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직원에게 키오스크 안내를 받는 한 노인./사진=1코노미뉴스
패스트푸드점 직원에게 키오스크 안내를 받는 한 노인./사진=1코노미뉴스

 

#.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방문한 김모씨(67)는 점심식사를 위해 병원 식당가를 찾았다. 얼떨결에 키오스크에 앞에 서게 된 김씨는 메뉴선택까지 성공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적립 포인트 하시겠습니까?', '음식 수령알림을 위해 휴대폰번호를 입력하세요' 등 문구가 뜨자 김씨는 당황했다. 결국, 뒤에 서 있던 청년에게 물어 무사히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김씨는 "요즘은 죄다 기계로 주문을 하니, 밥한끼 먹는것도 이렇게 어려워서 노인들은 어떡하냐"면서 "사람들이 뒤에 많아 민망하기도 하고,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마음대로 사 먹지도 못하겠다"라고 하소연했다.

#. 최근 지인에게 급하게 송금해야 하는 일이 생겨 오후 시간 은행을 방문한 박모씨(70). 그러나 은행은 영업을 종료한 상태였다. 급한 마음에 무작정 현금인출기 앞으로 향한 박씨였지만, 정작 사용법을 몰랐다. 내부에는 물어볼 사람도 없어 난감해하던 박모씨는 결국 근처를 지나가던 여학생에게 부탁해 송금을 마칠 수 있었다.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중심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이에따라 디지털 정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디지털 격차로 인한 노인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의 경우 4대 정보취약계층(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 중에서도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낮게 조사된 바 있는데,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생존조건이 된 현실에서 노인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으로 다가오고, 일상적 삶의 위기로 다가온다고 파악했다.

보고서는 또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시대에 고령층의 정보 소외 현상이 심화하고 디지털 격차 현상도 가속화해 노인들의 소외가 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65세 이상 1만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키오스크와 관련해 큰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58.1%는 정보화 기기를 통해 식당 주문을 해봤으며, 이들 중 64.2%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를 두고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보화 기기의 빠른 보급으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만, 해결하려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면서 "디지털 사회를 맞아 고령사회에 대비한 많은 시도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지자체는 디지털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안내사 위촉, 디지털 체험공간 등 운영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가 노인에게 스마트기기를 설명해주는 모습./사진=서울시
서울시 디지털 안내사가 노인에게 스마트기기를 설명해주는 모습./사진=서울시

 

서울시는 지난달 6일 고령층 키오스크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제2기 디지털 안내사' 150명을 위촉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선발된 디지털 안내사들은 기차역, 지하철역, 대형마트 등 고령층이 주로 찾는 지역의 다중이용시설을 주요 거점으로 순회하면서 무인단말기(키오스크) 활용법과 스마트폰 이용법 등을 안내한다.

기존 1기 디지털 안내사는 고령층이 많은 174개 지점과 50개 노선을 순회하면서 총 5만3620명에게 사회관계망, 기차표 예매, 길찾기 앱 등 스마트폰 앱 및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도와준 바 있다.

올해는 키오스크가 전 생활영역으로 확산되면서 키오스크가 설치된 생활현장 100개 지점을 신설했다. 디지털 안내사 또한 기존 100명에서 50명을 더 증원했다.

경기 하남시는 평생학습관 1층 열린공간에서 고령층 디지털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키오스크 체험존을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하남시에 따르면 키오스크 체험존 운영은 디지털 중심의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은행·카페·음식점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시는 연습용 키오스크 2대를 활용해 은행ATM이용, KTX예매 등 12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천시도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공간 '디지털 On'을 지난 2일 개소했다.

인천시설공단 노인종합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On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공간이다.

키오스크 체험존과 영상 상영존으로 구성되어 있어 병원, 식당, 무인발권기 등 실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들을 직접 체험하고 실습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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