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들은 과중한 업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 희망연대본부 한마음지부 황현철 지부장, 송재득 조직부장,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희망연대본부 윤진영 정책기획실장 등이 참여했다.

앞서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는 LG유플러스 통신망을 유지·보수하는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338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진행했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군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의 가장 핵심 요인으로 '장시간 노동'과 '부족한 휴게시간' 등 실제적인 노동환경을 꼬집었다.

한인임 이사는 운영기술군 노동자의 업무 상 필요한 '대기'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한 이사는 "대기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상 업무시간으로 보는 것이 맞다. 대기시간에는 마트를 가거나 잠을 자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개인적인 약속을 잡는 일이 불가하다. 언제 콜이 올지 모르고 콜이 오면 노동자는 빠르게 응해야 해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90%의 응답자가 한 달 기준으로 1회 이상의 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최대 15회까지 나타났다. 한 달에 반 이상을 대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대기시간 동안 평균 출동률은 42.9%로 드러났다.

황현철 희망연대본부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 지부장은 이는 지방에서 더 심각하다며 현장 증언에 나섰다. 황현철 지부장에 따르면 지방에는 3.5교대라고 해서 3일만에 대기를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가 뜨면 새벽이라도 바로 일어나서 휴대폰으로 출동을 누르고 이동해야 한다. 이때문에 항상 차량이 있어야 하며, 시간 싸움이다 보니 새벽이면 차량 사고도 실제로 많이 일어난다.

그는 "더 문제인 것은 평가를 할 때 업무시간이 누가 더 많은지, 누가 더 업무를 빨리 처리하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큰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업무를 2인 1조로 하는데 같은 일을 하더라도 평가가 있어 서로 눈치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재득 한마음지부 조직부장은 "운영기술직군의 노동환경은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많이 처한다"며 운영기술군 작업환경이 담긴 사진에 대해 설명했다.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최근 2~3년간 조합원 사망사고가 여러 번 발생했음에도 안전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 참여를 전제로 1년에 1회 이상 진행하도록 돼 있는 '위험성 평가'는 '해당 노동자가 평가에 참여하지만 결과를 모른다'는 응답이 37%, '참여도 안 하고 결과도 모른다'는 응답이 14%로 나타났다.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로 사업주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송재득 조직부장은 게다가 "초봉은 3200만원으로 세금 제외하면 200만원 남짓이다. 월급이 적으니 워라벨이나 행복추구권조차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박성국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 노동자들이 주요 업무 스트레스 요인으로 '부족한 임금'과 '평가 부담감'을 가장 많이 꼽은 점에 주목했다.

박 연구위원은 "상대평가로 D를 가려내는 것은 결국 일을 잘해보겠다, 좀 더 고객에게 서비스를 잘하겠다는 내적동기를 갖게하기 보다는 도대체 왜 내가 건강을 해쳐가면서 이 일을 해야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갖게만들 수 있다"며 지적했다.

이어 "평가에 대한 논의를 운영기술직 내부 격차부터 줄일건지, 사무기술국이랑 비교해서 격차를 줄일걸지 구체적인 고민과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동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사측은 위험성 평가에서 끝나지 말고 이때 발견된 위험요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며 첨언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작업 현장에 사물인터넷(IoT)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신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 모습으로 풀이된다. 안전모와 안전 벨트 등에 IoT기술을 적용해 현장 근로자가 고리를 매지 않으면 자동으로 주의 알람이 뜬다.

그러나 이날 모인 희망연대본부 관계자들은 보호구를 주는 것보다도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인을 사전에 실태 파악을 잘 해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전했다.

시설 개선을 미뤄두고 노동자에게 교육을 해서 조심하라고 하거나, 보호구를 지급하는 걸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1조(보호구의 제한적 착용)를 보면 사업주는 보호구를 착용하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가 유해·위험 작업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설비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그러한 설비가 어려운 경우에 제한적으로 해당 작업에 맞는 보호구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서동훈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안전보건담당자가 있는데 근무하느라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무시간 중에도 안전보건 활동을 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실제로 주당, 월당으로 시간을 고정해서 안전보건 활동을 할 수 있게 마련해주는 사업장도 있다. 현장 순회를 하면서 노동자들의 얘기를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현식 지부장은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전기구 착용율 챌린지가 있었다. 근데 오류도 많고 불량률이 현저하게 높았다. 한마음지부에 적용 테스트를 해서 오류를 줄여서 널리 확대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게다가 이것을 하는 이유는 재해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추가착용을 하는 건데 실제 관리감독, 감시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운영기술직은 원래 위험한 일이니까 안전하지 않고 위험에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 자체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외국은 건설업도 산업재해가 오히려 낮은 비율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 업종이 위험한 업종이라고 당연시되는 사회 풍조가 있으면 노동 안전을 위한 변화가 늦춰지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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