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 뉴 노멀의 시대다. 혼자 사는 사람 수가 빠르게 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변화가 포착된다. 결혼·가족 중심의 정책 기조 속에서도 1인 가구 역차별 해소 움직임이 커졌고,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계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1코노미뉴스]는 1인 가구 뉴 노멀의 시대에 맞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내 1인 가구 수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2018년 585만가구에서 지난해 750만가구를 넘어섰다. 

1인 가구는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학교, 직장 등 비자발적 이유로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발적인 '혼삶'(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이러한 1인 가구 증가는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행(혼자 하는 여행) 등에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익숙해지면서 그에 맞는 상품 및 서비스가 등장했다. 1인 가구가 소비의 중심축이 되고 맞춤형 상품이 증가하는 등 '1코노미'(1인 + Economy)는 산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자취 10년 차인 직장인 신영태(31·남)씨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오히려 혼자 사는 것이 편해졌다고 말한다. 신 씨는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익숙하지만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삼겹살도 혼자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면 빨래부터 청소까지 다 해결된다. 돈이 문제이지 생활 서비스 부족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1인 가구 증가에 혼행 '훨훨'

1인 가구의 증가는 산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여행, 식품, 가전 등이 손꼽힌다.

먼저, 혼자 떠나는 여행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행 산업에 변화가 찾아왔다. 최근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혼행 명소가 떠오르거나, 관광 분야에서도 혼행을 위한 다양한 패키지를 출시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혼행의 특성, 인식 및 형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 혼행 수요도는 2018년 2.5%에서 2019년 4.1%, 2020년 4.8%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백신접종 이후 혼밥과 혼술, 혼행, 혼캠 등 1인 활동에 대한 소셜 언급량이 증가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큰 이유는 ▲혼자만의 공간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 ▲즉흥여행의 편리함 등이 손꼽혔다. 장점으로는 ▲편리한 일정조정 ▲자유로움 등 순으로 응답했다.

실제로 혼행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장도영(37·남)씨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 혼행은 스케줄도 내가 원하는 시간, 가고 싶은 장소, 먹고 싶은 음식을 원하는대로 계획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면서 "여행 시 특이사항이 발생하더라도 번거롭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라고 말했다.

이현주(31·여)씨는 지난해 혼캠의 매력에 빠져 소형 차량까지 구입했다. 이 씨는 "지난해 유튜브를 통해 혼캠하는 영상을 접하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소형차를 구입하게 됐다"면서 "매주 바다나 계곡으로떠나 차박도 하고, 혼캠도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후 하늘길이 열리면서 관광업계에서도 혼행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창민 하이스트여행 대표는 "혼행을 생각하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 그중 처음 떠나는 여행지의 경우 혼자서 계획을 짜기에 어려움이 있어 여행사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1인 가구 등에 업은 가정간편식, 매출 '고공행진'

1인 가구 뉴 노멀 시대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유통업계다. 1인 가구는 외식시장을 선도하는 핫 키워드로 꼽힌다.

이미 식품·외식업계는 1인 전용 메뉴, 1인 전용 매장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7000억원에서 2020년 4조원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 식품업계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1인 가구를 유혹할 만한 다양한 상품이 나온 덕분이다. 유명 맛집, 유명 셰프의 이름을 내세운 제품은 물론 HMR의 한계점을 보완한 영양만점 메뉴도 있다.

최근 외식 물가 상승도 밀키트 인기에 기여했다. 가계부담을 느끼는 1인 가구가 대부분 1만원대로 원하는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자취 1년 차 도경욱(27·남)씨는 "고향이 대구를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 자취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먹거리가 걱정이었는데, 밀키트의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좋아 자주 이용하고 있다"면서 "요리 초보더라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강점과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김보람(34·여)씨의 경우도 밀키트를 자주 애용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음식 종류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좋고, 간편식임에도 맛도 나쁘지 않다. 어렵지 않게 직접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수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여파 등 식품업계 트렌드 변화를 가속화했다"면서 '밀키트 매출의 중심이 1인 가구로 변화하면서 조리가 쉽고, 보관이 편리한 제품이 인기다"라고 말했다.

◇가전업계, 1인 가구 잡아라…'소형가전' 확대

가전업계도 1인 가구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연 소형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고, 어느덧 틈새시장에서 핵심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5평 남짓한 원룸에 생활하고 있는 석호(38·남)씨는 최근 장마철 대비 미니 건조기를 마련했다. 석 씨는 "크기가 작아 많은 내용물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공간 차지도 크지 않고 생각보다 성능도 나쁘지 않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면서 "장마철 마르지 않은 빨래의 걱정을 덜었다"라고 말했다.

이승현(29·남)씨는 지난해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1구 인덕션을 선물 받았다. "이사기념 선물로 받게 됐는데, 크기도 작고 원하는 곳에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다"라면서 "만족감이 높아 혼자 살고 있는 지인에게도 선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에서는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해  작은 크기로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기능을 살린 소형 가전 출시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여름철 가전으로는 창문형 에어컨이 주목받았다. 전자랜드는 지난 5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가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소형 냉방 가전인 창문형 에어컨과 이동식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창문형 에어컨은 일반 에어컨보다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고 전기료가 덜 든다는 장점이 있어 1인 가구에게 주목받는 여름 가전제품 중 하나다.

위메프는 지난 3월 14일부터 4월 13일까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형 식기세척기(1124%)로 판매량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미니 건조기(205%), 밥솥(723%), 세탁기(65%), 냉장고(60%) 등 소형 가전의 매출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제조사에서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소형가전 신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하는 것으로 볼 때 1인 가구의 증가를 제조업체들이 주시하고 있지 않나 싶다"면서 "소형가전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서 밥솥 라인업 20개 제품 중에서 한두 개씩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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