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즐겁게 건강관리를 즐기려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 사진 = 미리캔버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즐겁게 건강관리를 즐기려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 사진 = 미리캔버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높은 경제 수준에도 행복도가 낮다 보니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수 750만, 노인인구 1000만 시대다. 이들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변화만으로도 국가 행복도는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1인 가구, 노인층 역시도 '웰빙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이달 기획기사로 신체·정신적 건강관리의 중요성과 세대별 건강 트렌드를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헬시플레저(Healthy+Pleasure)'가 MZ세대의 건강 트렌드로 떠올랐다. 식단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고통과 인내를 수반해야 했던 과거의 방식과 달리, 즐겁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웰빙(well-being)' 라이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가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일상 속 다양한 영역에서 헬시플레저가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운동이다. 헬스나 필라테스 같은 고전적인 운동뿐 아니라 클라이밍이나 테니스, 등산, 수영 등 보다 신나게 새로운 스포츠를 즐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인 가구 가 급증하면서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심리 변화가 헬시플레저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청년 1인 가구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크루(팀)'를 형성해 게임을 하듯 단체 운동을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플러스 요소가 되고 있다. 고립·은둔 등 외톨이 문제를 예방할 수 있어서다.

김지연(27, 가명)씨가 클라이밍을 즐기는 모습(왼쪽)과 클라이밍 소모임 어플 화면./ 사진 = 독자 제공
김지연(27, 가명)씨가 클라이밍을 즐기는 모습(왼쪽)과 클라이밍 소모임 어플 화면./ 사진 = 독자 제공

실제로 직장인 1인 가구 김지연(27, 가명) 씨는 클라이밍을 통해 헬시플레저를 실천하고 있다.

김 씨는 "퇴근 후 주 2~3회 클라이밍을 하며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체중 감량에 성공한 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잘 안 되던 동작이 되면 성취감이 들고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난이도를 높이면 목표의식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이밍 크루에 소속돼 원정을 다니기도 한다. 소모임 앱을 통해 클라이밍 동호회에 가입하게 됐다.

김 씨는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도 받고 운동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전할 수 있어 즐겁다. 클라이밍만을 즐기는 건 아니다. 함께 MT도 가고 야유회나 번개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진다. 작년에는 속초로 원정을 다녀왔고 최근에는 오픈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앞으로도 크루들과 함께 건강과 재미를 위해서 클라이밍을 계속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신체적인 활동이 아닌 정신적 부분에서도 헬시플레저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멘탈관리'를 통한 헬시플레저다. 최근 청년 1인 가구 사이에서는 신체 건강 못지않게 정신 건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충분한 휴식으로 효율적인 멘탈관리를 추구하는 활동인데, 단순한 정신수양이나 상담이 아니다. 정신 건강을 챙기면서도 진지한 상담은 부담스러운 청년들이 스스로 마음을 돌보고 위로와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 성상현(37, 가명) 씨는 전국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다니며 멘탈관리를 하고 있다. 바쁜 직장 생활로 심신이 지친 성씨는 친구의 권유로 템플스테이 모임에 들어가게 됐다.

성 씨는 "복잡한 도시에서 동떨어진 사찰에서 눈을 감고 호흡을 관조한 뒤 명상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평소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보며 생활했던 순간들을 탈피하는 경험도 좋다. 바쁜 현대인이 본인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에서도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 간단한 소개를 나누는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가장 즐겁다. 사소한 이야기 속에서 많은 생각과 상념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다. 채식 위주의 천연 조미료로 만들어진 사찰음식을 먹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고 했다.

식생활도 다르다. 청년 1인 가구는 제대로 식사를 챙겨먹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변화하고 있다. 건강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헬스디깅(Health digging)' 트렌드 덕분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맛(플레이버)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더해지면서 웰빙음식과 단백질, 건강기능식품을 찾아 쇼핑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된다. 디깅소비는 관심 분야의 품목을 단순히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자세하게 알아보고 스스로의 가치와 부합하면 비용이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를 결정하는 현상을 말한다.

오지수(31, 가명)씨가 헬스를 한 뒤 찍은 운동 인증 사진./ 사진 = 독자 제공
오지수(31, 가명)씨가 헬스를 한 뒤 찍은 운동 인증 사진./ 사진 = 독자 제공

1인 가구 오지수(31, 가명) 씨는 체중관리와 균형 잡힌 신체를 위해 단백질 섭취에 신경 쓰는 헬스디깅족이다. 퇴근 후 1시간씩 꾸준히 헬스장을 방문해 운동하고 있다.

오씨는 "건강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칼로리나 당은 섭취를 줄이려고 한다. 편의점에 가면 제로 음료를 찾아 먹거나 새로 나온 저당 디저트를 고른다. 최근에는 건강식품에 관심이 생겨서 커피 대신 콤부차를 마시고 있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면 다음 날의 스트레스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5년 전인 2018년 813억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시장이 커진 수준이다.

제로 슈거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마켓링크에 따르면 국내 제로탄산음료 시장은 2020년 924억원에서 2022년 3638억원 규모로 2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제로 슈거 열풍은 이제 탄산음료를 넘어서 디저트, 맥주까지 식음료 전반에 걸쳐서 확산하고 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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