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자료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침입범죄가 여전히 기승이다. 최근 가해자들은 지문 등을 살피며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등 대범함까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주지 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상습주거침입,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19·남)씨를 지난 7일 체포했다. A씨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같은 빌라 이웃 여성인 B씨의 집에 몰래 들어간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8월 30일부터 5개월에 걸쳐 11차례 B씨 집에 들어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B씨가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것을보고 침입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적인 욕구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대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C(30대·남)씨는 이웃집 20대 여성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현장에서 주거침입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C씨는 도어락 지문을 보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침입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아내 침입을 시도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동구의 한 공동주택에서 C(30대·남)씨는 자신의 앞집인 30대 여성의 집에 침입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C씨는 도어락에 묻은 지문을 보고 비밀번호를 파악해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집 안에 있던 피해자가 소리를 듣고 이를 알아채 미수에 그쳤다.

여성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연이은 주거침입 범죄 소식에 범죄 불안감이 여전하다.

30대 여성 1인 가구 김 모씨는 "이제는 도어락 누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며 "알코올 스왑을 들고 다니면서 도어락 비밀번호 지문을 자주 닦고는 있지만 불편하기도 하고 내 집인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20대 여성 1인 가구 박 모씨는 "이사 온 지 한 달째인데 가끔 누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자꾸 누른다. 처음에는 술 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몇 번 반복되다 보니 너무 무서워 숨이 막힐 정도"라며 "또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다. 건물 복도에 도CCTV가 없어 사설이라도 설치하려고 한다"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수행하는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연구'를 보면 여성들은 집에 있더라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높았다.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밤늦게 혼자 다닐 때 두렵다'가 63.4%로 가장 높았지만,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이 두렵다'의 응답도 52.9%를 기록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처럼 여성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짐에 따라 예방 대책이 강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올해 스토킹처벌법 강화, 피해자 보호 지원 등에 나서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범죄예방에는 마땅히 뾰족한 수가 없다. 지자체에서도 안심홈세트 지원에서도 한정적인 예산으로 인해 한계점이 분명하다. 특히 범죄 피해자는 심리·정서 트라우마 등 2차·3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 유형별 범죄 취약요인 분석'보고서를 보면 다세대 주택의 취약성에 대해 지적했다. 또 범죄예방을 위한 방범 시설 강화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도심 속 원룸이 밀집한 지역에는 직장여성이나 대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런 지역의 다세대 주택들은 방범에 취약하고 노후한 경우가 많다"며 "공급에 비해 수요가 월등히 높은 지역에서는 주택 관리가 허술한 경우가 많다. 월세를 들어오려는 사람이 항상 있어서 집주인이 주거환경 개선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또 "따라서 기존 건축물에 존재하는 범죄 취약 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경찰기관과 지자체도 원룸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가스 배관 덮개나 방범창을 설치하는 방식의 방범 대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건물주나 집주인으로부터 협조를 끌어내기가 어렵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물주와 집주인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로 지문방지패드나 키패드 가림판 등을 설치하는 것이 해당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용철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 역시 거주지의 보안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용철 교수는 "주거침입 문제는 특정 연령대, 지역, 계층으로 집중되는 추세다. 따라서 지자체와 경찰뿐만 아니라 건물 소유주 및 거주자까지 상호 협조하여 거주지의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는 건물 소유주와 함께 침입감지센터, 방범창, CCTV 설치 등을 적극 지원하고 경찰은 거주자에게 주거침입 방지대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가장 잘 알려진 도어락 범죄 예방 방법은 지문 방지 보호 필름 부착,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 등이 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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