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정부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책을 내놨다. 최근 10대 자립준비청년의 잇따른 죽음이 사회에 충격을 준 후에야 나온 '사후약방문'이다. 

31일 보건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을 지속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육받고 싶고 일자리를 얻고 싶고 안정된 주거지를 갖고자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바람이 꺾여선 안된다"며 "국가가 부모의 심정을 챙겨달라"고 주문한 지 이틀 만이다. 

복지부가 '부모의 심정'으로 챙기겠다는 자립준비청년 지원 방안은 ▲보호기간 연장 ▲경제적 지원 ▲의료비 지원 ▲심리적 지원이다. 

보호기간 연장은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사안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현재 보호아동은 별도 사유 없이도 본인이 원하면 만 24세까지 기존 시설 퇴소하지 않고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경제적 지원은 지난 7월 대통령 주재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수당을 이달부터 월 30만원에서 월 35만원으로 올리고 내년부터는 5만원을 추가 인상해 월 4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30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됐다. 

의료비 지원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취업 후 의료급여를 받지 못해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자립준비청년의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기초의료보장(의료급여 2종) 수준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내년에 신설·시행할 예정이다. 

심리적 지원은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연말까지 17개 시·도(현재 12개)에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180명(현재 120명)으로 늘리는 계획이다. 맞춤형 사례관리 지원 대상자도 올해 1470명에서 2000명으로 확대한다. 

이외에도 자립준비청년 자조모임(바람개비 서포터즈) 활성화를 위해 신규로 활동비(120명, 1인당 월 10만원)가 내년에 지원된다. 

타부처에서도 자립준비 청년 지원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자립준비청년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대 1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제공한다. 

여기에 도약지원프로그램에 자립준비청년을 포함한다. 도약준비금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직업훈련에 참여 시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훈련비를 지원한다. 자립준비청년 채용 중소기업에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을 준다. 

교육부는 자립준비청년 진로·진학 지원을 위해 커리어넷에 심화상담을 신설하고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대학의 기회균형선발 대상자로 포함했다. 또 대학 진학 후 근로장학생 우선 선발, 국가장학금Ⅱ 유형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행복기숙사 입주 대상에서도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교통부는 자립준비청년 주거지원을 위해 청년 월세 지급과 주거급여 분리 지급을 하고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간과 협조체계도 체계적으로 구축해 보다 다양하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자립준비청년 26% 연락두절…'사후 관리' 중요 

이러한 지원방안 발표에도 전문가들은 사후약방문격이라고 지적한다. 10대 자립준비청년 두 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은 후에야 대책을 내놓아서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자립준비청년이 자립 과정에서 취업, 주거, 교육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국가가 실질적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보호종료아동의 절반 가량이 기초생활수급 경험이 있고, 주거 불안정을 겪고 있다. 특히 복지부가 자립수준 평가대상자 1만2796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무려 26.3%가 연락두절 상태였다. 이는 이들이 각종 범죄 위험에 노출된 사각지대에 있다는 의미다. 

또 2020년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3104명 중 50%가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인권위는 현행 지원 방식이 금전적 지원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심리적 지원 부족, 후속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정부의 변화는 지지부진했고 그 결과가 대학에 갓 진학한 자립준비청년의 죽음이다. 최근 스스로 세상을 등진 A군은 대학 진학으로 보호연장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육시설을 나와 대학 기숙사에 살고 있었다. A군은 학업과 동시에 스스로 생활비를 벌며 경제난에 시달려야 했다. 보호연장 상태로 분류된 A군은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도 받지 못했다. A군은 생전에 보육원 관계자에게 "돌봐주는 사람이 너무 없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부실한 관리 체계가 사각지대를 만든 셈이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매년 2600여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나온다. 하지만 자립지원 전담인력은 120명에 불과하다. 향후 180명으로 늘린다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립수당 인상액 역시 최근 물가와 월세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이전과 달라질 게 없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한계가 분명한 금전적 지원보다 급한 것은 심리적인 부분과 체계적 후속 관리라고 조언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홀로 사회에 나온 자립준비청년이 받는 정신적 불안감, 경제적 압박을 정부가 더 깊이 이해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생색만 내서는 또 다른 사고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전담 인력 부족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상담 한 번한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나. 중장기적인 심리적 지원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를 위해서는 청년 한 명 한 명을 전담인력이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전담 인력 한 명당 수십명을 케어하고 있으니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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