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떠는 여성 1인 가구②] 2차 피해 부르는 '솜방망이 처벌'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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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떠는 여성 1인 가구②] 2차 피해 부르는 '솜방망이 처벌' 개선 시급
  • 안지호 기자
  • 승인 2020.05.13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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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10만원 이하 벌금…주거침입, '강간미수' 무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내 1인 가구 수의 급증과 함께 혼자 사는 여성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여성 1인 가구 수는 291만4000가구로 전체 1인 가구 중 49.3%를 차지한다. 전년 대비로는 2.5%나 증가했고, 2000년 대비 128.7% 늘어난 수치다. 여성 1인 가구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삶의 질은 나아진 것이 없다.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 반해 정부의 법적 제도, 처벌, 범죄예방 등 대책은 제자리를 맴돌아서다. 'n번방 사태'와 같은 사회적 충격을 주는 대형 범죄가 아닌 이상 법적 정비는 굼뜨기만 하다. 혼자 사는 여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다는 '현실공포' 앞에 불안에 떠는 여성의 삶은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 [1코노미뉴스]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의 위험성과 법적 현실, 그리고 해외 사례와 범죄 예방에 필요한 조치에 대해 3편에 걸쳐 기획기사를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수법도 교묘해져 현재의 법 처벌로는 여성 1인 가구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힘들다. 특히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주거침입을 시도하거나, 집안을 훔쳐보는 등의 경우가 늘면서 '주거지 불안'을 호소하는 여성이 많다. 

서울시가 20·30세대 여성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10명 중 4명(36.3%)이 '주거지 불안'을 호소했다. 거주지 유형별 불안정도는 ▲연립다세대(48.8%) ▲고시원/원룸(36.8%) ▲오피스텔(33.2%) ▲아파트(9.8%) 순이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여성이 극심한 트라우마·불안·우울증·보복성에 시달리며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2차 피해를 우려해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있다. 피의자 A씨는 '무단주거침입' 죄를 적용받아 1심에서 징역 1년을 받았다. 강간미수에 대한 처벌은 무죄를 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성폭행 시도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설령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를 토대로 고의를 추단 할 수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가중됐다. 단지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을 해도 직접적인 위험이 없었다면 '무단주거침입' 죄만 해당하는 것이다. 사건 이후 피해 여성은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학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2차적인 심리적 피해를 받았다.

비슷한 사건으로 한밤 중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공동주택으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쫓아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이 현직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소속 경찰관으로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B경사는 사건 이후 평소처럼 집회 시위 현장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B경사는 체포 당시 '여성을 성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B경사의 직위를 해제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추후 징계 여부와 범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주거침입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엿보는 사건도 처벌 수위는 낮다.

신림동에 위치한 원룸촌에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간 C씨는 2층 창문 너머로 샤워 중인 20대 여성을 훔쳐보다가 체포됐다. 조사 결과 C씨는 이전에도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C씨의 휴대폰 등에서 불법 촬영물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때 현행법상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직접적인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는 동일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서 2차 3차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자의 상처는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토킹 범죄에 따른 처벌 수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4월 26일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약 1년 동안 스토킹한 의혹을 받는 D씨가 구속됐다. 앞서 조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고 게재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조씨는 "D씨가 1년 전부터 사업장에 나타나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다"면서 "이후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통고조치 벌금 5만원, 사실상 훈방조치했고 스토커는 또 오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스토커 처벌법이 너무 경미하고 미약한 처벌을 해서가 아닌가 싶다. 피해자는 정신적 외상, 불안한 심리상태,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린다"면서 "미혼 여성인 저는 정말 이렇게 불안한 사회를 내 아이에게 물려줄 자신이 없다"고 호소했다.

스토커의 경우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 이같이 스토커에 대한 뚜렷한 처벌이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형법 297조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여성 1인 가구의 주거에 '침입'만하거나 '훔쳐보기'만 했다면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형법 319조 주거침입에 대해서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솜방망이 처벌 문제는 이미 수차례 제기돼 왔다. 국회에서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20대 국회에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과 '주거침입강력처벌법' 개정안 발의된 상태다.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성범죄를 목적으로 타인의 사적 공간(주거지) 등에 침입할 경우 범죄가 미수에 그쳐도 1/2까지 가중 처벌하는 것이다.

'주거침입강력처벌법 개정안'의 경우 형법 319조의 내용과 같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기존 형법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개정·강화하도록 했다.

물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될 전망이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종로구) 당선인은 "'스마트 여성 안심 통합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여성 1인 가구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스토킹처벌특례법' 제정으로 스토킹 범죄 처벌 강화와 디지털 성폭력 범죄 근절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태호(더불어민주당 관악구을) 당선인은 "여성 1인 가구 안심 홈4종세트 보급을 확대하여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면서 "위기상황 시 영상과 음성을 자동전달하는 '스마트 안전조명 설치 대상 지역을 확대'하여 안전한 귀갓길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1인 가구 비중이 다인가구를 넘어선 만큼 이제는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사회적 논란이 된 후에 '반짝' 등장하는 개정안이 아닌 실제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  

다음 편에서는 여성 성범죄와 관련한 처벌 강화의 필요성과 해외 사례, 범죄 예방 방안 등을 전문가와 함께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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