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언플래쉬
국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언플래쉬

#. 지난 22일 오전 6시 45분쯤 강원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근처 도로에서 새벽 기도를 다녀오던 6~70대 여성 3명이 도로를 건너다 A(82)씨가 몰던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성들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음주상태는 아니었으며, 신호와 여성들을 못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일 오후 2시 15분쯤 전남 보성의 한 도로에서 B씨(78)는 승용차를 몰던 중 인근 버스정류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버스를 기다리던 C(16)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B씨는 음주상태는 아니었으며,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사고기록장치(EDR) 정밀 분석 결과를 두고 B씨는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 지난 8월 11일 충북 음성 감곡면의 한 사거리에서 70대 노인 D씨가 몰던 승용차에 10대 여학생 두 명이 잇달아 치여 사망했다. 당시 D씨가 몰던 차량은 시속 120km의 속력으로 돌진해 전신주를 들이받고 겨우 멈췄다. D씨는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운전자의 판단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대책은 여전히 부실해, 인구·사회 변화를 못 따라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3만4652건으로 전년 대비 8.8%올랐다. 최근 3년(2020~2022년)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이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고령운전자가 늘면서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운전자는 노화로 인한 인한 신체 감각, 순간 판단 능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연구원의 '사고위험도 분석을 통한 고령운전자 안전정책 연구 : 사망사고 발생을 중심으로' 자료를 보면 신체적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는 사물 인식능력의 감소와 운전 시야를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또 청력 감퇴, 돌발상황에 대한 반사신경 감소는 비고령자에 비해 인지·반응적 능력을 저하시켜 교통사고 유발가능성을 높인다고 파악했다.

고령운전자의 정지시력 평균치가 30대 운전자에 비해 30% 이상 낮으며, 고음역을 중심으로 약 30% 이상의 청력 손실이 발생했다. 또 2~3개 복합적·연속적인 교통상황 판단이 필요한 경우 비고령자에 비해 인지반응 시간이 20% 정도 증가했다. 노화로 인한 중추신경계 각성 수준 저하 또한 젊은 층에 비해 반응속도가 30% 더 오래 걸렸다.

국토연구원은 고령운전자의 주행운전교육 제공뿐 아니라 도로환경시설의 개선 방안이 필요하고 제안했다. 이어 차량안전 기술 장착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지원과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3년 이하 주기로 면허갱신 및 적성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현재 70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정기적성검사를 받고 통과해야 운전면허증을 갱신할 수 있다. 또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 갱신가능하다. 그럼에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 조례 제정은 전국적으로 총 100건에 달한다. 주로 ▲교통사고 예방사업 ▲운전면허 자진반납에 따른 지원 ▲고령운전자 관련 실태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이 추진 중이다.

TS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기존 버스나 중대형 트럭에만 장착이 의무화 되던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를 초소형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으로 의무대상을 확대한다.

새롭게 출시되는 신규모델은 지난 1월부터 적용하고 있으며, 기존에 출시된 모델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인센티브 지급으로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고령자의 이동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100원 택시 등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활성화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의 경우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지자체마다 다르고, 그마저도 지역화폐로 약 10~50만원 수준의 혜택에 그친다. 차량 운행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령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청의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면허 자진반납은 2015년 1415건에서 2021년 8만 3997건으로 늘었다. 다만 전체 고령 운전자 등록면허 대수(401만 6538대)와 비교하면 2.09% 수준이다.

아직까지 고령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가 실천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령운전자 스스로 안전한 운전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고령운전자 안전운전 수칙을 준수하고,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실시하는 고령운전자 컨설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조용철 백석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고령 운전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령운전자 사고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고령운전자 대상 하드웨어 장치 보급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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