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1코노미뉴스
사진 = 1코노미뉴스

1인 가구 증가, 뚜렷한 인구 감소 등 인구·사회적 변화가 짙어지면서 저출산 대책이 기로에 서 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지난 15년간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대실패로 끝났다. 인구 사회 구조 변화를 외면한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지금, 전문가들은 달라진 청년층의 인식부터 다시 살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1인 가구 시대, 달라진 20·30대의 결혼관을 조사해 봤다. -편집자 주

앞서 [1코노미뉴스]는 달라진 결혼관을 알아보고자 20~32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경제적 부담이 결혼 기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부정적이지만, 결혼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간 연구보고서나 통계에서 확인된 바와 유사한 결과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현재 혼자 살고 있는 청년 1인 가구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7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시험기간이라 캠퍼스 내를 오가는 학생들이 많았다. 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김소연(22. 가명) 씨에게 평소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 씨는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게 불편하다. 나만의 일상 루틴이 흐트러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향이다. 나름 지금 편안한데 굳이 환경변수를 늘리고 싶지 않다"며 "결혼 안 하면 외롭다고 하는데 현실 살기 바빠서 외로울 틈이 없다. 혼자라도 외로움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건강한 삶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혼 자체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김 씨는 "해외경험이나 유튜버 등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다 보니, 저렇게 혼자 자유롭게 살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미디어의 영향도 있다. 오은영 박사 나오는 프로그램 보면 그냥 비혼이나 딩크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함께 있던 여성 1인 가구 심은채(21. 가명) 씨 역시 "혼자 사는 삶이 편하다. 엄청난 금전적인 수확보단 분쟁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없는 평안한 삶이 더 좋다"며 "한국은 돈이 있어야 결혼생활이 행복하다. 자녀가 생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서 논외이지만, 단점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정말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외롭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한다는 건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내./사진 = 조가영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내./사진 = 조가영 기자

결혼 후 자녀를 출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또 성향차일 수도 있지만, 내 인생을 육아와 남의 부모 기념일까지 챙기면서 허비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또 정다정(24. 가명) 씨는 "향후 5년 안에 결혼 생각은 없다. 이유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지금은 비혼이긴 한데 나중에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애는 안 낳고 싶다"며 "나 혼자 먹고살기도 바쁜데 누군가의 인생까지 책임지는 부담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진수아(26. 가명) 씨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자녀 계획이 없다면 동거나 연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많으니 연애만 해도 된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지만 자녀를 꼭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대에서 만난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전반적으로 개인 삶을 중시하고 아이 양육에 대한 부담감이 커 결혼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홍대 거리./사진 = 신민호 기자
홍대 거리./사진 = 신민호 기자

캠퍼스를 나와 홍대로 이동했다. 홍대 거리에서는 20·30대 남성을 중점으로 인터뷰했다. 

김진우(26. 가명) 씨는 "연애를 하다보면 미래를 그릴 때, 결혼을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배우자와 아이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이 커서 결혼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책적인 지원이 있다면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결혼,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의 삶이 중요시되는 문화적 방향, 먹고살기 바쁜 현실이 저출산을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수찬(30. 가명) 씨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건 그만큼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에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 아니겠냐. 직장을 다녀보니 더 느낀다. 맞벌이하면서 아이를 기르는 선배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육아휴직 급여와 기간을 확 늘려주고, 아이 키우는 게 부담이라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혼에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박유준(23. 가명) 씨는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지만, 취업도 하고 사회적으로 안정되는 시기에 연애 중이라면 결혼을 생각할 것 같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아이도 낳고 그런 게 더 행복해 보인다. 다만 이런 건 개인마다 다른 것 같다. 주변에 비혼을 생각하는 친구도 많다"고 설명했다. 

평생 1인 가구의 삶을 사는 비혼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 씨는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비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결혼을 굳이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는 "아직은 비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 결혼이란 인생에서 중대한 선택을 섣불리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박 씨도 "현실적인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다 비혼은 아니다"라며 "결혼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러 요인 때문에 (결혼을) 못 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덕수궁 일대./사진 = 조가영 기자
서울 중구 덕수궁 일대./사진 = 조가영 기자

자리를 옮겨 기업들이 많은 서울 시청역 일대로 이동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잠깐의 여유를 즐기며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거리에서 마주친 강대헌(31. 가명) 씨는 "결혼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 같다. 돈이 많고, 여유가 있다면 결혼을 한다면 좋겠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여유가 크게 없다고 느껴서 '굳이 결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다 보니 연애에 대한 관심조차 크게 떨어졌고, 최근 남녀갈등 같은 사소한 것에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받기도 싫다. 혼자 살면서 즐길 거리도 많고, 혼자가 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정민기(29. 가명) 씨도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집값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설령 로또가 된다고 하더라도 서울에 집 한 채 못산다는 현실이 가장 좌절감을 느낀다. 가장 첫 번째로 내 집이 마련되어야 안정적인 삶을 바탕으로 아이도 낳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크다"며 "전세대출 등으로 집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여유가 전혀 없을 것 같다. 최근 물가도 크게 올라서 혼자 생활하는 것조차도 버거운데, 결혼? 꿈도 못 꾼다"고 전했다.

이선혜(28. 가명) 씨는 "현재 마케팅 회사에 다니고 있다. 결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여성의 경우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100% 경력 단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출산 휴가 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얼마 전 직장 상사가 출산 휴가를 냈는데, 같은 여성이 보기에도 민폐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고 토로했다.

박형수(35. 가명) 씨 역시 결혼에 부정적이었다. 박씨는 "결혼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는 당연히 물질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집값, 생활비 모두 올랐고, 혼자 사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는데, 정작 월급은 그대로다. 월급을 올리려면 여러 방면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조차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이 틈에 누군가를 만나면서 결혼까지 생각할 시간과 돈이 없다"고 말했다. 

박철희(30. 가명) 씨도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다. 결혼식을 준비부터 그 후까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평생 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충돌하는 부분이 생길 텐데 그때가서 이혼하거나 하면 '이혼남'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나. 실제로 우리나라 이혼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낙하산이 펴질 확률이 50%인데 그걸 메고 뛰어내릴 이유가 있나"고 전했다. 

반대로 최연우(29. 가명) 씨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 교제 중인 여자친구와도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주거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신혼부부전용 주택구입자금 대출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 부부합산 연소득이 대출대상 조건이 6000만원 이하더라. 물론 이 소득으로도 둘이 살아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자녀를 낳고 키우는 데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부부합산 연소득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신동민(30. 가명) 씨도 "결혼을 하고 싶다. 다만 결혼까지 생각할 상대를 찾기가 힘들다. 결혼 후 작은 집에서 살림을 시작하고 같이 돈을 모아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겠지만, 그런 현실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많은 청년이 결혼 후 살집이 있다면 대부분 결혼하리라 생각한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현실에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직장을 다니고 있는 청년들의 경우 한층 경제적 부담에 민감했다. 특히 불안정한 주거상황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신민호,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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