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돈의동 쪽방촌 골목길./사진=안지호 기자
서울 종로 돈의동 쪽방촌 골목길./사진=안지호 기자

"올해 유난히 더운 것 같다. 집 안에는 못 들어간다. 더위를 피하려면 밖에 나와서 그늘에 앉아있는 것이 전부다."

서울 한낮 최고 기온 35도. 그야말로 찜통 더위가 이어지면서 쪽방촌 어르신들의 여름나기는 버겁기만하다. 

2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김화원(76·가명)씨는 기자에게 올해 더위로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기온 32도를 기록한 오전 11시, 돈의동 쪽방촌은 찜질방을 연상케 할정도로 더웠다. 잠깐 걸은 것만으로도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됐다. 폭염 취약지역으로 손꼽히는 이곳 쪽방촌에는 약 490여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더위로 문을 아예 활짝 열어놓거나, 집 밖에 나와 있었다. 심지어 속옷만 입은 채 생활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왼쪽)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 더위로 집안 곳곳 문을 활짝 열어놨다.(오른쪽)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는 박정훈(가명)어르신./사진=안지호 기자
(왼쪽)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 더위로 집안 곳곳 문을 활짝 열어놨다.(오른쪽)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는 박정훈(가명)어르신./사진=안지호 기자

돈의동 쪽방촌은 창신동, 남대문, 서울역, 영등포를 포함해 서울 5대 쪽방촌으로 꼽힌다. 대부분 고령층에 해당한다.

20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했다는 70대 박정훈(가명·남) 어르신은 "나이가 먹으니까 더위를 더 심하게 느끼는 것 같다"면서 "선풍기가 있어도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낮에는 집에서 생활 할 수가 없어 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쉼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건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릎 수술을 한 이후로 오래 걷지 못해 (무더위쉼터까지)못 간다"고 답했다.

쪽방촌 더위를 피해 밖에 나와있는 독거어르신./사진=안지호 기자
쪽방촌 더위를 피해 밖에 나와있는 독거어르신./사진=안지호 기자

점심 식사를 아예 집 밖에서 준비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이유에 대해 묻자 "좁고 더운데 안에서 어떻게 먹냐"면서 짧게 답했다.

손수건을 이용해 연신 얼굴을 닦아 내리던 이원훈(68·가명) 씨는 "더워도 참을 수밖에 없다. 이것도 그나마 예전에 비해 시원해졌다"고 말하며 한 곳을 가리켰다.

어르신이 가리킨 곳을 보자 골목 곳곳에 물안개가 쏟아지고 있었다. 서울시가 쪽방촌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설치한 쿨링포그(안개 분사기)다.

쿨링포그는 정수 처리한 수돗물을 약 1000만분의 1크기로 고압 분사한다. 분사된 물이 기화되면서 주변 공기를 냉각시켜 최대 3~5℃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쿨링포그(안개 분사기)가 작동되는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쿨링포그(안개 분사기)가 작동되는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그러나 현재 쿨링포그는 영등포 1기, 돈의동 4기, 남대문 1기만 설치되어 있다. 넓은 쪽방촌을 다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또 고령층의 경우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물리적으로 스스로 관리할 수밖에 없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독거노인들의 건강이 우려된다. 

실제로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폭염 대책 기간인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말까지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21명에 달한다. 전날 경북 영천과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를 합치면 23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명에 비하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정부도 전날 오후 6시부로 폭염경보 수준을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높였다.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폭염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 → 주의 → 경계 → 심각 순이다.

한편 서울시는 이달부터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시는 폭염 취약계층을 위해 무더위쉼터(경로당, 복지관, 주민센터, 야외쉼터 등) 4200개소를 지정하고 운영 중이다. 또 무더위쉼터에 방문이 어려운 취약 어르신 등을 상대로 정기적인 안부 확인 및 폭염대비 행동요령을 교육한다.

이어 쪽방주민 보호대책으로 10개 조 20명으로 구성된 특별대책반의 1일 2회 순찰, 쪽방간호사 1일 1회 이상 방문간호를 실시할 방침이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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