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경기도 용인에 사는 모유진 (26.대학생)씨는 올해도 쓸쓸한 명절을 보낼 것 같아 자립 청년들과 글램핑을 떠나기로 맘 먹었다. 자립준비청년 유진 씨에게 명절은 제일 힘든 시간이다. 유진 씨는 지난 추석에도 혼자 아르바이트로 연휴를 보냈다. 그는 몸이 힘든 것보다 명절 때면 더 짙어지는 외로움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유진 씨는 "명절 특수라서 아르바이트 시급이 더 쎄다. 작년까지 명절이면 일을 했던 것 같다. 할 것도 딱히 없어 일이라도 해서 돈이라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혼자 지내봤는데 우울증이 밀려와서 무척 힘들었다. 올해도 그럴 것 같아 미리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 경기도 수원에 사는 자립준비청년 박주영(25.학생)씨 역시 이번 명절에도 아르바이트로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사회에 던져진 이후 줄곧 일을 했다. 주영 씨는 "지난 추석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향으로 내려가서 혼자 추석을 보냈던 것 같다. 마트에서 먹을 것을 잔뜩 샀다.  방 안에서 3~4일 꼼짝도 않고 먹고 자고 했던걸로 기억한다. 생각보다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설을 나와 혼자 자취한지 만 1년째라는 이철우(21.직장인)씨는 이번 명절 연휴 동안 혼자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철우 씨는 "친구들도 어디로 가고, 식당도 문을 닫을거 같아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바다를 보러 갈 생각이다. 좀 더 멀리 가고 싶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은 복지시설에서 보호되다가 만 18세가 되면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보호가 종료되는 이들을 말한다. 비자발적인 1인 가구인 셈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의 경우 명절이 되면 자연스럽게 '혼설'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연휴 동안 일을 하거나 혼자 보낸다. 

[1코노미뉴스]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인터뷰에 응한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외로움'을 첫 번째로 손꼽았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제도적으로 보호가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해당 아동의 완전한 자립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매년 2600여명이 공식적인 보호 종료 후 사회에 나온다. 이들은 1인당 500만원 정도의 정착금과 월 30만원(3년간 지원)의 자립수당을 받는다. 이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를 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자립수당은 월세 내기에도 빠듯하다. 결국 자립준비청년은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 전에 사회에 나온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실제로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일용직 근무 경험이 있다. 학력이 낮고, 기술이 부족해 정규직 취업이 쉽지 않아서다.  

복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자립준비청년의 40%가 기초생활수급 경험이 있었다. 평균 대학 진학률은 52% 수준에 그쳤고, 월평균 수입은 123만원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아동권리보장원의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상당수는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의 33.9%는 전세임대주택에 거주하고, 26.7%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로 살고 있었다. 또 자립준비청년 중 57.5%는 주거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심지어 자살, 범죄 등 각종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복지부가 자립수준 평가대상자 1만2796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26.3%가 연락 두절 상태였다. 

김승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소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그나마 주거 지원은 나아졌다"라며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 각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할 때"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