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 서울시 중구에 거주하고 있는 독거노인 이영민(71·가명) 씨는 약 15년간 반려견 똘이와 함께 살아왔다. 이 씨에게 똘이는 외로운 시간을 함께 견뎌준 고마운 가족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견이 되어 걷는 것은 물론 사료도 잘 먹지 못한다. 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집 근처 산에 묻어줄 계획이었던 이 씨. 하지만 지인에게 야산에 동물을 묻는 것은 불법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그렇다고 장례를 해주려 하니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이 씨에게 20만원 상당의 장례비용은 큰 부담이었다. 이 씨는 "똘이를 산에 묻어주는 것도 불법이고, 화장하는 것은 너무 비싸다. 남은 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폐기하는 방법뿐인데 어떻게 가족처럼 지냈던 똘이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면서 "돈이 많이 들겠지만, 가족이었던 만큼 장례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서울시가 취약계층 반려인을 위해 신규사업인 '반려견 장례 대행'서비스 시범운영에 나선다.

10일 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기초연금수급자인 독거노인 등 대상으로 총 600마리까지 지원한다. 취약계층의 동물장례 부담을 덜고 올바른 동물장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취지다. 사업 기간은 10일부터 오는 12월 19일까지다.

서울 시민 중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2.2%로 나타났다. 특히 반려견은 정서적 안정과 치매예방, 정서적 교감 등 건강과 심리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반려동물이 생을 마감했을 때 처리하는 과정이다.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를 마당이나 산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합법적인 반려동물의 사체 처리 방법으로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거나 ▲동물병원에서 의료폐기물로 처리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동물의 사체 처리 방법을 두고 시민들은 괴리감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12살 말티즈 견을 키우고 있는 김경호(31·가명) 씨는 "가족이었던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폐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그렇다고 동물병원에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것도 방법만 차이 날 뿐 똑같지 않나"라면서 "남은 것은 장례를 치러주는 것뿐인데, 취약계층은 그 비용 부담에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21년 서울시 조사결과 시민들이 반려동물 화장장을 이용하여 사체를 처리하는 비율은 46.8%로 전국보다 그 이용률은 높았지만, 반려동물 사체를 종량제 봉투로 처리하는 시민도 13.1%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의 경우 반려동물 화장장의 이용률은 30%이며, 사체를 종량제봉투로 처리하는 비율은 5.7%로 나타났다.

보통 반려동물 장례 비용으로는 20만원 이상이 든다. 여기에 동물 몸무게에 따라 비용이 추가된다. 또한 반려동물 화장장은 도심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아 독거노인 등 이동에 제한이 있는 경우 큰 부담으로 여겨졌다.

표=서울시
표=서울시

반려견 장례대행(수습·보관·이송)은 시가 비용을 부담하고, 화장 등 기타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그중 (사)한국동물장례협회 회원 업체 6곳(21그램 경기광주점, 러브펫, 포포즈 경기광주점, 마스꼬다휴, 포포즈 김포점, 포포즈 양주점)은 마리당 화장비용의 5~7만원을 할인해 주기로 합의했다.

반려견 장례 대행 서비스는 사회적 약자가 이동하기가 제한되는 경우 장례지도사가 가정을 방문하여 동물사체를 위생적으로 수습하고, 일정 기간 냉장 보관 후 경기도의 동물화장장으로 이송하여 화장한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더 소중한 가족인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잘 배웅하고, 합법적인 장례를 잘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시범사업이 반려동물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처리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줄이고 생명 존중 문화 함양과 올바른 동물장례 문화 확산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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