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20대 취준생 노모씨는 '콜 포비안'이다. 타인과 통화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 전화를 피하다 보니까 이제는 벨소리가 울리는 것 자체가 무섭다. 노씨는 "전화가 올 때마다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기분이다. 카톡이나 DM만으로도 생활에 지장이 없어 어느 순간 콜 포비아가 생겼다"며 "친구들도 비슷해 별생각 없었는데, 면접장에서 버벅거리게 되고 심각성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겼냈나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 30대 직장인 정모씨도 일상생활 속 소통 대부분을 문자로 한다. 정씨는 직장에서 업무 지시나 협조는 메일, 필요한 대화는 직접 소통한다. 전화가 올 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뿐이다. 그러다 보니 음성통화 자체에 공포증이 생겼다. 정씨는 "전화 대신 문자로 소통하면 하지 않은 말, 전달받고 싶지 않은 상대방의 감정을 피할 수 있다. 읽고 생각해서 답을 하면 좀 더 정리된 상태로 대화가 되는 것도 좋다"며 "그런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하면서 더 심해져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 주변에서 정신 상담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가면서 사회 곳곳에서 후유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속에서 성인이 된 20·30대에서 심리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콜 포비아'다.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전조증상으로 꼽히면서, 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콜 포비아(Call Phobia)는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 생겨난 현상이다. 문자, 모바일 메신저, 메일 등으로 대부분의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전화통화' 자체에 대한 공포증이 생기는 현상이다. 통화 전에 과도한 긴장감, 기피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언어 구사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미 잘 알려진 현상인 콜 포비아에 대한 경고음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후유증 때문이다. 사회적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으로 비대면 일상생활에 익숙해진 20·30대에게 전화 공포증이 생긴 것이다. 

콜 포비아 확산이 우려되는 점은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고립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알바천국이 MZ세대 27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콜 포비아'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조사를 보면 '콜 포비아 증상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9.9%가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이 콜 포비안인 셈이다. 

콜 포비아 증상으로는 '전화를 받기 전 긴장감과 불안감', '전화 수신을 미루거나 거부', '통화 시 할 말 또는 이미 한 말에 대한 염려' 등이 꼽혔다. 

전화통화 시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해서' '생각할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 '문자, 메시지 등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이 편해서' '할 말이 떨어졌을 때 침묵이 불안해서' 등이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 특히 30대의 정신건강 상태는 불안감을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올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의 우울위험군은 2020년 3월 23.6%에서 2020년 9월 32.1%로 치솟았다. 이후 차츰 하락해 지난 6월 24.2%를 기록했다.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또 1인 가구의 우울위험군은 다인 가구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심리적 돌봄 프로그램 강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도 콜 포비아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 교류 단절, 대인관계 유지 어려움, 타인에 대한 감정 공감 저하 등이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한진 나음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콜 포비아도 그 중 하나"라며 "대인관계를 텍스트만으로 이어가다 보면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사고도 자기중심적으로 변해 스스로를 갇히게 할 수 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반응하고 살아가는 존재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우용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대인기피, 우울감이 생겼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는다"며 "증상이 심하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검사와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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