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일본의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가구 중 29%인 약 737만 가구가 혼자 살고 있다. 2000년까지는 고령 1인 가구의 비중이 10%대였지만 부모 세대와 동거하는 자녀 세대가 감소하면서 혼자 사는 고령자의 비중이 늘고 있다. 

혼자 사는 고령인구가 늘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떠오른다. 1인 가구가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그리고 1인 가구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이다. 특히 지진을 포함한 자연 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재해 발생시 1인 고령 가구의 신변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60~70대의 스마트폰 이용률이 80%를 넘어 고령자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6월 1일 이바라키현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바라키현의 옆에 위치한 치바현의 우라야스시 노인클럽연합회에서는 고령 멤버들의 스마트폰 앱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메세지를 보냈다. "지금 도움이 필요합니까?"스마트폰 앱을 여니 커다란 글씨가 메세지로 뜬다. 그 아래에는 '네',' 아니오'의 버튼이 나열된다. 

이는 노인클럽연합회가 지역의 IT 기업인 애플리차와 공동개발한 '미텔 라이프 (ミテルライフ)'라는 앱이다. 클럽 회원의 연락에 이용하던 전화나 문자를 앱으로 대체하여 재난시 안부 확인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기존에도 안부를 확인하는 앱은 있었지만 해당 앱은 노인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문구는 간결하며, 응답 버튼도 눈에 띄도록 크게 만들어 고령자들이 실수로 잘못 누르는 사태를 방지한다. 또한 질문에 대한 답은 '네' 혹은 '아니오'와 같은 2가지 중에서 택하는 식으로 고령자들이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물론 재난이 아닌 평상시에도 사용 가능한 메세지 기능도 탑재하였기에 이벤트 정보 등을 일괄적으로 보내거나 회원끼리 개인적인 문자로 안부를 묻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을 촉진하는 것을 넘어 고령자들의 생활을 지지하려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도쿠시마현의 산간부에 있는 카미야마쵸(神山町)라는 마을에서는 고령자와 가까이 사는 주부들을 매칭하는 사이트 POTZ의 시범 운용을 5월부터 시작하였다. 카미야카초는 많은 일본의 지방 도시들이 겪고 있는 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교통 인프라 부재에 고민하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고령자가 병원을 가거나 쇼핑을 갈 때 지원해줄 사람을 앱을 통해 연결해 주는 것이다. 

1인 고령가구가 스마트폰의 앱에 어떤 활동으로 어디에 가고 싶은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와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회원으로 등록된 주부 중에서 대응이 가능한 사람이 답장을 한다. 병원이나 쇼핑을 가는 것 뿐만 아니라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며 전구 교환과 같은 집 안 내의 작은 부탁도 가능하다. 서비스 출시 이후 고령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서비스는 앞으로 도쿠시마현 남부의 미나미쵸 (美波町)에서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이용 지역를 넓혀갈 생각이다. 

고독 문제에 정통한 와세다 대학의 이시다 (石田光規) 교수는 "1인 고령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령자끼리의 스마트폰에 의한 교류가 당연한 시대가 되고 있다"고 전한다. 

혼자 사는 고령가구들은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고령 1인 가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같이 살던 아이들이 독립해서 이제 혼자 살고 있어요. 이웃과의 교제도 별로 없고, 건강이 안 좋아 쓰러지거나 혹시 재해가 발생할 경우가 좀 걱정되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생활의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령자는 아직 소수이다. 사용하는 용어도 낯설거니와 데이터 요금이 많이 나오거나 피싱 사이트 같은 이상한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느끼는 고령자도 많다. 

이에 미하루 (MIHARU)라는 벤처기업은 고령자들에게 대학생을 파견하여 스마트폰의 사용 방법을 알려준다. SNS 뿐만 아니라 음악 감상, 동영상 시청과 같은 활동을 태블릿 PC를 통해 하게 되면 매일 매일이 더욱 풍부해지고 고립감도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의 대형 은행인 미츠이 스미토모 은행이 부모의 예금 자산 현황을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올 여름에 출시한다. 최근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사기가 문제가 되면서 불안을 해결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개발에 착수하였다. 앱은 예금 현황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떨어져 있는 가족과의 채팅, GPS에 의한 현재 장소 확인 등과 같은 기능도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1인 고령가구의 금융 자산 뿐만 아니라 안전도 지킬 수가 있다. 

코로나 확산 후 외출을 자제하면서 지인들과의 만남 및 교제가 줄어든 고령자가 많다.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면 고령자들의 외로움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회사들이 고령자를 위한 앱을 개발하여 초고령사회가 직면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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