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 뉴 노멀의 시대다. 혼자 사는 사람 수가 빠르게 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변화가 포착된다. 결혼·가족 중심의 정책 기조 속에서도 1인 가구 역차별 해소 움직임이 커졌고,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계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1코노미뉴스]는 1인 가구 뉴 노멀의 시대에 맞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내 1인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각 산업계가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750만 가구를 돌파했다. 무시할 수 없는 일종의 소비자 집단으로서 자리잡는 그림이다.

산업계에서는 이처럼 늘어난 1인 가구수에 발맞춰 맞춤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주거 유형과 서비스가 다변화되는가 하면, 장례문화 변화와 보험업계 상품까지 1인 가구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1인 가구 니즈 잡아라…'주거 유형·서비스' 다변화

부동산시장에 1인 가구 바람이 불고 있다. 주된 이용층인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공유주택 이용자가 크게 늘었고, 프롭테크 업체들은 새로운 서비스로 1인 가구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16.5㎡ 남짓한 원룸에 생활하고 있는 강민지(28·여) 씨는 최근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를 결정했다. 주거 안전에 대한 불안을 느껴서다. 강 씨는 "지금 살고있는 다세대주택보다는 엘레베이터도 있고 1층에 관리인이 있는 오피스텔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이사를 결정했다"며 "오피스텔은 세대수도 많고 관리가 체계적이라 더 위생적이다. 사람사는 집인데 무엇보다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이직으로 서울에서 살 집을 구하던 이영호(35·남) 씨는 셰어하우스를 찾았다. 처음엔 회사를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의 집을 찾았지만 도저히 감당할만한 수준의 월세가 아니었다. 비교적 월세가 저렴하다는 동네는 방이 전부 19㎡ 안쪽이었다.

이 씨는 "원룸이 다 너무 좁고 비싸서 적당한 방을 구할 수가 없어 곤란했다"며 "셰어하우스는 넓은 규모와 깔끔한 인테리어, 필요한 가전이 구비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2인실은 28만원, 1인실은 42만원으로 가격대도 저렴하고 보증금도 적은 편이라 셰어하우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프롭테크업계에서는 1인 가구 니즈를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은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맞춤 이벤트를 전개하고 있다. 다방에 따르면 1인 가구 2명 중 1명은 주거비 지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방이 자사 앱(응용 프로그램) 이용자 832명을 대상으로 '주거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인 가구(376명) 응답자의 68%가 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었다.

응답자 대부분은 주거비 지출 비중이 크다고 답했다. 1인 가구의 48.1%는 주거비가 월소득에서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다방은 생활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 이용자에게 지난 3월 주거비를 비롯한 식비·생활용품 등 다양한 항목에서 지원금과 상품을 제공했다. 지난 4월에는 1인 가구가 주거 공간을 더욱 쾌적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지원금과 의류 보관 서비스·세탁 서비스 이용권을 지급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안전한 부동산 거래와 중개사고 방지를 돕는 '지킴중개 서비스'를 새로 출시했다. 전·월세 계약 경험이 적은 대학생·사회초년생 사이에서 중개사고를 우려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서다.

직방 관계자는 "원·투룸 위주인 빌라나 다가구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타겟 연령대가 사회초년생 등 젊은층 1인 가구다. 실제로 젊은층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많이 나타나기도 해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먼저 빌라나 다가구주택 거래가 활발하고 소비자불안이 큰 강서구지역에서 오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1인 가구 사이에서는 주거불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셰어하우스'가 주목받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등과 같은 공간에 여러 인원이 함께 모여서 사는 일종의 공유경제를 활용하는 새로운 주거 형태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재 공유주거 모델은 초기단계인 '셰어하우스'와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코리빙하우스'까지 왔다. 지금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향후 덴마크나 스웨덴처럼 중년, 노년층까지 이용자가 활성화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셰어하우스는 여러 명의 청년들이 방은 각각 쓰지만 화장실, 거실, 부엌 등은 공유하는 형태다. 코리빙하우스는 각각의 방 안에 화장실, 샤워실, 간단한 싱크대가 있고 빨래방이나 카페는 공유공간으로 쓰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게 점점 진화하면 코하우징이라고 해서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아이가 있는 부부나 노인들이 모여사는 모델이 된다. 공동체주택이라고 하는데 4~5층짜리 연립 다세대주택에 각각 세대별로 싱크대, 화장실 등은 독립적으로 사용하지만, 맨 아래층이나 꼭대기에는 공동 육아공간이나 놀이시설, 노인을 위한 커뮤니티공간이 있는 구조다. 특히 노년층은 서로 '노노케어'라고 해서 노인이 노인을 돕는 케어를 말한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욱 늘어남에 따라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공유주거가 진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1인가구 증가가 불러온 장례문화 변화…허례허식 뺀 '작은 장례' 선호

상조업계에서는 '작은 장례'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장례식 참여 조문객의 수가 줄어들면서, 보다 간소화된 장례절차를 찾는 고객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오면서다.

아울러 코로나19 시기 장례식장 인원 제한 등으로 소규모 장례를 치르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작은 장례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가부장적 가정의례 문화의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안적 장례 방식 선호도 조사 결과 '고인과 친밀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장례식을 치르는 방식'이 93.1%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2022년 실시한 한국 장례문화 변화에 대한 기획조사에서 역시 간소하게 치러지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장례문화에 대해 63.7%가 긍정적이라 답했다.

최근 장례식을 치른 최상만(57·남) 씨는 "고인이 안타까운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고인과 가까히 지내시던 분들에게만 부고를 알려 간소화된 장례식을 치렀다"며 "허례허식이 가득한 장례식을 치르기보다는 조용하고 의미있는 장례식을 치르고자 했고,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장례식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치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상조업계는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국내 대표 상조기업인 보람상조는 상조업계의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1인 가구의 증가를 꼽은 바 있다.

보람상조는 가구 형태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1인 장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며, 자연스럽게 특수청소 형태의 유품정리 서비스도 덩달아 성행할 것으로 봤다. 함께 거주하는 가족이 없는 1인 가구의 특성상 유품정리 서비스가 필요해질 거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4월 프리드라이프는 상조업계 최초로 '유품 정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유품을 처리하는 일부터 재산을 상속과 관련된 부분까지 고인의 삶 전반에 걸쳐 남은 일들을 함께 정리해준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유족 심리 상담 프로그램 등 가족과의 이별로 슬픔을 겪고 있는 유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꾸준히 발굴해오고 있다"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는 장례 직후 유족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유품 정리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가족장 등 소규모 장례를 위해 가격부담을 낮춘 '후불제 상조'도 확산되고 있다. 후불제 상조는 매월 계약 금액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납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고객 맞춤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례가 끝난 후에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세와 가족단위 소규모화 등으로 장례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허례허식을 뺀 실속있는 장례식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아 관련 서비스 또한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보험업계 "1인 가구 니즈 잡는다"…연금보험 상품 잇따라 출시

보험업계에서는 노후 대비와 관련된 연금 상품을 속속히 출시하고 있다. 1인 가구의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사가 높아지면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특히 연금 상품에 대한 1인 가구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이와 과련한 상품 출시가 많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인터넷 뉴 연금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가입 후 5년 이내에는 연복리 4.8%의 확정이율을 적용하고 이후에는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일시납 연금보험으로 안정적 노후 준비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푸본현대생명 또한 최근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MAX 연금보험 하이브리드(무배당)'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연금상품은 가입 후 5년까지 확정이율 3.6%를 적용하고 5년이 지나면 공시이율을 적용한다.

KB라이프생명도 'KB하이파이브평생연금보험'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해당 상품은 확정이율과 공시이율을 결합한 연금보험으로 가입 후 5년 이내에는 확정이율 3.5%, 이후에는 공시이율을 적용해 복리효과를 극대화 한 상품이다.

50대 1인 가구 최명환 씨는 "50대가 되고, 혼자 살다보니 노후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절벽 기간이 있기도 해서, 최근 10년납 연금 상품 하나 정도 가입하려고 상담을 받고 왔다"고 전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령 1인 가구를 비롯한 고령화 시대에 맞춰 고객의 노후 연금 준비를 돕기 위해 다양한 추가 혜택이 적용된 신개념 연금보험을 출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 보험사가 연금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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