 등 생활필수품으로 위장해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장비도 소형화되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소위 '몰카'로 활용되어 범죄 및 사생활 침해 등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물건임에도 불법사용 시 사후 처벌만 있을 뿐 사전 관리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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