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강한 노년을 지향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이 주목받고 있다./사진=1코노미뉴스, 대한파크골프협회 사진 캡처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강한 노년을 지향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이 주목받고 있다./사진=1코노미뉴스, 대한파크골프협회 사진 캡처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높은 경제 수준에도 행복도가 낮다 보니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수 750만, 노인인구 1000만 시대다. 이들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변화만으로도 국가 행복도는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1인 가구, 노인층 역시도 '웰빙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이달 기획기사로 신체·정신적 건강관리의 중요성과 세대별 건강 트렌드를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노인 1000만시대다. 의료기술 발달 등 기대수명이 점차 늘면서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웰에이징(Well-aging)'이 주목받고 있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잘 받아들이고 아름답고 건강하게 잘 늙자는 의미다.

웰에이징은 은퇴 후에도 남은 삶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건강 상태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혼자 살수록 사회적 고립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런 점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만의 건강한 여생을 즐기고자 하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은평구에 홀로 거주하고 있는 권순복(가명·71)씨는 책을 내려놓는 법이 없다. 집은 물론이고 이동하는 지하철에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늙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정말 맞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늦깎이 한글공부를 마치고 현재는 노인회가 운영하는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권 씨는 동년배 노인들과 모여 공부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라고 말한다.

권 씨는 형편 문제로 과거 국민학교를 그만두고 가정부 일을 해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더 급급했다. 배움의 갈망은 마음 한구석에 꿈으로 남아왔다"며 "나이가 들었지만, 현재 그 꿈을 실행하기에 전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배우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처음 도전이 어려울 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김동민(가명·67)씨는 12년째 사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퇴직 후 그가 찾은 삶의 활력소가 '사회봉사'였던 것. 그는 평소 주변사람들에게도 이웃을 잘 살피는 '헌신적인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앞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 청소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주위 독거노인의 안부를 묻는 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왔다.

남을 돕는 것 자체가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는 김 씨는 경제적 여유가 없더라도 삶의 가치를 사회봉사에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씨는 "스스로가 독거노인이다보니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건강한 사람이 조금 덜 건강한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른 사람들을 만남으로서 관계망 형성도 되고,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활력을 되찾는다는 것에 대해 행복을 느낀다. 1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행복한 삶을 사는 건 크게 거창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김 씨는 "행복을 느껴야 활력도 얻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행복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은 건강을 위한 웰에이징 기본 실천방법으로 거론된다. 고령 1인 가구가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노후 생활을 즐기려는 인구가 늘었다. 

파크골프 경기 모습./사진=대한파크골프협회 사진 캡처
파크골프 경기 모습./사진=대한파크골프협회 사진 캡처

고령 1인 가구인 이명호(가명·68)씨는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파크골프에 빠져있다. 기존 골프와 비슷한 룰이지만, 시간과 비용이 크게 단축된 스포츠로 최근 고령층에서 인기가 많다.

이 씨는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다. 파크골프를 하기 전에도 러닝, 수영을 즐겨왔다. 홀로 생활하는 생활 속에서도 건강을 위해 늘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하고, 목표를 세워 성과를 이뤄냈을 때 활력을 얻는다고 말한다.

이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새로 시작한 파크골프가 너무 재밌다. 비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비슷한 연령의 사람들과 스포츠로 공통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운동을 시작할때 목표를 세운다. 크게 거창하지도 않아도 된다. 파크골프는 어떻게 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집중도를 높이는 것에 목표를 뒀다"라고 말했다.

파크골프는 고령층에서 인기가 상당하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한 전국 회원 수는 2020년 기준 4만5000여명에서 지난해 6월기준 12만명으로 급상승했다. 회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비회원 수까지 합치면 30만명을 넘선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도 노인 복지, 생활체육 활성화 차원에서 시설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독거노인일수록 평소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혼자 산다는 것이 별다른 차이가 있나 싶다. 뭐든 내가 하기 나름"이라며 "혼자서도 식사를 거르지 않고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걷는 운동만 열심히 해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참고이미지./사진=미리캔버스
참고이미지./사진=미리캔버스

전문가들은 고령층 삶의 질은 스스로가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와 자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준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65세 이상 노인 4317명을 대상으로 노인의 삶의 질을 평가했다.

평가도구는 EQ-5D로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을 평가하는 측정 도구다. ▲운동 ▲자기관리 ▲일상활동 ▲통증·불편감 ▲우울·불안 등 5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측정 결과 노인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는 '일상활동의 독립적 수행'으로 꼽혔다. 

네트워크 분석에는 각 요소를 노드(node)라고 부르고, 노드들 간의 연결망에서 어떤 요소가 가장 중심이 되는 요인인지 평가한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각 노드들간의 연결을 분석한 결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외부 요인 중 '스스로가 느끼는 주관적 건강상태'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전홍준 교수는 "연구 결과는 노인의 삶의 다른 요소들이 일상활동의 독립적 수행이 얼마나 원활한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노인이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전체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노인들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올바르게 평가하고, 건강관련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건강관리 전략을 스스로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노인 복지 및 건강관리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의미다. 주관적으로 건강한 상태라 느끼고, 일상생활의 독립적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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