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1인 가구가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대표하는 형태로 자리하면서 사회적으로 '혼밥(혼자 먹는 밥)'이 자연스러워졌다.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음식점, 주방가전, 푸드 상품도 늘었다. 밥, 국, 김치와 밑반찬이 올라오던 우리 내 식탁 풍경 역시 바뀌고 있다.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전문가들은 불규칙한 식생활로 인한 국민 건강 악화를 우려한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1인 가구는 혼자 살면서 겪는 어려움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꼽았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5월 기획으로 1인 가구 증가로 달라진 식탁 풍경과 불규칙한 식생활 문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밥상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함께 밥을 먹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생활에도 다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증가하는 1인 가구의 특징은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이들이 늘면서 혼자 사는 생활에 만족감을 표하고 앞으로도 혼자 사는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 중인 1인 가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는 올해 기준 전체 가구의 34.9%인 139만 가구가 1인 가구에 해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어나자 서울시 1인 가구 지원기본계획의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가 '소셜 다이닝 등 여가문화 확산'이다.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라는 긴 이름의 조례다. 소셜 다이닝(Social-Dining)이란 1인 가구들이 모여서 취사와 식사를 함께 하는 활동을 말한다. 서울시 1인 가구지원센터에서도 '소셜 다이닝'은 빠질 수 없는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1인 가구이면 혼자 밥을 먹게 되고 그러면 사회적 관계 차원에서 봐도 그렇고 어쩐지 외로울 것 같으니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지원해주자는 취지다.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서 혼밥을 함께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이유도 바로 관계 유지에 있다. 혼자서 잘 먹고 잘사는 일부 1인 가구가 있는 반면, 끼니를 거르거나 대충 차려먹는 경우 결과적으로 건강 문제가 결부되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집밥 레시피./ 사진=1코노미뉴스
1인 가구 집밥 레시피./ 사진=1코노미뉴스

집밥 레시피, 소소한 행복 가운데 하나 

혼밥에도 급이 있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수미씨가 대표적인 사례자다.

서울에서 자취생활 3년 차인 직장인 정수미(가명.31)씨는 항상 집밥을 해 먹으려고 노력한다. 바쁜 일상 생활속에서도 집밥을 고집하는 이유는 삶의 소소한 행복이라 느끼기 위함이라고. 정씨는 끼니 마저 대충 때우기 시작하면 낯선 도시 생활에서 점점 더 쪼그라들 것만 같다는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요즘 밀키트도 잘 나와서 간혹 즐겨먹기도 하는데 웬만해서는 따로 메뉴를 선정해서 정성껏 준비해서 먹는다. 간편식에서 그치지 않고 뭐라도 하나 더 첨부해서 먹거나 혹은 변형해서 먹는다. 귀찮을때도 많지만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치찌개를 먹어도 제대로 된 상태를 만들어서 먹고 싶다. 나만의 레시피로 만들어 먹는다고 말하면 주변에서도 놀란다. 혼자 살더라도 잘 살고 싶다. 남들에게 보여주기식이 아닌 스스로 만족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관련 서적을 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1인 가구 집밥 레시피./ 사진=1코노미뉴스
1인 가구 집밥 레시피./ 사진=1코노미뉴스

 

또 다른 1인 가구 직장인 박수영(가명.45)씨는 "혼자 살면 아플때가 가장 서럽다.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좀 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식단으로 갖춰서 먹는 편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요리가 많다. 매 끼니를 잘 차려먹지 않지만 적어도 주말에는 제대로 갖춰서 먹으러고 한다. 요리를 하다 지인을 초대해서 먹기도 한다. 차돌박이 팽이버섯말이는 만들기도 쉽다.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주변 친구들과 음식 레시피를 공유해서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라면만 먹고 버텨, 결국 병원행 

혼자 살더라도 잘 챙겨서 먹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 아직까지 1인 가구의 식생활에서 혼밥은 단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년 1인 가구 전교학(가명. 64)씨 3년 전 아내와 이혼하면서 싱글 삶을 살고 있다. 다른 부분보다 끼니 해결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는 게 전씨 말이다. 매일 시골에서 보낸 김치와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게 전부다. 전씨는 "한 끼 대충 때우기 일쑤다"라며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혼자 있다보니간 해결하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이틀을 라면만 먹고 버틴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영양 불균형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씨는 얼마 전 다리에 힘이 풀려 병원에 찾았다가 면역력 저하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철저한 위생관리를 권고했다.

1인 가구 집밥 풍경./ 사진=1코노미뉴스
1인 가구 집밥 풍경./ 사진=1코노미뉴스

 

고령 1인 가구 박춘옥(가명.78)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씨가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은 물에 밥 말아서 먹는 게 전부다. 자식들이 걱정해서 잘 챙겨먹으려고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씨는 "혼자 있는데 얼마나 잘 챙겨 먹겠냐"면서 "편한게 최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균형있는 혼밥 문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명 신한대 교수는 집밥을 고수했다. 김 교수는 "1인 가구의 건강은 스스로가 챙겨야 한다.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을 갖고, 우선적으로는 끼니를 거르지 않으면서, 외식이나 배달·테이크아웃 이용을 조금씩 줄여 건강한 집밥을 실천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1인 가구의 건강한 식생활을 확산시키기 위한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1인 가구의 불균형한 영양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 전체에서의 공감을 형성하고,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식생활교육 및 식사지원, 식생활개선 캠페인 등 다양한 식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가정, 학교, 직장 및 외식업․식품업계 등의 사회 전반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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