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거 취약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고시원·쪽방촌에 빈대가 출몰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최근 주거 취약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고시원·쪽방촌에 빈대가 출몰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주거 취약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고시원, 쪽방촌의 빈대가 기승이다. 이 가운데 해당 시설의 방제조치를 두고 지자체가 혼선을 겪고 있다. 

8일 정부 합동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등에 접수된 빈대 의심신고 건수는 30여건이다.

빈대는 지난 9월 대구의 한 대학교 기숙사를 시작으로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 일대 고시원과 경기도 부천의 한 고시원에서 빈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취약 주거 시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3일 경기 부천시 365콜센터에 "고시원에 빈대가 나왔다"는 내용의 민원전화가 걸려 왔다. 민원인 A씨는 "빈대에 물려 병원 치료를 받았다. 시에서 뭔가 조치해 달라"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로 빈대가 발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부천시는 방제 매뉴얼이나 방역 수칙을 안내하는 데에 그쳤다. 이를 두고  빈대는 전염병을 매개하거나 전파하는 벌레는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현장 조사나 확인에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서구의 경우도 지난달 16일 한 사우나 찜질방 매트에서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관련 민원 7건이 잇따라 접수됐는데, 제기한 민원 중에는 같은 건물에 있는 고시원에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우나 업체는 빈대와 관련하여 총 4일간 소독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목욕탕 운영을 재개했지만, 빈대가 발견된 찜질방 시설은 박멸이 확인되기 전까지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하지만 같은 건물에 있던 고시원은 방역 조치에서 제외됐다.

고시원의 방역이 제외된 것에 대해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은 "고시원의 경우 자유업종에 해당하여 시나 구의 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사적으로 방제할 수밖에 없다"라며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고시원은 위생 취약 시설로 꼽히는 만큼 위생 점검과 관련하여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고시원에서 1년가량 생활했다는 A(43·남성)씨는 "고시원은 생활 자체가 열악하다. 여기에 빈대까지 발생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택 근처 고시원이 있다는 B(31·여성)씨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고시원 빈대 출몰 소식을 접한 후 불안하다. 고시원은 주로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이은 빈대 확산에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지자체는 뒤늦게 고시원도 방제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지난 7일 빈대 확산방지 '합동대책반'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시는 보건환경연구원, 10개 군·구 보건소로 긴급방제단을 구성하고, 120콜센터, 군·구 보건소 등에 빈대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신속하게 빈대 출현 여부를 확인하고 방제한다. 이는 위생 취약 시설인 쪽방촌 210여 가구와 고시원 800여 동에 대해서는 빈대가 나타나는 경우 긴급방제단이 출동해 방제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경기도 역시 빈대 예방 점검에 나선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6일 긴급회의를 열고 빈대 예방을 위한 특별점검을 추진했다.

도는 이달 말까지 집중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도내 숙박업소, 목욕탕 업소 5262개소 등을 특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31개 시군 49개 보건소에 예비비를 활용하여 고시원, 외국인 노동자 임시거주시설, 기숙사 등 위생 취약 시설 대상 방제 컨설팅에 활용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3일 빈대 신고·관리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위생 취약시설의 빈대 예방과 방제를 강화하기 위해 예산 5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시는 쪽방촌, 고시원 등 빈대 발생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율 점검표를 제작·배부한다. 또 상시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위생용품도 지원할 예정이다. 빈대가 발생하면 방제를 위한 지원과 신고센터를 통해 관리할 계획이다. 

한편, 빈대는 1970년대 이후 정부의 방역 조치로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여행 증가,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면서 국내에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감염병을 매개하는 해충은 아니지만 흡혈로 인한 가려움, 알레르기, 심리적 피로감을 준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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