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프랑스 파리는 0시를 기준으로 무려 55일간 지속된 강제 자가격리가 해제됐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자유를 얻은 것은 아니다. 강제 자가격리 해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생활로의 복귀를 뜻하지 않는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하는 중이라고 보는게 가까울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도 기세를 펼치고 있는 파리는 ‘빨간 지역’으로 분류되어 타지역에 비해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지정된 출퇴근 시간에는 확인증이 있는 노동자에 한해서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고 지하철 이용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지하철 탑승 수용인원도 대폭 줄이고 시에서는 자전거 이동을 권장하고 있다. 파리지앙들이 사랑하는 공원의 문은 아직도 굳게 닫혀 있다.

여전히 프랑스에서는 하루에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14일 하루에만 351명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창문 넘어로 응급차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규율이 만들어진다.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이었던 이들이 착용을 권고하고 의무화 하는 등 달라진 태도에 새삼 코비드19의 무서움을 느낀다.

하지만 제재없이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일상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동금지령이 끝나고 많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미용실이었다. 두달 동안 집안에 갇혀 지낸 뒤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과 기대에 용모를 단장하는 것이 첫번째로 한 일이었다. 실제로 파리 시내 미용실 중 11일 자정부터 영업을 시작한 곳이 꽤 있었다.

3월 말부터 적용되는 서머타임을 시작으로 프랑스 곳곳에서는 야외에서 해를 만끽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파리지앙들은 세느강변이나 운하 등에서 맥주나 와인을 한 잔 하며 해를 즐긴다. 강제 자가격리 해제 첫날부터 파리지앙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일상’을 즐기기 위해 세느강과 상마르탕 운하로 모였다.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만 달라졌을 뿐 와인, 맥주, 스낵을 준비해 여느 봄날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러한 일상도 잠시,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파리는 이마저도 불안했나보다. 어느순간부터 경찰들이 와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다음달인 12일부터 세느강과 운하에서의 음주가 금지됐다. 경찰에 발각될 시 벌금행이다.

12일 조심스럽게 친구와 함께 세느강변을 걸었다.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친구와 이야기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다들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기분 탓일까. 내가 알던 활기찬 파리의 봄날 같지 않았다.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들도 왕왕 눈에 띄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의 바람은 강하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정부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테니 파리 시내 공원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번주 금요일부터는 올 여름 바캉스 열차표를 팔기 시작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잦아들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만큼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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