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재의 멘탈 레시피]"모든 사람으로부터 칭찬 받으려 하지 말자"

 

매주 토요일 9시 30분이 넘어서면 아내는 짐을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선다. 주말에 늦잠을 자는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인문학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구청 한 공공기관의 센터로 발걸음을 향한다.

"이거 잘 썼나 좀 봐 줄래요?"

며칠 전 아내가 A4 종이 한 장을 내 앞에 내밀면서 읽어보라고 했다. 연필로 썼다 지우고 고친 자국이 군데군데 보이는 한 편의 시였다.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매주 시나 산문 등 다양한 형식과 주제로 글쓰기 선생님이 내준 숙제였다. 선생님이 너무 좋다며 첫 수업 후 들떠있던 아내의 모습이 눈에 스쳤다. 

나는 천천히 읽어보고 난 후 아주 잘 썼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시에 나와있는 풍경이 눈앞에 영화처럼 자연스럽게 그려진다고 추켜세웠다. 그동안 글을 전혀 써보지 않은 아내가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날 집에 돌아온 아내가 자신이 쓴 시를 다시 보여주고 다른 사람이 써온 시들도 함께 읽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의 말에 힘이 빠져있었다. 왜 그러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어떤 사람은 써온 시가 시인 수준이라며 너무 잘 썼다고 칭찬을 해주었고, 다른 사람의 시는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은 좀만 고친다면 더 좋겠다며 각각 코멘트를 해주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아내가 쓴 시에 대해서는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고 시큰둥하게 넘어갔고, 다른 참석자들도 시가 좋았다는 감상평이 없었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 7시에 아내가 안 보였다. 어디 있는지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컴퓨터가 있는 첫째 방 문을 열어보니 아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다듬고 있었다. 평상시 토요일 이 시간 같았으면 자고 있을 아내였다. 아내는 새로 쓴 글을 내게 보여주고 느낌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난 당신 글이 참 잘 읽혀. 글을 명확하게 쓰는 것 같아." 

글을 읽고 나서 짧게 내 소감을 얘기해 주었다.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아내는 다 쓴 컴퓨터를 내게 넘기면서 방을 나가다 갑자기 뒤돌아 서서 말했다.

"우리만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또 아무 반응도 없는 거 아닌지 몰라."

방에 혼자 남은 나는 심리학자인 프리츠 펄스의 말을 떠올렸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칭찬, 격려 그리고 토닥거림이 필요하다면, 그건 모든 사람을 내 심판관으로 만드는 일이다."

나는 아내가 너무 두리번거리지 말고 그저 묵묵히 자신만의 글을 써내려 갔으면 좋겠다.

나성재 CTP Company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TP Company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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