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나눔, 1인 가구 연속 토론회

우울증을 호소하는 중장년 1인 가구의 모습을 재현하는 연기자의 모습, '1인 가구의 안전, 우리 모두의 안전' 토론회에 참석한 정책 전문가들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우울증을 호소하는 중장년 1인 가구의 모습을 재현하는 연기자의 모습, '1인 가구의 안전, 우리 모두의 안전' 토론회에 참석한 정책 전문가들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지난해 1인 가구가 72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처럼 1인 가구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성별, 연령대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 피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변호사·교수·경찰·연구원 등 국내 1인 가구 전문가들이 모여 1인 가구의 범죄 및 위기의 실제 사례를 상황극으로 소개하고, 상황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는 1인 가구 연속 토론회 '1인 가구의 안전, 우리 모두의 안전'이 7일 서울 강남구 삼성2문화센터 강당에서 진행됐다. 이에 현장을 [1코노미뉴스]가 다녀왔다.

이번 토론회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이 주최하고 (사)한국한아름복지회가 주관한다.

박민선 박사(한국한아름복지회 이사장)가 '1인 가구의 안전, 우리 모두의 안전' 토론회 개최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안지호 기자
박민선 박사(한국한아름복지회 이사장)가 '1인 가구의 안전, 우리 모두의 안전' 토론회 개최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안지호 기자

토론회를 기획한 박민선 박사(한국한아름복지회 이사장)는 "우리 사회 1인 가구에 대한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속 시리즈 토론회를 기획했다"면서 "이번 토론회는 1인 가구 안전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실제 1인 가구들이 겪는 위기 상황들이 어떤 것인지 연령별 그리고 성별 사례를 수집했다. 그 결과 스토킹, 주거 침입 데이트 등 젊은 여성 1인 가구가 겪는 위기 상황, 중장년의 사회적 정신적 위기 상황, 노인 1인 가구가 혼자라는 점을 파고들어 일어나고 있는 보이스피싱, 몸캠 로맨스 스캠 등 다양한 사기 상황을 분석하여 상황극과 발표, 그리고 토론으로 이뤄지도록 꾸몄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1인 가구 연속 토론회는 지난해 12월 1인 가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화 현황을 점검하고 논의하는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올해 1월 국회에서 1인 가구의 건강과 안전, 그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2차 토론회, 5월에는 고독사 문제에 대한 대안을 심도있게 나누기 위한 3차 토론회 이후 진행된 4차 1인 가구의 안전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성별, 연령대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주요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사례와 대응을 중심으로 해결점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1인 가구의 안전, 우리 모두의 안전' 토론회의 사회자로 나선 노성훈 경찰대 교수./사진=안지호 기자
'1인 가구의 안전, 우리 모두의 안전' 토론회의 사회자로 나선 노성훈 경찰대 교수./사진=안지호 기자

먼저, 사회자로 나선 노성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수가 대략 다섯 가구 중 두 가구가 혼자 사는 사람들로 이뤄지는 가운데, 혼자 사는 삶이 우리의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다양한 범죄들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1인 가구를 위협하는 다양한 위기의 상황들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재구성 해봤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 상황극은 실제 사례를 각색한 여성 1인 가구의 스토킹 범죄다.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를 상황극으로 표현하고 있다./사진=안지호 기자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를 상황극으로 표현하고 있다./사진=안지호 기자

#. 택배를 가장한 남성이 화가 난 표정으로 스토킹 대상 여성에게 지속적인 문자와 전화를 건다. 남성은 심지어 상대 여성의 집까지 찾아간다. 하지만 집 주소를 잘못 찾아가게 되어 남성은 당황하며 자리를 떠난다.

이에 신혜성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여성 1인 가구 스토킹범죄의 유형 및 피해자보호제도 설명에 나섰다. 신 변호사는 "199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스토킹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었으나, 죄형법정주의로 인해 스토킹행위가 다른 범죄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실효성 있는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에 봉착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판결의 내용을 분석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자의 70% 이상이 여성인 경우다. 실제로 2018년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2021년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2022년 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 등 스토킹에서 시작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스토킹 단계에서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신 변호사는 "지난해 신당동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처벌법 개정 및 스토킹방지법 제정안과 관련된 온라인스토킹 유형 신설, 피해자보호제도 강화,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하는 스토킹처벌법이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중장년 1인 가구의 상황극으로는 우울증, 고립에 빠진 중장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 50세 남성 김우울씨는 사업에 실패 후 아내와 이혼하고 일용직으로 일하며 홀로 생활하고 있다. 어두운 공간에서 홀로 생활하다 보니 우울증과 최근에는 공황장애까지 생긴 김 씨. 그러다 컵에 든 액체를 마시던 김 씨는 쓰러질듯 주저앉았다가 일어나 나간다.

60세 여성 나솔로씨는 2년 전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살고 있다. 자녀들은 모두 독립 후 각자 살고 있다. 친구들도 만나고, 정기 모임도 가지며 나름 바쁘게 살고 있다는 나 씨였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느끼는 외로움을 견디지는 못했다. 나 씨도 컵에 든 액체를 마시더니 갑자기 쓰러진다.

외로움과 고독감을 표현하는 중장년 1인 가구의 상황극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외로움과 고독감을 표현하는 중장년 1인 가구의 상황극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이와 관련돼 이송은 국가트라우마센터 연구원은 중장년 1인 가구가 겪고 있는 정신건강 현황에 대해 짚어봤다.

이 연구원은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그로 인한 알코올 의존이나 정신장애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총체적으로 통합된 연극이었다"면서 "우리나라의 국민의 정신건강 현황은 어떤지,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의 정신건강 현황은 어떤지 현황을 중심으로 살펴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5년에 한 번씩 시행하는 지역사회 성인 국민건강 조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평생 유병률은 27.8%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4명 중 1명이 평생 정신장애를 경험한다는 숫자다"라며 "남성의 경우 알코올, 니코틴과 같은 물질 장애의 유병률이 높았고, 여성의 경우 우울장애나 불안 장애 등 기분장애 성격을 띠는 성향을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년 1인 가구의 이질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중장년 1인 가구라고 하더라도 특성이 매우 다르고, 중장년 1인 가구의 취약성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서 "이에 각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상태에 대한 심리적 지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우 이혼이나 별거 등의 이유가 정신 건강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노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 상황극이 펼쳐진다.

보이스피싱범에게 전화를 받는 여성 노인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보이스피싱범에게 전화를 받는 여성 노인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 한 여성 노인에게 보이스피싱범이 전화를 한다. 보이스피싱범은 노인 여성에게 여성의 아들 이름을 말하며 아들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경찰서에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어 합의금 3000만원이 필요해 바로 은행으로 가라는 보이스피싱범 말에 노인 여성을 울음을 터트리며 패닉에 빠진다. 하지만 곁에 함께 있던 노인의 딸이 상황이 이상하다며 노인의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이 회사 사무실에 있다는 소식에 노인은 사기인 점을 눈치채면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피한다.

한 남성 노인에게 해외결제 관련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이 문자를 확인한 노인은 메시지에 함께 게재된 신고 번호로 전화를 건다. 하지만 해당 전화번호는 신고를 가장한 보이스피싱범에게 걸리는 전화번호였다. 전화를 받은 보이스피싱범은 경찰을 사칭해 노인에게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이에 노인은 보이스피싱범의 설명대로 시행한다. 그 결과 결국 거액의 돈이 빠져나간다.

노인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돼 신하영 서초경찰서 경감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예방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신 경감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보이스 피싱 범죄 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노년층은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수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자녀납치 및 사고를 빙자한 편취, 지인을 사칭하여 송금을 요구,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카드론 대금 및 예금 편취, 경검찰을 사칭해 자동화기기로 유인 편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범정부적 다양한 분야, 부서에서 적극적인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은행, ATM 고액 입출금시 제보를 활성화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상황극을 끝으로 노성훈 교수는 이러한 상황극에 대해 "우리는 지금 서로 다른 연령과 1인 가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들을 만나봤다"면서 "1인 가구의 문제는 더 이상 혼자 사는 그들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든지 평생 동안 적어도 한 번쯤은 1인 가구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1인 가구 정책전문가들의 분야별 논의가 이어지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좌장으로는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 센터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 안전연구센터 연구위원, 이수진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장, 장광호 경찰대학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이 참석했다.

1인 가구 정책전문가가 토론회에 나선 모습. (왼쪽부터)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 센터장,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 안전연구센터 연구위원, 이수진 서울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장, 장광호 경찰대학교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사진=안지호 기자
1인 가구 정책전문가가 토론회에 나선 모습. (왼쪽부터)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모니터링 센터장,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 안전연구센터 연구위원, 이수진 서울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장, 장광호 경찰대학교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사진=안지호 기자

변미리 센터장은 토론회에 앞서 "1인 가구 문제들은 우리 사회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정책적으로 공공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그 부분에 대해 정책전문가들과 분야별 논의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장미혜 연구위원은 "여성 1인 가구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인데도 불구하고 정책관련 문제는 쉬운 듯 어렵다. 2050년이면 국민 절반이 1인 가구라고 하는데, 포괄적인 그런 정책 지원서비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중앙정부 단위에서 1인 가구를 전담하는 담당 부처가 없다. 부처는 자기 업무 외에는 업무를 맡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장 연구위원은 또 "1인 가구 입장에서는 모든 서비스가 다 필요한데, 담당 부처가 없다보니 정책 부분에서 정착화되지는 못했다. 다만, 모든 1인 가구를 취약계층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이 좀 더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방향 전환을 했으면 하는 계기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수진 센터장은 중장년 1인 가구의 상황에 대해 전했다.

이 센터장은 "실제로 상황극처럼 남성 중장년 1인 가구 한 분이 알코올 중독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인지를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치료를 권장했지만 거부했다. 그 결과 남성분은 결국 사망하셨다"면서 "센터에서 지원하는 대상자 중 중장년들이 대부분인데, 고독사 직전까지 가신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분들 중 70%가 정신질환이 있다"면서 "중장년 1인 가구가 호소하는 외로움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부분도 있지만, 삶의 목적과 방향을 모를 때 더 외롭다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립된 중장년에 대한 교육, 소모임이나 공동체 활동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장광호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은 노인 안전 문제를 다뤘다.

장 센터장은 "사실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노년층보다 40~50대의 중장년층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범죄들이 가장 시장성이 높은 연령에 집중하기 때문"이라며 "보이스피싱 범죄도 점차 산업이고 조직화 되어가고 있다.  경계를 두지 않는 범죄 조직의 범죄 행위에 대해 공공기관이 그것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지자체와 사회단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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