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성 1인 가구, 사회적 고립 정책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모였다./사진=각 대학교 사진 캡쳐, 서울시복지재단 TV 사진 캡쳐
올해 여성 1인 가구, 사회적 고립 정책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모였다./사진=각 대학교 사진 캡쳐, 서울시복지재단 TV 사진 캡쳐
1인 가구 증가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된 인구 변화 양상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고령화, 저출산이 동시에 찾아오면서 1인 가구 정책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이에 면밀하게 대응해 후차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이미 국내 1인 가구 수는 2022년 750만가구를 넘어섰다. 2050년에는 900만가구를 돌파할 것이란 추계도 있다. 그럼에도 1인 가구 정책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신년기획]을 통해 '전문가들이 바라본 2024년 1인 가구 정책 방향'을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근 1인 가구 증가 추이를 보면 여성과 청년층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혼자 생활하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심각성을 더해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스토킹, 주거침입, 데이트폭력이 꼽힌다.

사회적 충격을 안겼던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 스토킹처벌법 개정 등 이러한 범죄 에방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각종 정책과 지원 서비스에도 체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고, 지원 규모 자체도 적어서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성 1인 가구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행을 위해 정확한 실태조사, 중장기적 대책,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가정폭력, 학교폭력, 아동폭력, 성매매 등 일부 사건들은 정례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그 현황분석과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을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1인 가구 범죄의 형태는 대부분 데이트 폭력, 스토킹 등 관계형 범죄형태가 많다. 따라서 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한 원인 파악과 그를 통한 대책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실효성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여성 1인 가구 안심키트 등 안전대책은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실질적인 도움을 요구하는 대상이 아닌 지자체의 홍보용품 정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효성 있는 도움을 위해서는 경찰 신변보호 요청자를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도움이 필요할 것이며, 안전가옥 제공, 신변보호 조치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파악했다.

이어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고려한 스토킹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도우 교수는 "여성 1인 가구가 20~30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40~50대 중년 여성들의 피해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헤어진 전 연인·배우자 등 이들의 범죄위험은 20~30대 여성에 비해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용철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스토킹 범죄처벌 강화에 대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와 함께 피해자 중심의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용철 교수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특히 스토킹 범죄는 단순히 1인 가구나 여성 가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스토킹이나 이혼 가정, 노인 가정 등 다양한 장소와 대상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피해자 중심의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스토킹 범죄 신고절차를 간소화하고 스토킹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원스톱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거침입 범죄에 대해서는 거주지의 보안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용철 교수는 "경찰청에서 '안심 원룸 인증'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도시집중 현상으로 주거침입 문제는 특정 연령대, 특정 지역, 특정 계층으로 집중되는 추세"라며 "따라서 지자체와 경찰뿐만 아니라 건물 소유주 및 거주자까지 상호 협조하여 거주지의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건물 소유주와 함께 침입감지센터, 방범창, CCTV 설치 등을 적극 지원하고, 경찰은 거주자에게 주거침입 방지대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데이트폭력 같은 경우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범죄로 신체적 폭력이나 성적 폭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폭력이나 사회 관계적 폭력까지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교제폭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접근금지 가처분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법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제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교제폭력 피해접수 상황을 신속하게 인지하여 대처할 수 있는 '112치안종합상황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사회적 고립 안전망, 지역 단위로 설치해야

사회적 고립 문제는 지난해 다시 한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점차 의욕을 상실한 고립·은둔 청년의 증가, 더 나아가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 사회로 그대로 표출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사건, 또래 여성을 살해한 과외 앱 사건 등 가해자들 모두 은둔형 외톨이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꾸준히 정책 필요성이 강조된 고독사 문제는 여전히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고독사 통계조차 맞지 않아 예방 대책 수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는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립 대상자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소통창구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이 모였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사회적 고립 문제는 정부, 지자체, 기업, 일반시민이 모두 역할을 가지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구나가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23년은 코로나 이후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마주한 사회적 고립의 문제가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화두였다"며 "보건복지부가 고독사와 중장년 돌봄서비스 정책과 관련하여 새로운 정책이 입안되고 시작된 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정책을 시작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인주 연구위원은 또 "특히 관련 정책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고립 위험 안전망으로 정책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주민 간에 다양한 활동과 소통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동주민센터와 지역사회복지관에서 고립 가구를 찾고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고 해도 이웃이 함께 모니터링하고 위험 가구를 신고하며 친밀하게 이웃 간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안전망 기반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송인주 연구위원은 올해 세 가지 정책 방향성을 제언했다.

그는 "첫 번째로 고립된 사람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민의 관심과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고립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관심받고 환대받을 수 있는 당연한 분위기를 만드는 주민관계망이 확대되어야 한다"며 "주민관계망이 확대될 수 있도록 주민공간과 주민모임, 주민활동, 자조모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속되는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사업으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 번째로 중장년과 청년 고립가구들이 사회에서 역할을 찾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는 다양한 사회적 일거리 마련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역량과 활동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일감, 소일거리, 일자리 등을 다양한 수준에서 개발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인일자리가 아닌 사회에서 단절된 사람이라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로 방역활동, 방법활동, 자조모임활동, 모니터링 활동, 홍보활동, 공공영역 업무지원활동 등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로 지자체를 중심으로 주거취약의 폭염과 폭우시 대피가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고립가구에 대한 지원정책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고립된 사람들이 폭염과 폭우 시 더 집안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심리적 육체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기후위기로 폭염과 폭우가 혹독한 요즘 주거취약지역, 고시원, 반지하 등의 주거 대상자에게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안전대책, 관계망과 정보를 통한 실질적인 지지체계가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백명희 서울시복지재단 고립가구지원팀장은 고독사에 집중했다. 그는 사회적 고립 대응에 대한 정책 1순위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백명희 팀장은 "1인 가구의 증가, 사회적 고립 현상 심화로 나타난 대표적인 사회적 문제가 고독사"라며 "2020년 제정된 고독사 예방법 정의는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에서 2023년 5월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임종을 맞고'로 개정되며 사회적 고립의 영향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2023년에 수립된 보건복지부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에도 담겨있다. '촘촘한 연결사회 조성으로 약자복지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은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연결 사회 조성이 중요함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백 팀장은 사회적 고립 대응을 위한 정책 수립 시 '1순위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립된 분들을 찾는다는 것은 그동안 복지대상자를 찾았던 것보다 더욱 어려운 접근이다. 그럼에도 현재 정책은 고립가구 분들을 찾기 위한 공공·민간·지역사회 차원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법들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개전투가 아닌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공공의 각종 실태조사 및 발굴 시스템이 민간 복지기관과 연계되어 지역사회 내 지원체계가 흡수되도록하고 연결되는 주민관계망이 이어지도록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자치구 단위의 협의체 구성, 논의의 장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활동의 어려움과 정책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22년 발표된 고독사 통계에 따르면 50~60대 중장년 남성 1인 가구가 전체 고독사 중 58.6%를 차지한다"면서 "그럼에도 지역사회 단위에서 고립된 중장년분들을 찾고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하기 쉽지 않다. 아직까지 고립과 고독사는 어르신 중심의 사고와 부정적인 인식이 지역사회 내 자연스럽게 찾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역단위의 사회적 고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캠페인 확대, 더 많은 주민의 참여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약자동행센터장 역시 고립 문제를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빈곤이나 고용, 교육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 즉, 전통적인 사회적 위험(Old Social Risk)에 정부가 대응해 왔는데, 최근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예컨대 돌봄이나 고립, 정신건강과 같은 문제들이다. 이는 인구사회학적 변화, 경제적 상황에서 비롯된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각종 복지정책은 신청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빈곤한 가구나 실업자는 동주민센터, 고용센터를 방문하여 상담하고 급여를 신청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고립된 사람들은 이런 것에도 단절된 사람들"이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현행 방식으로 이들에게 접근조차 하기 어렵다. 은둔 고립 청년, 고독사 현황들은 실제 발굴되거나 드러난 사람들의 현 상황인데, 실제 그런 위험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한층 적극적으로 고립위험가구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하고 실태파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돌봄이나 고립, 정신건강의 문제는 이제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하여 우리 사회,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면서 "특히 고립은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가족구조의 변화, 경제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경향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고립위험가구를 적극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복지부 발표에서 고독사 실태파악 주기를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실태파악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존의 설문방식으로는 은둔 고립청년, 고립 위험가구를 발굴하기 어렵다"며 "읍면동을 통해서 지역 내 고립 은둔 가구를 적극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사례관리와 찾아가는 서비스가 보완되어야 한다. 청년, 중장년, 노인 생애주기별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 고립 위험이 높은 가구를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사례 관리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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