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 '1인 가구의 삶' ②중장년] 차가운 그늘에 갇힌 중장년 1인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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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특집 '1인 가구의 삶' ②중장년] 차가운 그늘에 갇힌 중장년 1인 가구
  • 안지호 기자
  • 승인 2021.05.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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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전통적인 다인(多人) 가구 중심의 사회에서 가족을 돌아보고 함께하는 날이 많다. 그러나 요즘은 '혼자'인 사람이 10집 중 3집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보면 그 비중은 2047년이면 37%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1인 가구 중심의 인구구조 변화는 세계적 흐름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부의 인식 역시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1인 가구가 가족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법·제도와 사회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가정의 달, [1코노미뉴스]가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된 1인 가구의 삶을 돌아봤다. -편집자 주

혼자 사는 것이 흔해지고 있는 시대다. 특히 전체 1인 가구 중에서 중장년 1인 가구의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 100세 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54만 1000가구에 그쳤던 중장년 1인 가구는 2019년 187만 가구로 245% 증가했다. 

중장년 1인 가구의 증가 원인은 대표적으로 미혼, 이혼, 사별, 가족해체 등이다. 먼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중년층으로 접어들면서 중년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체 미혼 1인 가구는 2000년 95만 7000가구에서 2015년 228만 4000가구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40~50대 중년 1인 가구는 10만 4000가구에서 61만 7000가구로 495% 증가했다. 동시에 중장년층의 이혼율도 매년 증가했다. 2019년 40~49세 일반이혼율은 남자 8.4건 여자 8.9건으로 전년 대비 0.1, 0.2건 늘었다. 50세 이상의 경우 남자 5.1건에서 5.2건으로, 여자 3.3건에서 3.5건으로 각각 0.1건, 0.2건 증가했다.

문제는 정부의 취업 정책과 주거복지대책은 주로 청년, 노년층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중장년 1인 가구가 매년 증가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경제·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맞춤 정책이 시급하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중장년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고 고용의 질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의 소득 수준은 다인 가구의 68% 수준(균등화 소득 비교)이었다. 특히 50대 이후 소득격차가 벌어졌는데 다인 가구에 비해 취업률(54%)이 낮고, 상용직 비중(38.1%)보다 임시·일용직(41.4%)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노후 준비도 부족했다. 중장년 1인 가구는 국민연금 납부율(64.2%), 퇴직연금 가입률(7.6%), 개인연금 가입률(10.5%)이 다인 가구 대비 낮게 나타났다.

중장년 1인 가구의 건강상태에도 적신호가 떴다. 혼자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규칙한 식사와 생활패턴으로 각종 질병에 노출됐다. 특히 질병으로 인해 발생되는 응급상황에서도 대처가 미흡해 고독사 문제로도 이어졌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중장년층 1인 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고혈압, 당뇨 등이 해당하는 대사증후군의 발병률이 1.6배 높았다. 1인 가구의 대사증후군 비율은 33.7%로 3명 중 1명꼴이다. 정신건강상태도 다인 가구에 비해 중장년 1인 가구가 나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세대별 1인 가구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 1인 가구의 우울 의심률(27.2%)과 자살생각률(13.9%)도 다인 가구의 우울 의심률(8.8%), 자살생각률(3%) 보다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3월 천안시는 중장년층 1인 가구 현황조사를 발표한 결과 중장년 1인 가구 중 45%가 실직상태였다. 또한 건강문제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대상자는 57.9%였다. 반복적인 우울감을 느끼는 대상자도 32.3%에 달했다. 실태조사는 만50~64세 1인 가구 전체 2만 63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9%로 총 4981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경제적인 지원을 비롯해 주거 지원을 가장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2차 욕구 조사 결과에서는 30.9%가 공적급여, 서비스 연계 등 경제적 지원을 원했다. 의료비 지원과 건강상담 등 건강지원은 15.9%, 임차료·집수리 지원 등 주거지원은 13.1%, 고용지원 11.4%를 기록하고 일상생활 지원과 여가지원이 뒤를 이었다.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 문제도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매년 1000여 건 이상의 고독사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 고독사는 노년층에서 주로 일어났지만 최근 65세 이하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 중 중장년 남성 1인 가구의 고독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고독사는 홀로 숨진 뒤 통상 3일 이후 발견된 경우를 뜻한다.

현재 심각한 점은 고독사의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다는 것이다. 무연고 사망자 현황을 통해 유추할 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무연고 시신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2880명이었다. 그중 50~59세가 21.6%, 50~64세 17.3%, 40~49세 8.9%로 중장년층 무연고 사망자가 전체의 47.8%에 달했다.

이를두고 전문가들은 중장년 1인 가구의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장년 1인 가구를 둘러싼 경제, 건강, 사회관계 등에서 부정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적용하면서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정신적인 개입이나 사회 복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 모았다.

정부는 고독사 예방법을 지난 4월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고독사 방지를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게 된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 등은 매년 예방 시행계획을 만들어 실시해야한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맞춤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함께 '중장년 1인 가구' 특별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고독사 위험을 미리 찾기 위해 주거취약지 거주자들을 파악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

부산진구는 한국전력 및 SK텔레콤과 협업해 '1인 가구 안부살핌 서비스'를 추진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50대 이후 중장년층 1인 가구 100가구를 대상으로 전력 사용량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1인 가구의 사용패턴을 인공지능(AI)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 탐지시 각 동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에게 경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광주 동구는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반려식물을 지원한다.

구는 이웃 간 소통과 교류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돌봄관계를 형성하고 고독사 예방,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통합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밖에도 최근 일부 지자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돌봄이 제한되면서 '스마트 플러그'를 이용한 비대면 돌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 플러그는 사용자의 TV, 밥솥 등 가전제품의 사용량을 분석해 이상증후를 알리는 장치다.

지자체의 중장년 1인 가구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중장년 1인 가구에서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에 한 고시원에서 5년째 생활하는 권우석(52.가명)씨는 비혼 1인 가구다. 30대 초반부터 시작했던 사업들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에 결국 개인파산을 신청한 이후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사업 실패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질병이 다 생겨 결혼은 꿈도 못꿨다"면서 "나이가 어중간해서 일자리는 물론 지원도 없다. 그나마 간간히 공사장 일을 하면서 하루 벌어 버티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원룸에서 생활하는 최원호(58.가명)씨는 9년 전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다.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최 씨는 이혼 당시 혼자서도 잘 살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얼마 전 나이로 인해 일도 그만두게 되면서 마음마저 위축돼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그는 "외로움을 술과 담배로 달래고 있다"면서 "이제는 누굴 만나기도 싫고 의욕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주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이석진씨(56.가명)씨가 숨진 지 6일 만에 발견됐다. 이 씨는 마땅한 직업이 없었다. 이웃들은 평소에도 그가 문을 열어놓고 지낼만큼 외로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사업에 실패하면서 혼자 살게 됐다. 20년 넘게 외롭게 살아가던 이 씨의 방에는 딸의 사진과 딸이 그렸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방 서랍에는 그의 이력이 빼곡하게 적힌 이력서가 여러 장 발견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민선 숲과나눔 연구원은 "1인 가구 정책과 관련 실효성 있게 대응하려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실태 파악과 맞춤형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더 이상 기존의 1인 가구 집단에 대한 특색 없는 시종일관, 되풀이식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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