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결혼을 넘어 연애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자료=미리캔버스, 피앰아이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결혼을 넘어 연애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자료=미리캔버스, 피앰아이

MZ세대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연애조차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이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지원하겠다며 출산 독려에 나선 데 반해 정작 청년층의 현실은 씁쓸하기만하다. 무엇보다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1인 가구조차 '혼자가 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청년층의 인식 변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데이터컨설팅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20~59세 미혼남녀 1174명을 대상으로 '2024 발렌타인데이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연애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75.8%로 '연애하고 있다'(24.2%)는 비율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유'(17.2%)를 꼽았다. 이어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어서'(10.0%), '귀찮아서'(9.5%), '관심이 없어서'(9.0%) 등 순으로 집계됐다. '딱히 이유가 없거나 이유를 모르겠다'는 응답률도 15.8%를 차지했다.

연애 경험을 묻는 문항에서는 '1~2회'가 36.9%, '지금까지 연애경험 없다' 25.5%, '3~4회' 19.0%, '5회 이상' 18.5% 등 순이다.

특히 '지금까지 연애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 중 20~30대 비율이 57.3%로 과반수를 넘었다.

이처럼 경제적 이유로 청년층의 연애감정이 식고 있는 것은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1인 가구 직장인 이동백(31·가명) 씨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꾸준한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조차 부담을 느껴 누굴 만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소영(28·가명)씨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 씨는 "혼자가 편하다는 말이 딱맞는 것 같다. 점차 연애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며 "굳이 누군가를 만나서 돈을 쓰고, 감정소비를 해야한다는 것에 대해 피곤함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우(35·가명)씨는 "전반적으로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현재 삶이 팍팍 하다보니 취업과 사회생활이 1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라며 "삶 자체에 만족도가 낮으니, 연애나 결혼은 더더욱 후순위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연애 관심도가 떨어지면 결혼과 출산 문제도 심각해진다. 이미 청년층의 결혼 인식도는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20~30대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는 청년 여성은 2008년 52.9%에서 2022년 20대 27.5%, 30대 31.8%로 급감했다. 또 같은 기간 청년 남성의 경우 2008년 70%에 달했었지만, 2022년 30대는 48.7%, 20대는 41.9%로 절반을 미치지 못했다.

모든 연령대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 자금 부족'이 주원인이었다. 이는 20세~29세 32.7%, 30~39세 33.7%, 40~49세 23.8% 순이다. 또한 20대의 출산 결정 시 고려사항으로 '경제력 여건'을 50% 이상이 고려했다.

반대로 20~30대 청년층에서 '독신에 대한 태도'는 2015년 3.1점에서 2020년 3.3점으로 평균값이 상승했다. 결혼하지 않고 홀로 생활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히 혼인건수도 줄었다. 통계청 인구동향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혼인건수는 17만609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는 코로나19 엔데믹 특수로 분석된다. 사실상 하반기 이후 급격히 줄면서 지난해에도 연간 19만건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기혼자에만 맞춰져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연애·결혼 기피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당장의 부담감을 줄여 줄 수 있는 대책도 중요하지만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겸임교수는 "현재 청년은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경제력 등 갖추어지지 않은 결혼을 두려워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청년이 가지고 있는 결혼관은 매우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는 반면, 혼자서 삶을 계속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 출산, 육아, 교육을 중심으로 물질적, 심리적인 부담감을 안고 있기에 이를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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