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가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대표하는 형태로 자리하면서 사회적으로 '혼밥(혼자 먹는 밥)'이 자연스러워졌다.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음식점, 주방가전, 푸드 상품도 늘었다. 밥, 국, 김치와 밑반찬이 올라오던 우리 내 식탁 풍경 역시 바뀌고 있다.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전문가들은 불규칙한 식생활로 인한 국민 건강 악화를 우려한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1인 가구는 혼자 살면서 겪는 어려움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꼽았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5월 기획으로 1인 가구 증가로 달라진 식탁 풍경과 불규칙한 식생활 문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대학생 이지혜(23)씨는 자취 2년차다. 이씨의 저녁 식탁은 부모님이 보내 준 각종 반찬과 밥이다. 반찬이 떨어지거나 피곤한 날에는 라면, 도시락 또는 빵으로 대체된다. 평균 식사량은 하루 두 끼.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학교 구내식당이나 친구들과 외식, 또는 굶는다. 이씨는 "가끔 맛있는 음식을 사 먹기도 하고, 밀키트를 해먹은 적도 있지만, 대체로 식사는 그냥 때운다는 개념이다. 균형 잡힌 식사 필요성은 느끼지만, 혼자 살면서는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 직장인 고승우(39)씨의 식탁은 배달음식이다.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회사 동료들과 먹는다. 저녁은 일주일에 2~3번가량 모임에서 먹거나 퇴근길 배달 또는 포장음식을 먹는다. 고씨의 냉장고에는 부모님이 보내 준 김치와 마른반찬, 물, 술, 먹다 남은 배달음식이 전부다. 고씨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정도는 끓일 수 있지만, 퇴근 후에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씻고 저녁을 간단히 먹고 TV나 유튜브를 보다가 자는 게 일상이다. 부족한 영양분은 약으로 채운다"며 웃었다. 

#. 직장인 김지웅(50)씨는 거의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다. 아침은 계란프라이나 우유다. 점심은 회사 주변 식당에서 동료들과 먹는다. 저녁은 일주일에 4번 정도는 직접 해 먹고, 나머지는 포장음식이다. 다만 음식을 해서 먹어도 거의 일품식이고 나물 반찬 같은 채소류는 없다. 김씨는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면서 세 끼를 챙겨 먹으려고 한다. 평일 저녁에는 간단하게 국수를 해 먹기도 하고, 시간이 나면 제대로 요리도 한다. 메인 반찬, 밥, 김치 정도 차려 먹는다"고 말했다.   

김지웅씨의 저녁 식탁./사진 = 1코노미뉴스
김지웅씨의 저녁 식탁./사진 = 1코노미뉴스

혼밥이 자연스러워진 요즘, 1인 가구는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불규칙, 불균형한 식생활 습관을 갖고 있어 주요 만성질환 유병률이 다인(多人) 가구보다 높다고 본다. 

실제로 1인 가구를 만나보면 평균 하루 두 끼만 식사를 하고 한 끼만 먹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한 끼를 때운다는 개념을 갖고 있어 정성 들여 밥상을 차려 먹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아침은 굶고, 점심은 외식, 저녁만 집에서 혼밥을 했다. 저녁에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직접 음식을 할 때는 하나의 반찬에 김치, 밥으로 식탁을 차렸다. 밥을 주식으로 삼아 국(찌개), 김치를 반찬으로 하는 기본식 수준이다.

기본식에 나물, 구이, 마른반찬 등이 추가되면 탄수화물 열량이 줄고, 단백질 열량이 증가한다. 여기에 무기물, 비타민 등도 공급된다. 식단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막아준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식탁은 외식 비중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가구별 가공식품 소비 지출 변화와 특징' 보고서를 보면 1인 가구 식료품비 지출액 비중은 외식비 52.3%, 가공식품비 26.8%, 신선식품비 20.9%다. 

2인 이상 가구의 경우 외식비 41.4%, 가공식품비 30.5%, 신선식품비 28.1%다.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외식비로 10.9%포인트나 더 지출하고 있다. 가공식품과 신선식품비는 각각 3.7%포인트, 7.2%포인트 덜 쓴다. 요리를 하지 않는 만큼 가공식품과 신선식품비 소비가 적은 것이다. 

반대로 기타식품, 커피 및 차, 쥬스 및 음료, 주류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인 가구보다 높다. 

'서울시민 만성질환 실태와 식생활 위험요인 분석(2010~2019년)'/표 = 서울연구원
'서울시민 만성질환 실태와 식생활 위험요인 분석(2010~2019년)'/표 = 서울연구원

서울연구원이 서울시민 1만191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서울시민 만성질환 실태와 식생활 위험요인 분석(2010~2019년)'에서도 1인 가구의 불균형 식생활은 드러난다. 

조사결과 가구원 수별 과일 및 채소 1일 500g 이상 섭취 비율은 1인 가구는 29.3%에 불과했다. 2인 가구는 39.3%, 3인 가구 40.7%, 4인 이상 39.5%로 다인 가구와 격차는 10%포인트 이상 났다. 

건강한 식생활에 대해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 비용과 시간적 여유 등이 1인 가구의 식탁을 휑하게 하는 요인이다. 

40대 1인 가구 박미영씨는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차려 먹기 힘들다. 아침에 채소 주스를 배달시켜 먹는데 이게 전부다. 혼밥은 그냥 간단하게 먹는 게 편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1인 가구 대상 쿠킹클래스에 참여했던 최은환씨는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나도 요리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 같은 것도 생겼다"며 "그렇다고 매일 밥을 해 먹게 되고 그런 건 아니다. 집밥 먹기는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균형 식습관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에도 1인 가구의 식탁은 허술하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쿠킹클래스나 공유부엌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식탁에 채소가 올라갈 수 있게 소포장 제품 확산, 밀키트 등 상품 다양화, 식생활 인식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지명 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영양가 높은 식품을 선택하는 현명한 구매가 필요하고 기업은 좀 더 영양적인 제품들을 개발해야 한다. 지자체는 건강한 섭취를 위한 레시피를 제공하거나 요리교실 등의 식생활교육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진경 을지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논문을 통해 "20∼30대 1인 기구는 아직은 건강상의 특별히 심각한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건강행태나 영양소 섭취 상태 등을 봤을 때 나이 든 후 고혈압 등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며 "1인 가구 청년이 혼자 식사하면 인스턴트 음식 섭취나 빠른 식사 속도, 폭식 등 부적절한 식습관을 갖게 되기 쉽고 이는 건강상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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