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부담 적고, 집값 오르면 팔면 돼"

사진=1코노미뉴스,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호응한 상품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유지하면서 대출한도를 높이고 이자부담도 줄여 대출규제 완화 효과가 있다. 

30세에 빌리면 80세에 빚에서 해방될 수 있는 50년 만기 상품임에도 청년 1인 가구의 관심은 높다. 평생 빚더미를 등에 짊어지고 살게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 중인 김성현(36, 가명) 씨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연초 집값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더 늦기 전에 집을 사고 싶어서다. 김 씨는 "50년 만기라고 50년 동안 빚을 다 갚는 사람이 어디 있냐. 어차피 월급 모아서 집 못 사는 건 똑같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서 주담대를 받아서 매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1인 가구 유진영(39, 가명) 씨도 "50년을 살면서 이자, 원금을 갚을 생각이면 주담대 못 받는다. 은행도 50년 동안 이자 받을 생각으로 만든 상품이 아닐 것"이라며 "집값이 떨어진다 생각하면 지금처럼 전세만 살아야 한다. 기회와 위기를 구분해야 하는데 기회라고 생각해서 주담대를 신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금리 여파로 집값이 급락하면서 주춤했던 영끌족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이미 1068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7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431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9553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주담대가 6조원이나 늘어난 결과다. 올 1~7월 주담대는 21조9000억원 증가했다. 

영끌족 1인 가구가 관심을 보이는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은행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Sh수협은행이 첫 출시한 이후 현재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DGB대구은행 등이 해당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안정화된 만큼 50년 만기 상품 역시 보편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40년 만기 상품의 대출 기한을 10년 연장해 50년 만기 상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영끌족은 20·30대 청년층이 주도한다. 주담대 상품의 경우 그중에서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관심이 높다. 실거주하면서 집값이 급등할 경우 빠르게 매도 후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대출 한도가 높고 월 납입액 부담이 적은 상품에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1인 가구가 끌릴 수밖에 없다. 일례로 연소득 5000만원 기준, 최근 시중은행 평균 주담대 원리금인 연 4.36%로 주담대를 실행하면 40년 만기는 대출한도액이 3억7800만원이다. 반면 50년 만기는 4억600만원으로 늘어난다. 3억원을 대출할 경우 월 납입액은 40년 만기는 132만1810원인 반면 50년 만기는 122만9539만원으로 줄어든다. 20년 만기 상품(187만5352만원)과 비교하면 월 60만원 넘게 부담이 준다. 

대출 한도는 높고, 월 납입액 부담은 낮다는 강점의 뒤에는 막대한 이자액 부담이 따라온다. 총 이자액을 보면 50년 만기는 4억3800만원에 달해, 이자가 원금을 넘어선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세 차익으로 목돈을 챙기려는 영끌족 1인 가구의 발길이 은행으로 향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은 언젠가 오른다'는 식의 낙관론으로 초장기 대출 상품을 받는 건 위험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40년 만기 상품이 자리를 잡은 만큼 50년 만기 상품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초장기 대출 상품은 부동산 하락기에 원금 상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초장기로 갈수록 이자총액이 커져 원금을 넘어설 수 있는 만큼, 노후에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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