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금융업에서 정년퇴직 후 집에서 쉬기만 했다. 아직은 일할 수 있는 나이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다. 주위 지인들도 다 일하고 있다. 오늘 취업박람회를 통해 나에게 맞는 일자리가 있을까 해서 행사에 방문했다. 행사에 취업컨설팅이 마련돼 있다는 소식에 상담을 받아보고자 한다."-박진호(60·가명)

"10년간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다가 몸이 안 좋아 휴식 중이었다. 이제는 몸도 나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한다. 요양보호사가 제일 익숙해서 이와 관련돼 면접 볼 예정이다."-권순자(62·가명)

"과거 중소기업 경리 업무를 하다가 결혼과 출산 후 경력 단절이 됐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컸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가 않아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박영선(45·가명)

"유치원 교사 경력을 활용해 아이돌봄 관련 기업에 취직할 생각이다. 다른 분야보다 전공을 살리는 것이 취업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이 들어서다."-이해선(50·가명)

"지난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노인 돌봄이나 사회복지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장영서(61·가명)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 1관에서 개최된 '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의 말이다. 

이날 행사에는 40세부터 64세까지 인생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들로 북적거렸다. 오전 10시 행사 시작 전임에도 이미 많은 중장년 구직자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 차림과 다소 긴장돼 보이는 모습으로 팸플릿을 유심히 살피는 중장년부터, 편안한 옷차림으로 행사장을 방문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행사 시작 10시 전 중장년 구직자들이 서있다./사진=안지호 기자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행사 시작 10시 전 중장년 구직자들이 서있다./사진=안지호 기자

[1코노미뉴스]가 현장에서 직접 구직자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아직까지 일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입 모았다. 충분한 경력과 체력이 있고, 무엇보다 일 할 의지가 넘쳤다. 

행사 시작 후 본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한 중장년들의 열정이 넘쳐났다. 채용 게시대와 팸플릿을 번갈아 보며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1:1 이력서 컨설팅 자리까지 메꾸기 시작했다.

채용뿐만 아니라 구인 기업의 매칭률을 높이기 위한 현장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도를 보였다. 구직자와 맞은 일자리를 제안하고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 외에 추가로 기업을 매칭해주는 '헤드헌팅존'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헤드헌팅존 부스를 방문한 박영민(41·가명)씨는 "취업에 대해 간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찾지 못해 좌절감을 느껴왔다"면서 "전문가를 통해 기업 매칭을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1:1일자리 상담 '내일설계관'에 참석한 구직자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1:1일자리 상담 '내일설계관'에 참석한 구직자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또한 생애설계와 이력서 컨설팅 등 1:1 일자리 상담을 진행하는 '내일설계관', 이력서 사진을 현장에서 바로 찍어주는'이력서 사진촬영'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1:1 상담을 마치고 나온 이선영(47·가명)씨는 "그동안 채용공고에서 많이 떨어졌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이번 상담을 통해 조금이나마 탈출구를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시,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지방고용청의 일자리 정책과 취업 정보를 안내하는 '취업정보관', VR을 이용해 가상으로 모의면접을 진행하는 'VR 모의면접', 더 좋은 인상을 찾기 위한 '퍼스널 컬러 진단' 등도 마련됐다.

이날 오프라인 행사 참여 기업은 유통·물류, 제조·기술, 서비스, 의료·헬스케어, 사회복지, 호텔 등 다양한 분야가 마련됐다. 특히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일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채용공고대를 확인하는 중장년 구직자./사진=안지호 기자
채용공고대를 확인하는 중장년 구직자./사진=안지호 기자

(주)진모빌리티 신주현 매니저는 "아이엠택시 취업자를 모집 중이다. 택시 경력이 없더라도 운전 경력이 많고, 성실하게 일하실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해 최대한 많은 인원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택시 자격증이 없더라도 아이엠에서 3개월의 임시 자격증을 부여해 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hy 관계자는 "40~60대 중장년 중에서 조건없이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끔 프레시 매니저 관련 소개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이는 상관없이 전문 경력을 선호한다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선박·해양 설비 전문 기업 케이알엔지니어링의 경우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구직자를 선호했다.

신종혁 케이알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연령은 상관이 없지만 선박과 관련된 기업이다 보니 관련 기술 자격 소지자에 한정해 11명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C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 관계자는 "호텔 관련 경험자를 우대하고 있다. 연령은 제한이 없으며 2~3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열기만큼 이날 행사에만 2000여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일자리 박람회를 주관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매년 중장년 구직자의 관심이 열기를 더해가면서 참여 기업과 참가자 역시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가운데) 이성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장./사진=안지호 기자
(가운데) 이성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장./사진=안지호 기자

이성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장은 "중장년에게 맞춤형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서울시의 다양한 채용 정보는 물론 컨설팅 등 다양한 정보가 준비되어 있다"며 "중장년 구직자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득 절벽으로 경제적 압박이 커진 중장년이 많아지면서 일자리 정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 '중장년 지원 정책 요구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및 서울에 직장이 있는 중장년(만 40세~만 69세 이하) 5266명을 대상으로 정책 요구안을 조사한 결과 '일자리 분야'에 대한 요구가 100점 만전 환산 점수 중 87.8점으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도 중장년의 경제생활을 길게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교수는 "중장년은 직장에서 은퇴, 창업과 같은 새로운 출발이 일어나는 시기이므로 삶의 질이 낮아지거나 빈곤 상태를 염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장년은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에 포함되며 실질적으로 1인당 노동소득은 '43'세에 정점에 이르고 60세 전후로 '적자'라는 '국민이전계정'조사 결과는 눈여겨봐야 한다. 이에 경제생활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개인과 정부는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2023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사진=안지호 기자
2023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사진=안지호 기자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